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일깨우는 옛이야기의 힘
신동흔 지음 / 우리교육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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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베텔하임의 <옛 이야기의 매력 1,2>를 참 재미있게 읽고, 우리나라의 옛 이야기를 분석한 책도 있었으면(구비문학 개설 말고 대중적인 책) 하고 생각하다가 드디어 만난 책이다. 작년 발간 당시 구입해 띄엄띄엄 읽다가 이번에 통독하고 리뷰 남긴다.

 

신동흔 선생님은 <한겨레 옛 이야기> 시리즈를 기획하신 분이다. 애들 읽는 시리즈 책을 이따금 보면서 이 분은 누구시길래 흔한 전래동화뿐만 아니라 아기장수와 바리데기와 제주 무가의 주인공까지 과감하게 전집에 넣으셨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 분의 저서 한 권을 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문학이나 역사를 다룬 대중서를 읽으면 나는 그 텍스트 자체 분석보다(사실 정답을 알려 읽는 것은 아니니까) 그 텍스트를 보고 삶에 적용하는 저자의 시선,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배경 지식에 더 관심이 간다. 이분은 이야기를 통한 개인의 성숙에 관심이 많으신 분 같다. 베텔하임 쪽이다. 그런데 아기 장수 설화에서는 민중의 영웅을 지키는 법에 대해 역설하시기도 하다.

 

단순 권선징악이 아니라 과거와 절연, 고개를 넘어 새 삶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하는 장자못 전설, 구렁이가 인간에서 용으로 삼단 변신하는 이야기에서 사랑과 믿음의 중요성을 말하고 선녀와 나뭇꾼에서 아내, 내 곁의 여신을 말하는 등 개인의 성숙과 인간 관계의 지혜를 말해주는 20여 편의 설화. 꿈보다 해몽이 더 좋은 글들. 아, 재미있다.

 

책을 덮고 나니, 대학 도서관에서 까만 벽처럼 보이는 <한국구비문학대계>를 한 권씩 뽑아 읽으며 설레던 생각이 난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던 생각도 난다. 우리의 이야기가 내게 얼마나 큰 재산인지 너무 오래 잊고 살았다. 은행에 넣어두고 잊었던 유산을 되찾은 기분이다. 덕분에 이 책을 읽은 후 고전문학과 설화를 다룬 책들을 죽 검색해 읽고 있다. 문학과 역사 이야기는 늘 나를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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