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 튤립의 땅, 모든 자유가 당당한 나라
주경철 지음 / 산처럼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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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당시, 다른 이들이 축구 자체에 열광할 때, 나는 각 나라 축구팀의 별칭이나 응원단 이름의 유래가 더 흥미로왔다. 그 중 하나, 네덜란드 팀의 애칭인 '오렌지 군단'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그저 오렌지 색을 좋아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있을 때 나는 콕 찍어 말해주곤 했다. 네덜란드 독립전쟁의 영웅인 오렌지(현지어로는 오라녀) 공 윌리엄 때문이라고. (재수없었을게다.) 그 당시 하멜 이후 우리나라에 가장 영향을 끼친 네덜란드인으로 히딩크 감독이 추앙받을 때, 네덜란드에 대한 책들이 급작스럽게 서점가에 깔린 기억도 난다. 그러나, 그냥 유행처럼 지나치기엔 이 책 너무 아깝다.

 

자, 내 나름 주경철 교수 저서, 역서 읽기 5탄이다. 지금까지 이 책과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 <문화로 보는 세계사>, <테이레시아스의 역사>, <신데렐라 천 년의 여행> 등 4권을 읽었지만 난 이 책 <네덜란드>가 가장 읽기 즐거웠다. 앞서의 책들은 한 주제 당 내용이 짧고 대중적 전달을 위해 깊이를 좀 포기한 면이 있었지만, 이 책은 한 권 전체가 한 나라이며 쉬운 문체이지만 지적 호기심도 충분히 만족시켜주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대 네덜란드 사회와 문화을 다루면서도 2부의 역사 부분과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더욱 이 나라의 현재를 생생히 이해하게 해 준다. 작지만 강한 나라, 자유와 여유, 관용 정신, 각각 다른 문화를 인정하면서도 대화와 타협으로 서로의 행복을 국가가 보장해 주는 나라,,,, 머리말과 본문에 저자가 써 놓은 그대로 해양 강대국(영국/일본)과 대륙 강대국(프랑스/중국) 사이에 낀 작은 나라인 우리나라가 목표로 삼을 만도 하다. 263쪽에 인용된 '평화가 최고야,하고 개구리가 황새에게 말한다'란 네덜란드 속담의 속뜻도 음미해 보면서 말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네덜란드 찬미 일색인 것은 아니다. 그렇게 처절한 독립전쟁을 치루고 자유를 지켜낸 나라가 과거 인도네시아 등 식민지에서, 그리고 현재 네덜란드 기업이 진출한 제3세계 지역에서 벌인 착취행각도 고발한다. 페르죄일링(기둥, 지주화)이라고 종교, 정치적 성향에 다른 다른 이들의 삶의 방식을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합의를 중시하는 좋은 전통이 있는 반면, 타인에 냉담한 면도 언급한다. 대화와 타협을 내세우는 국민성이 오히려 나치의 유태인 학살(네덜란드 유태인중 75%가 사망함)과 보스니아 학살 방조(1995년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된 네덜란드군이 그들이 지키기로한 스레브레니차를 세르비아계에게 빼앗긴 데다가 수천 명의 무슬림들이 학살당하는 비극을 수수방관함, 본문 62쪽)를 불러 왔다는 점도 저자는 밝혀준다.

 

낙태, 안락사, 마약 합법화, 공창 제도 등의 문제는 깊이 다루지 않았지만, 여하튼 이 나라 네덜란드의 사회제도와 그 변화과정을 살펴보면 현재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가 고민해 보아야 할 점이 많다.

 

좋은 책 만나 행복한 독서경험을 했지만, 사진, 도판이 부족해서 별 하나를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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