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
김을한 지음 / 페이퍼로드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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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의 28대 왕이 될 수도 있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 이은과 덕혜옹주 등 황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일종의 회고록이다. 회고록이라는 책의 성격 상, 저자의 관점에 유의하며 읽어야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난 진술 - 물론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인물과의 친소 관계나 자신의 입장에 따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쓰고 싶은 것만 쓸 수밖에 없는 것이 회고록인 것이다 - 을 그대로 받아 들이며 읽어서는 안 된다. 거기다가 저자가 인용하는 사료도 영친왕비가 될 뻔했으나 평생 처녀로 살다 간 민갑완의 <백년한>등 회고록인 경우가 많으니 더더욱 그렇다. 저자분은 기본적으로 대한제국 황실 사람들에 대해 동정적이며 존경의 감정을 가지고 서술하신다.

 

그렇다고 책이 가치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황실 사람들의 최측근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전하는 당시 상황과 인물들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기존 역사책에서 빈 부분을 채워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영친왕에 대한 견제 부분 같은 것은 특히 그러하다. 

 

이 책과 큰 관련있는 말은 아니지만, 이하 부분은 책을 다시 읽으며 한 생각. 조선 말, 대한제국 시절을 다룬 책들을 읽다보면 지나치게 황실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반대로 고종의 독립운동 지원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서술을 접하게 되는데 진실은 무얼까. 난 고종의 일부 독립 운동 지원 활동 역시 근본적으로는 황실을 살리기 위한 의도였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와 백성보다 황실의 지속을 중요하게 여겼던 군주라는 생각이다. 또 다른 생각은 일본에서 인질살이를 한 황실 인사들에 대한 일본 정부 관련 일본인들의 친절에 대한 생각. 냉정하기로 유명했던 이토 히루부미가 어린 왕자에게 보여준 작은 친절 같은 것이 그리 감동적이었을까. 히로시마 피폭으로 사망한 조선인 왕자 상관을 따라 자살한 일본인 부하의 사무라이 정신이 그렇게 감동적이었을까. 한일 관계에서 큰 틀과 상관없이 감동으로 보아야 할까. 영친왕 이은이 그렇게 뛰어난 인재였다면 뭔가 그가 해방 정국에서 중요하게 일할 수도 있을텐데 끝까지 몸을 사린 것이 옳은 행동이었을까. 그가 귀국해서 정치에 나섰더라면 우리나라도 영, 미, 프 경우처럼 왕당파와 공화파의 내전이 벌어졌을까,,,,뭐 이런 점을 생각했다.

 

송우혜 저자의 영친왕과 대한제국 황실에 대한 책과 비교하며 읽어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 사족 : 親王이란, 황실의 남성종친(황제의 형제, 황태자 아닌 아들)에 대한 칭호이다. 고종의 4남매가 고종, 의친왕, 영친왕, 덕혜옹주,,, 이렇다고 어떤 사람들은 '친'자가 그집안 돌림자인줄 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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