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 - 상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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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된 말로 시오노 여사의 빠순이이다. 난 <로마인 이야기> 15권을 읽으며 내 20대에서 30대 전반의 청춘시절을 보냈다. 매년, 로마인 이야기 발간 소식을 기다리며, 마치 '모란이 지고 나면 그뿐, 나의 봄은 다 가고 말아'하듯, 그 해에 나온 책 한 권을 읽으며 한 해를 보내고, 혹은 맞이하며 살았다.

 

그러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가 완간되고, '삼백 예순날 하양 우옵내다'라고 부르짖으며 더 이상의 기대도 포기한 이 시점에, 시오노 여사의 새 책 발간 소식을 들은 것이다. 무조건 예약 구매, 가슴 설레며 책이 내게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당혹스럽다. 

 

내가 현재까지 읽은 상권은 동로마제국이 전성기의 영토와 지중해의 제해권을 잃은 후, 마호멧이 등장한 7세기 이후부터 십자군 전쟁을 거쳐 오스만 투르크 등장 이전까지 이슬람 해적이 장악한 지중해세계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지중해' 이야기가 아니다.

 

우선, 전체 지중해 세계를 조망하는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 반도 남쪽의 시칠리아 섬과 튀니지 유역의 티레니아 해만 나온다. 게다가 시오노 나나미의 전작 <로마인 이야기 15권>의 마지막 부분, <바다의 도시 이야기 상,하>, <콘스탄티노플 함락><로도스섬 공방전><레판토 해전>등 전쟁3부작, <주홍빛 베네치아>,<신의 대리인> 등에서 한 번 이상 다루어진 내용들을 새롭게 엮은 부분이 많다. 중간중간 이슬람 해적과 구출기사단 내용이 새로운 정도이다.

 

그래서, 시오노 여사 팬인 나는 지금 심히 당혹스럽다.

 

뭐랄까, 새로 나온 보석목걸이인줄 알고, 그 브랜드의 인지도를 믿기에 무조건 샀는데, 기존 디자인의 보석들을 줄만 갈아서, 중간중간에 싸고 작은 준보석 알 몇 개만 껴주고는 새 디자인이라고 우기는 경우 같다고나 할까.

 

시오노 전작을 다 읽은 팬들이라면, 이미 썼던 내용을 단지 지중해란 관점에서 한 줄로 주욱 연결만 한 듯한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나처럼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작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본문 중간중간에 '자세한 내용은 내 책 00를 읽어라'라며 생략해버리는 저자에게 분노까지 느낄 수도 있을 듯.

 

모르겠다, 하편까지 다 읽고 나면 무언가 '숲'이 보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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