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에서 본 중세 - 책, 안경, 단추, 그 밖의 중세 발명품들, 역사도서관 003 역사도서관 3
키아라 푸르고니 지음, 곽차섭 옮김 / 길(도서출판)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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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 재미있다, 재미있다! 어떻게 역사서인데, 강단 사학자인데 이런 서술이 가능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감탄하고 즐거워하고 샘나서 아토피 돋은 피부가 마구 가려웠다. 아, 이렇게 위의 두 문장을 쓰고 나니 더 쓸 말이 없다. 약간 또라이 같지만, 책에다 대고 이렇게 말해주고 싶을 정도다. 당신, 왜 이제야 내 앞에 나타난 거죠? 왜? 왜? 왜? 남자라면 넥타이 잡고 목이라도 조르고 싶다.

 

(계속 이렇게 쓰다가는 친구분들이 걱정하실 것 같군. 워워, 진정하고 계속)

 

키아라 프루고니의 이 책은 서양 중세의 발명품들의 역사를 가볍고 재미있게 들려준다. 안경의 발명자를 추적하는가 하면 중세 성화 속에 등장하는 안경을 놓고 안경의 변천사를 들려준다. 곧이어 대학, 마취약, 대학 교과서와 관련한 책 제작술, 활판 인쇄술의 발명으로 이야기는 거침없이 뻗어간다. 마취약과 아라비아 숫자와 영(0)의 사용과 전파 과정,  카드, 타로 카드, 체스 등의 중세에 발명된 오락과 잡기들의 역사, 카니발과 사순절의 관계, 연옥의 탄생과 도시의 시간, 시계의 발명,  도레미파솔라시 음계의 이름이 붙게된 경위, 단추와 탈착식 소매의 발명, 사치품인 팬티와 바지, 스타킹 착용의 얼마 안 되는 역사까지 중세 발명품들의 소소한 역사가 당시 민중들의 삶과 함께 펼쳐진다. 저자는 마치 구연 동화 들려주시는 할머니처럼 구수하게 대상을 넘나들며 서술하시는 능력자이시다. 포크의 사용사를 말하다가 포크 보급에 지대한 공헌을 한 마카로니의 역사로 넘어가고, 다시 마카로니의 재료인 밀가루 이야기로 넘어갔다가는 밀가루를 만드는 방앗간과 중세의 수력 풍력 사용을 논한다. 재미있어서 미칠 지경이다! 그리고 읽다보면 어느새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중세를 암흑기로만 보고 중세의 가치를 간과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내가 그동안 조금이나마 읽었던 유럽사의 저자들은 대부분 영, 프, 독 국적이었는데 이렇게 이따금 이탈리아 사학자의 책을 읽어보면 서술방법이나 접근방법에서 같은 미시사, 생활사라 해도 매우 개성적인 스타일을 지닌다는 느낌이 든다. 이 부분은 내 공부가 부족해서 아직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저자분이 이탈리아 중심의 중세 역사를 말하고 있는 점은 좀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하겠다. 내가 보기에는 나침반이나 국수, 화약의 발명 등에서 동양의 영향을 언급하지 않는 점은 좀 아쉽다.

도서출판 길의 '역사 도서관'시리즈에 속한 책들은 정말 매혹적이다.현재까지 나온 9권 중 이 책 <코 앞에서 본 중세>와 <마녀와 베난단티의 밤의 전투>, <중국의 서진> 이렇게 3권을 읽었는데 읽는 동안 눈 깜빡이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읽고 또 읽고 싶었다. 마지막 장을 읽고 덮고나니 저자분과 역자분 모두에게 샘이 나서 몸에 열이 오르는 것 같다. 멋진 독서 경험이었다. 아, 이런 헛소리 쓸 시간에 계속해서 더 읽어야지! (혹 오해 있을까봐 밝힘. 3권 모두 나 스스로 구입해 읽은 책임. 심지어 <마녀와 베난단티의 밤의 전투>는 품절되었기에 중고서점에서 정가보다 더 비싸게 주고 어렵게 구해 읽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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