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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한국사 - '만약에'란 프리즘으로 재해석한 우리 역사
김연철.함규진.최용범.최성진 지음 / 페이퍼로드 / 2011년 6월
평점 :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 나는 2003년에 나온 <만약에1> <만약에2>라는 책을 떠올렸다. 그 책은 말하자면 당시
역사가 이렇게가 아니라 저렇게 흘러갔다면 현재 세계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있을까를 논하는 대체역사(counterfactual
history)서였다. 1권은 전쟁사를 주로 다루는데 미대륙의 전쟁 위주여서 내겐 좀 흥미가 없었지만, 2권의 경우 보다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어서 매우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예를 들자면 명제국이 정화의 원정 이후 해상 경영 지속했더라면, 이라는 가정아래 출발하여 현재 샌프란시스코가 중국의 통징(東京)이
되어 동양 총독으로 부임한 천자의 아들에게 이뤄커이 연방에서 온 사절이 조공을 바치는 장면의 아름다운 묘사로 끝난다거나 하는 식의 책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해서도 나는 전에 읽었던 <만약에>와 같은 구성과 문체를 기대하고, 우리 역사로도 드디어 대체역사를 읽게 되었구나,
하고 살짝 흥분했었다.
그러나 막상 책을 받아 읽어보니, 대체역사서라기 보다는 흥미로운 구성을 보여주는 근현대 역사서에 가까웠다.
우리의 지난 역사에 대해 34개의 가정을 통해 그 역사의 진행 과정과 가능했었을지도 모를 선택들, 그 결과의 가정들을 서술해 주고 있는 책인데,
기본적으로 현재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깔려 있다. 몇 개의 주요한 꼭지를 소개해 본다면 '20세기 초 한반도가 분할됐다면/안중근이
이토히로부미를쏘지 않았다면/고종이 망명정부를 세웠다면/반탁운동,'동아일보'오보가 없었다면/김구ㆍ김규식의 남북협상이 성공했다면/해방 뒤 토지개혁이
실패했더라면/'사사오십 개헌' 실패했다면/5ㆍ16군사쿠데타가 불발되었다면/베트남에 파병하지 않았다면/김재규가 박정희를 쏘지 않았다면/박종철
죽음이 은폐됐다면/YSㆍDJ후보 단일화가 됐다면/김일성 조문 슬기롭게 대처했다면 /IMF구제금융 대신 모라토리엄 선언했다면' 등이 내겐 기억에
남는다.
기대했던 것 만큼의 대체역사적 서술이 많지는 않았지만, 이 책의 독서 경험은 나에게 매우 유용했다. 혹자는 다 지난 후에
이런 점을 거론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있으며 아무 의미 없다, 라며 사후 인지의 편견을 지적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이런 상상도 필요하다.
이런 사고의 과정을 거쳐 우리 근현대사의 주요 갈림 포인트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리고 지난 역사를 놓고 우리의 다르게 할 수도
있었던 선택을 고민하고 그 다른 결과를 상상해 본다면, 현재 우리가 이 시점에서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선택해야 할 지 보다 분명히 알 수 있게
된다는 것! 내게는 보람찬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