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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역사 1
와타히키 히로시 지음, 윤길순 옮김 / 자작나무(송학) / 2000년 11월
평점 :
품절
13년 전에 나와 이미 절판된, 그것도 전작 읽으며 연구할 필요도 없는 외국의 저자가 쓴 대중 역사서에 대해 읽고 리뷰를 남긴다는 것이 뭔
의미가 있을까. 그 시간에 훌륭한 역사 명저 읽는 것이 낫다, 하는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三人行 必有我師라지 않은가. 다른
저자는 정통 역사서를 읽고 어떻게 자신의 시선으로 재구성, 대중서에 풀어 놓았는가, 하는 것을 파악하는 것도 나에겐 중요한 공부이다.
이런 류의 책들이 거의 역사서 시장을 차지하는 것 같은데, 문제는 정확한 정보와 사관이다. 사실 독자들이 빨리, 쉽게 "씹어서 입에
넣어주는" 역사 상식을 원하기에 이런 시장이 있는 것인데, 문제는 잘못된 사실, 잘못된 의미 부여가 많은 책들이 널렸다는 것. 그리고 외국
저자의 경우, 번역자에 따라 번역되면서 한 번 더 왜곡될 여지가 있다는 것. (이 책에도 오류가 꽤 많이 보인다. 그런데 이미 절판된 책이어
내가 이 리뷰에서 지적해봤자 반영될 가능성도 없기에 그냥 지나친다. )
그런데 이 책은 전체를 서술하는 시선은 괜찮다. 설탕, 고무, 바나나, 커피, 홍차의 역사를 서술하면서 제국주의 침략과 학살, 플랜테이션
노동자 착취 문제, 외국 정부의 독재 지원 등의 이야기도 꼭 언급한다. 은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도 스페인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제스
국민당 정부의 화폐개혁과 20세기 각국 정부의 은본위제까지 이야기 한다. 시선이 다르다. 이 점은, 13년전 책이지만 오히려 요즘 나오는 이런
류 책들보다 더 좋다. 좀 손봐서 재판 찍어도 2013년 현재 전혀 손색없을 내용이다.
여튼, 이 책을 읽으며, 대중역사서를 어떻게 서술해야 하는지, 빠지기 쉬운 오류는 어떤 것인지를 점검해보게 되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