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문화사 - 역사문화라이브러리
다카시 하마모토 지음, 김지은 옮김 / 에디터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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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자의 <문장으로 살펴보는 유럽 역사>를 매우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었기에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 니벨룽겐의 반지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뭐 건질 수 있을까, 하는 목적으로 읽었지만 다 기본적인 진술들 뿐이었고, 새롭거나 깊이 있거나 뜻밖의 해석은 전혀 만나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유익했던 점은 이런 거다. 이 저자도 독일문학 전공인데 자신의 전공 쪽 자료 섭렵하던 와중에 접한 자투리 지식이나 궁금증을 모아 이렇게 틈새 시장의 대중 역사서를 썼다는 점. 일본 대중 역사 집필자들을 보면 이런 경우가 상당히 많다. 자기 분야 스페셜리스트이면서 인접 분야의 제네럴리스트인 것인데, 이 와중에 상당히 새로운 시선으로 역사를 씨줄 날줄 엮어 보여주는 신선함이 있다. 아, 이러다 일본인들보다 일본인 저자들을 내가 더 많이 읽을듯.

 

내용은 이러하다. 커다란 역사적 체계는 없고 그냥 이모저모 다루고 있다. 처음의 반지는 인장에서 출발했다는 것, 그리고 무기, 독 넣은 반지, 골무 등등의 실용적 목적을 가진 반지들을 소개해 준다. 반지의 민속학에서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바다와의 결혼' 의례를 소개하고, 약혼 · 결혼반지의 역사를 간략히 알려준다. 반지가 정치적 · 종교적 권위를 상징한다는 점을 이어서 서술하고, 반지의 상징성을 이야기 해 준다. 반지의 원은 영원을, 우리 몸을 묶는 것이라는 점에서 계약과 구속을 상징한다는 뻔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심지어 하트는 사랑의 심벌이라는, 정말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도 해 주신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저자의 다른 책에 비해 좀 수준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그외 반지, 장갑, 반지의 유행, 탄생석과 반지 이야기를 거쳐 고대 신화, 전설, 그림 동화 속의 반지 이야기가 등장하며, 마지막에 니벨룽겐의 반지 이야기가 아주 조금 나온다. 내 독서 의도와 달라, 내 글쓰기에 필요한 내용을 전혀 얻지 못해서 아쉽다. 도판이 풍부한 점은 아주 마음에 든다. 유럽의 민속 박물관을 간다면 더 많은 것이 이 책 덕분에 보일 것 같다.

 

이 저자분, 더 지켜보고 신작 번역서를 기대해볼 만한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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