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1
이우정 그림, 서정오 글 / 현암사 / 199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는 우리의 옛날 이야기, 즉 민담(굳이 구비문학을 신화, 전설, 민담으로 나눈다면)이 실려있다. 500쪽에 달하는 두께에 삽화나 다른 논평 없이 빽빽하게 이야기가 들어차 있다. 책 제목만 생각하고 사서 아이들 읽으라고 주면 안 된다. 이 책의 용도는 아이들 재우기 전에 어른이 머리맡에 앉아서 한 편씩 손짓발짓해가며 구연해 줄 때 대본으로 쓰는 것이지 아이들이 알아서 책상에서 읽는 것이 아니다. 문체도 구술 채록한 그대로 구어체이다.

 

1,2편 모두 어릴적 전래동화 전집으로 읽거나, 할머니께 들었던 이야기들, 이런저런 단행본으로 그림책으로 지금 어린 친구들이 읽고  있는 이야기, 만화영화로 보거나 교과서에 실려 읽게된 이야기 등등 친숙한 우리 옛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우리가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한 이야기 외에 다양한 판본이 실려 있다. 선녀와 나뭇꾼이나 우렁색시 유형만 해도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결말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바로 구비문학의 매력이다. 열린 결말.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늘 달라지는 결말.

 

그런데 이야기들이 채록되어 창작의도가 들어감에 따라 한 가지 유형으로 고정되어, 한 가지 교훈을 강조하게 되면 영 그 이야기의 맛이 사라진다. 우리나라 옛날 이야기들이 다 권선징악에 해피엔딩만은 아닌데 말이다. 우렁색시가 대표적인 관탈민녀형 설화에도, 색시를 빼앗긴 남편이 죽고 권력자에게 시집간 아내가 잘 사는 결말도 많다. 아마 당시 찌질한 신랑에 실망감을 느끼던 색시들은 이런 결말의 이야기를 빨래터에서 하며 오히려 속시원해하지 않았을까.

 

이건 극단적 예이고, 여튼 나는 민담을 하나의 유형으로 고정시켜 도덕교과서의 일화같이 바꿔버리는 것은 반대. 다양한 결말을 지닌 이야기를 읽어야 다양한 현실 상황에서 힘을 얻게 된다. 같은 유형에서 다른 결말이 나는 이야기를 읽어야 다앙한 사람들의 욕망과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그렇지 않을까. 이야기는 유행처럼 읽고 지나는 자기계발서보다 훨씬 큰 힘을 우리에게 주니까. 이야기는 힘이 세니까. 그런 점에서 이 책 1,2권에 실린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는 좋다.

 

그외 관의 학정에 맞서 민중의 지혜를 보여주는 이야기 유형 등등,,, 이야기를 통해 당시 역사배경을 보려는 내게 이 책은 매우 유익했다. 이렇게 우리 이야기를 잘 보존해주신 저자분께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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