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 신대륙 발견부터 부시 정권까지, 그 진실한 기록
하워드 진.레베카 스테포프 지음, 김영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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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과 미국 역사에 대해 갖는 막연한 호감 말이다. 6,25 전쟁을 경험하신 어르신 세대들이야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에 대한 '재조지은'의 감정을 현재 미국에 대해 품고 있는 것에 대해 이해가 조금 된다. 현재 집권 세력들이야 우리나라 서민들보다 미국 지배계급에 더 '프렌들리'하므로 이해가 많이 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내 또래들까지, 어린 친구들까지 미국에 대해 중고교 시절 세계사 교과서에 씌여진 그대로의 자유 정의 민주주의 수호국이라는 막연한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일까? 기브 미 초컬릿, 하던 세대들도 아닌데.

 

역사서를 읽어보면 내가 처음 역사를 배우던 80년대와 현재 2010년대의 역사 서술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대혁명에 대해서는 예전과 달리 냉정하게 부르조아 혁명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나폴레옹도 더이상 영웅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독 세계 각국사에 대한 서술에서 미국사 파트만은 예전 서술 그대로, 미국 보수 역사가들이 쓰는 말 그대로 서술되어 현재 학계의 수정주의적, 진보적 시각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식민지 엘리트들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미국 독립 전쟁은 자유를 위한 전쟁으로, 북부의 상공업 분야 이익을 지키고 남부의 연방 탈퇴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 남북 전쟁은 노예 해방을 위한 거룩한 전쟁으로,,, 뭐 이런 식이다. 그래서 나는 세계사를 통사로 서술한 대중 역사서를 읽을 때면 미국사 서술부터 먼저 읽어 본다. 미국사 파트의 서술을 보면 그 책의 저자가 얼마나 최근 서적들을 읽고 공부했는지, 저자의 세계를 보는 시선이 어떤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뭐 사람 만나 이야기해 볼 때에도 그렇긴 하다. 자신이 미국 국적의 백인 부자 남성도 아닌데도 왜들 이러셔! )

 

책 내용을 요약하여 미국사를 간추려 놓지는 않겠다. 저자가 서술하는 입장은 기본적으로 이렇다. 미국이란 나라는 원주민에 대한 침략과 학살에서 탄생했다는 것. 그러나 경건한 필그림 파더스의 이미지에 이 피묻은 태생은 가려진다. 영국의 압제에 인간의 존엄한 권리를 선언한 독립선언서는 오직 백인 청교도 남성의 권리만 선언하고 있다. 흑인과 여성과 인디언에 대한 권리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의 비약적 발전은 늘 신참 이민자의 피땀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지 않다. 강제로 끌려와 노예가 된 아프리카인들을 포함해서. 미국 사회의 심한 인종 갈등은 빈곤한 백인 하층 집단의 불만을 유색인종들에게 돌려 그들과 연대를 막게 하는 기능을 가진다. 미국은 경제 위기가 있을 때마다 다른 국가에 대한 침략으로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전통적으로 멋진 의미를 부여하거나 선제 공격이나 도발을 유도하고 참전하는 경향이 있다. 자국민들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지 예산을 늘리거나 부자 증세를 할 의향은 없다. 군비만 줄여도 될 터인데 그렇게 되면 다른 나라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포기해야 하므로 세계 경찰의 지위를 유지하려고 한다. 물론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자의 허울아래, 챙길 이익은 다 챙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민중은 꾸준히 연대하여 저항해 왔다,,, 책은 이런 관점으로 서술된다.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이란 의미 부여에 능숙한 동물이므로 역사서를 읽을 때엔 주의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통사류에 언급된 요약된 역사를 읽을 때면 더더욱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책의 분량상 '어떤 일이 벌어졌는데 이 일은 이런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정도만 읽을 수밖에 없기때문에 저자가 부여한 역사적 의미만을 머릿속에 기억하고 생각 없이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역사서를 읽을 때마다 긴장을 한다. 내가 나 스스로를 편견에 빠뜨릴까봐. 하지만 난 이 책을 읽을 때에는 기꺼이 저자가 보는 입장에 서서 미국사를 보고 싶었다.

 

이 책은 2001년 <미국 민중사>란 제목으로 일월서적에서 2권으로 나뉘어 나온 두꺼운 책의 축약본인 셈인데, 최근 역사 4장 정도가 추가되어 나왔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인디언 학살사에서부터 클린턴, 부시 시대까지를 서술한다. 다른 미국사를 읽어 보고 전체 역사 흐름을 파악하고 계신 분께 권한다. 이 책은 그리 친절하게 통사를 객관적으로 서술해주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제인 <미국 민중사> 그대로 부와 권력을 독점한 자들의 이익을 지키려는 미국 정부에 대해 미국 민중들이 저항한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인 책이다. 그렇다,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올바르다. 좋은 역사서란, 훌륭한 의미에서 가장 주관적인 서술을 통해 권력과 언론을 가진 이들이 숨기는 부분까지 서술해주는 책이니까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한국은 일본의 통치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았지만 두개의 국가로 분열되었다. 북한은 사회주의 독재 국가로, 남한은 보수적인 독재 국각가 되었으며, 각각 소련과 미국에게 예속되었다.

- 본문 210쪽에서 인용

 

위와 같이, 미국의 진보 사학자가 보는 미국 관련 한국사 서술을 읽는 재미는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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