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십자군 이야기 1 ㅣ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송태욱 옮김, 차용구 감수 / 문학동네 / 2011년 7월
평점 :
어쩌다 보니 시오노 나나미 저자의 전작을 다 소장하고 읽게 되었다. 말하자면 '빠순이'가 된 게다. 괴이하다.난 이 저자의 역사를 보는 시선이나, 다루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욕하면서도 계속 이 저자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찾아 읽게 된다.
책은 1차 십자군 원정을 다룬다. 11세기 말, 비잔틴 황제의 원군 요청을 자기 나름으로 해석하여 민중과 기사집단을 선동한 교황 우르바누스 2세와 은자 피에로에게서 이야기가 시작하여 고드프리드, 보두앵, 보에몬드, 탄크레디의 활약으로 중근동 지중해 해안가에 예루살렘 왕국, 에데사 백국, 안티오키아 공국, 트리폴리 백국 등 프랑크인들의 국가가 세워지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이런 사항들이야 기존 도서들에도 다 나와있는 바이다. 별 새로운 해석은 없다. 저자만의 특색인, 인간성에 대한 고찰과 남자의 매력에 대한 언급이 행간에 종종 보일뿐.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책을 읽는 재미이긴 하다.
예를 들자면, 예루살렘 공격 이전에 군대가 예루살렘 성벽 주위를 맨발로 돌며 속죄의식을 보이는 장면에서 "이렇게 그리스도 전사들은 그리스도교식으로 말하자면 '속죄', 동양에서 말하는 '목욕재계', 내가 보기에는 '집단 세뇌'를 마쳤다.(본문 233쪽)"라고 서술하는 것은 정말 독자를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필력이지 뭔가!
또한 "후세의 많은 역사가들은, 예루살렘을 해방한 후 유럽으로 돌아간 장수들을 영토 욕심이 없고 신앙심으로만 뭉친 기사들이었다고 칭찬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결국 책임감이 많고 적음의 차이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신앙만으로는 신앙조차 지킬 수 없는 것이 인간상의 현실이니까(본문 253쪽)"에서처럼 역사가는 절대 쓸 수 없는 분석을 해 주는 것을 읽는 재미도 좋다.
하지만 이 저자의 책들을 읽어가다 보면 은근 대장이 불편해져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된다. 좋게보면 이 저자는 선악의 개념을 떠나 실리 면에서 사건을 분석하고 어떤 한가지 이념에서 자유로운 다신교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나쁘게 보면 이 점이 힘을 가진 자의 실효적 지배를 긍정하는 쪽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사실 꼭 부쉬를 들먹이지는 않더라도 이 지역의 비극적 역사의 근원을 거슬러올라가자면, 십자군 전쟁을 이렇게 서술해서는 안 되는 게 아닌가. 이번 십자군 서술도 예루살렘 '해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서구 침략자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다. 물론 이슬람 쪽의 자료도 언급하기는 하지만. 무식한 내가 보기에는 겁나 심플해 보이는 십자군 전쟁사 책이었다.
흠, 결국 내가 하고픈 말은 이거다. <로마인 이야기>처럼 이번 책의 원제에도 '모노카타리物語'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모노가타리는 이야기, 전설, 설화란 뜻이다. 바로 이 점, 시오노 저자의 책을 읽을 때마다 명심해야 한다. 이 저자의 저작들은 역사서가 아니다. 그러니 다른 역사서를 먼저 읽고, 이 저자의 책은 수필의 맛만을 찾아 읽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