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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세계사 - 신화적 인물은 없다
엄창현 지음 / 페이퍼로드 / 2006년 12월
평점 :
<뜻밖의 세계사>란 제목에서 가진 기대와는 다른 책이었다. 통사식도 아니고 인물평전 열전식도 아니었다. 아마, 저자분께서 관심 두신 역사 인물들에 대해 자신의 견해 피력한 글들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저자분의 집필 의도나 출판사의 편집 의도가 궁금해진다.
책에서 다룬 인물들을 훑어보겠다. 마타 하리, 체 게바라, 스파르타쿠스, 무솔리니와 히틀러, 나폴레옹, 시이저, 지아코모 카사노바, 토마스 뮌처, 엥겔스, 오웬과 푸리에, 프란시스코 프랑코, 레닌, 요하네스 케플러 등이 전체 15장에 배분되어 등장한다. 큰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인물들의 면모를 다루어도 일대기식 구성이 아니다. 엥겔스나 프랑코는 청년기만 다루고 시이저는 죽는 순간만을 다룬다. 히틀러와 마이카 시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기는 하지만 초보 역사 독자의 경우 전체 인물의 공과를 살피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역사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갖는 생각인데, 저자분의 의도가 아님이 보이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곡해하게 만드는 부분이 이따금 보인다. 저자분의 미숙함 때문이 아니다. 말하자면, 저자분은 다 아는 이야기이므로 생략하거나 충분한 근거 제시 없이 바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시시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본문 135쪽 히틀러의 제3제국 부분에서 저자분은 '고대의 로마가 제1제국이었고, 로마멸망 이후 로마의 고토에 성립되었던 신성로마제국이 제2제국이며, 자신이 건설한 제국이 제3제국이라고 주장한 자가 있었다. 히틀러다. 우리는 그가 건설했던 나라를 나치독일이라 부르고 있으나 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제3제국으로 불렀다'라고 되어 있는 부분을 보자. 미흡한 내가 보기에 이는 저자분이 지금의 독일지역에 위치했던 과거 800 ~1806년까지의 신성로마제국과 1871~1918년의 독일제국이란 존재를 몰라서 이렇게 서술한 것이 아님을 안다. 히틀러의 망상을 효과적으로 서술해 주기 위해서 그런 거다. 그러나 이를 초보 독자들은 히틀러의 제3제국이 로마, 신성로마제국에 이은 3번째 제국이란 의미로 오해할 수 있다. 또 재미있게 서술하시려고 위트를 가미한 부분이 독자인 내게는 불편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327쪽의 레닌의 혼혈 가계도를 언급하시는 부분에서 "레닌은 완전한 잡탕이었다"라고 하신 부분, 레닌의 신체 묘사 부분에서 "숏다리"라고 하신 부분이 그랬다. 이 부분은 내가 예민해서 그럴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전체 서양사를 웬만큼 아는 독자분이 저자의 견해를 참고하는 의도로 읽기에 좋은 책이다. 일반적 인물 소개 부분보다 저자의 전공 분야와 관련하여 토마스 뮌처와 기독교 공산주의 부분, 공상적 사회주의자의 ‘구체적’ 사회개혁 복안 오웬과 푸리에의 ‘신도시 플랜’ 부분은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