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라 버드 - 19세기 여성 여행가 세계를 향한 금지된 열정을 품다
이블린 케이 지음, 류제선 옮김 / 바움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이사벨라 버드, 그녀의 이름을 처음 들어 본 것은 김수영 시인의 시 <거대한 뿌리>에서였다. '나는 이사벨라 버드 비숍여사와 연애하고 있다,,,'라는 대목. 이후 열전 식의 책을 통해 띄엄띄엄 그녀를 만나다가 이번에 드디어 한 권의 평전으로 그녀를 만났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 여행가로 유명한 이사벨라는 1831년 영국 요크셔에서 영국국교회의 딸로 태어났다. 건강이 좋지 못했던 그녀는 공기를 바꾸는 것 외엔 별다른 치료법이 없던 시절, 의사의 권유에 따라 캐나다와 미국을 여행했다. 1854년이었다. 여행 후 그녀는 <미국에 간 영국 여인>이라는 책을 출간한다. 놀랍게도, 그녀의 고질병은 여행할 때에는 사라지곤 했다. 지금이라면 당시 사회의 여성 억압이나 그밖의 심리적 원인을 쉽게 언급했지만, 그때는 그런 시대가 아니었다. 여튼, 그녀의 건강상의 이런 이유로,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그 시대에 그녀는 계속 혼자 여행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사벨라가 원래부터 사회적 인습에 저항하고 거침없는 성격을 지닌 모험가였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평생 목사의 딸로서 자라면서 받았던 교육, 그녀의 몸에 밴 당시의 사회 풍조,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어머니, 아버지, 여동생, 남편의 죽음 앞에서 느낀 죄책감때문에 갈등하고 괴로워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여행을 계속했고 기존의 자신의 틀을 깨 갔으면, 이를 책으로 남겼다.


이사벨라는 영어가 통하는 모국의 식민지역을 숙녀답게 여행한 것이 아니라 당시로서는 오지로 알려진 지역을 다녔다. 오스트레일리아, 하와이, 일본(그것도 개항지 주면이 아니라 북해도 원주민 마을에), 인도, 티베트, 페르시아, 쿠르디스탄, 한국, 중국 등등을. 여행가로서 성공한 것에 비례하여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1892년, 여자로서는 처음으로 영국 왕립지리학회의 회원이 되었다. 죽기직전까지 여행 계획을 세우던 이사벨라 버드는 1901년 모로코를 여행한 후 1904년 에든버러에서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73세였다.

 

내가 그녀의 일생에서 감동을 받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평생 자신의 병과 자신이 살고 길들여져 자신 안에 있는 세계의 인습, 편견과 싸운 사람이었다는 점. 그녀는 그렇게 씩씩하게 혼자 여행을 떠났으면서도 자신이 바지를 입고 말을 탄, 부도덕한 여자로 세상에 보일까봐 두려워했다. 로키 산맥에서 격정적 사랑에 빠졌으면서도 다른 사람의 이목을 두려워하여 그 사랑을 정리했다. 게다가 그녀 인생의 중요 업적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후에 마흔이 넘어 이루어졌다. 예순 살 이후가 그녀의 절정기였다. 그렇다, 그녀는 날 때부터 모험가에 여행가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저 평생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갖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그녀 자신이 된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평생 자신과 갈등하며 싸우며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고 보고 싶어하던 세상을 보았다.

 

,,, 그녀는 나와, 바로 내 곁에 있는, 평범한 언니들과 너무도 같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좋다. 같은 인물을 다룬 책이라 하더라도, 평전은 지은이에 따라 강조해서 서술하는 입장이 다른 법이다. 이 책은 그녀를 바라보는 내 마음을 작가가 대신 잘 담아 그려주고 있어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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