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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두 얼굴
김태훈 지음 / 창해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책의 제목에 의아해하실 분들을 위해 미리
밝힌다. <이순신의 두 얼굴>이란, 이순신, 알고보니 그는 성웅이 아니라 변태였다,,, 뭐 이런 것이 아니라 평범하다못해 루저에
가까웠던 이순신이 어떻게 자기 극복을 하고 노력하여 구국의 영웅이 되었는가를 밝히는 의미에서 붙인
제목이다.
이 책은, 서가에 간직하며 두고두고
임진왜란과 이순신에 대해 탐구하면서 나침반 격으로 참고할 책은 아니다. 전문 역사가의 책도 아니고 오류도 소소히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정도는 읽어볼 만한 장점을 가진 책이다. 역사적 사실과 지식 획득을 떠나, 평범한 생활인인 내게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일단은, 평범한 직장인인 저자가
이순신이라는 역사적 인물에 관심을 가져 10년여에 걸쳐 탐구하여 700쪽에 달하는 책을 집필하여 40세에 세상에 내 놓았다는 점에 관심이 갔다.
그리고 집필 동기가 기존의 성웅시하는 시선을 답보하는 역사서에 대한 의아함이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머리말에서 '오늘을
위한 이순신, 평범에서 비범으로'라고 밝혀 놓았다. 사실, 이순신의 일생을 살펴보면 놀라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문관 지망이었다가 장가간
이후 20대에 무관 공부를 시작한 점. 32세란 늦은 나이에 급제한 점. 그리고 부침을 거듭하다가 40대 후반에야 인정을 받고 중책을 맡은 점.
그가 거북선 건조하고 하루 뒤에 임진왜란이 발발한 점. 그리고 마치 임란을 위해 태어나고 그동안 준비해온 인간인양 7년간 활약한다. 임란
종전일은 곧 그의 사망일인 셈. 늦깍이에 찌질한 루저로만 살 뻔한 인생이 이렇게 드라마틱해져 버린 것은 당시 역사적 배경뿐만 아니라 그의 개인적
노력의 영향도 크다. 이렇게 이 책을 통해 책을 집필한 저자 김태훈씨와, 책의 주인공인 이순신이란 노력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읽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런데, 책이 아쉬운 점은 그런 이순신의
'평범에서 비범'으로 향해간 인생 역정과 노력에만 집중했더라면 더욱 빛났을 텐데, 그의 해전사까지 샅샅이 다루고 있기에 책이 산만해지고 초점을
잃어버렸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전문가의 약점을 너무 드러내버렸다는 점. 해전사 부분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저자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순신의 인간적 두 면모만을 서술했더라면 어땠을까. 비단 이 작가만이 아니라 초보 작가의 경우, 자신의 열정과 노력에 자신이 도취하여 과감히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여 책 전체의 통일성을 스스로는 망가뜨리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이 점도 내게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여튼, 이 책은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와 더불어 '박제된 관제 영웅 이순신'을 나의 살아 숨쉬는 '애드머럴 리'로 나에게 선사해준 책이다. 저자분께 진실로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