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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과 마리 앙투아네트 신화
주명철 지음 / 책세상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을 중심으로 마리 앙트와네트에 대한 당시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프랑스 혁명에 당대의 인쇄물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는 책이다. 마리 앙트와네트를 통해 18세기 후반의 프랑스 사회의 변화를 독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다. 제목인 <~ 신화>는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허구로 조작된 이 목걸이 사건이(왕비는 사기 당한 피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죄인이 되었다!) 프랑스 사회에 끼친 영향 때문에 붙인 제목인 듯 하다. 결국 마리 앙트와네트는 오스트리아와 절대 왕정에 대한 적개심 때문에 실제 죄목보다 과장된 공격을 받고 처형되었으며, 후대에까지 멸시받고 있다. 이에는 그녀가 여성이었던 까닭도 크다. (물론 나는 이 부분에 관심이 있다)
1부는 목걸이 사건을 다룬다.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은 비싼 목걸이를 만들어 놓고 팔지못한 보석상이 사기꾼 라 모트 백작부인에게 속아 왕비에게 전달된다고 믿고 목걸이를 넘겨 준 사건이다. 백작부인이 연기지도를 한 창녀를 왕비라고 속여서 만나게 했기에 루앙 추기경은 왕비의 환심을 사기 위해 믿고 보증을 섰다. (이후 추기경이 재판 동안 자신은 왕비를 사적으로 만났다고 주장한 점에서 왕비와 추기경의 불륜설이 퍼진다) 백작부인은 목걸이를 해체하여 팔아 넘긴다. 예정된 날짜에 목걸이 대금이 지불되지 않자 보석상 주인은 왕비에게 직접 찾아가게 된다. 곧 공개재판을 통해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다. 마리 앙투와네트는 사건과 아무 연관이 없었지만, 이미 사치, 노름, 밤 늦은 유흥과 오스트리아 편을 든 정치개입 등으로 왕비에 대한 여론은 나빠져 있는 상태였다. 사건의 진위를 떠난 재판 기록물은 인쇄되어 팔렸고 왕비를 조롱하거나 비방하는 음란 문학, 인쇄물 등은 모두 대중적으로 성공했다. 이러한 중상 비방문들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부정적인 신화를 만들었다. 이런 과정으로 형성된 여론은 왕과 왕비와 신성함에 흠집을 내면서 프랑스 왕정의 기반을 서서히 흔들어 혁명과 이후 왕 부부의 처형에 일조한다. 2부에는 관련 자료가 실려 있다. 지금 읽어도 상당히 음란하다. 진정한 19금이다. (책 전체의 주제와는 상관없지만, 남녀 생식기를 한자어가 아니라 순수 고유어로 써 놓은 것을 문자 언어로 보니 더 음란한 듯 해 보인다. 프랑스 혁명 당시 이 인쇄물이 전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1차 사료를 순수 고유어로 번역한 저자의 의도가 느껴진다)
책의 내용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베르사유의 장미>, 로버트 단턴의 <책과 혁명>, 린 헌트의 <프랑스 혁명의 가족 로망스>와 <포르노그라피의 발명>의 내용을 종합한 듯 보인다. 앞의 책을 이미 읽은 독자에게는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어차피 국내 학자들의 역할이 그런 거 아닌가? 이에 대해 고마워할 일이지 흠잡을 일은 아닌 것 같다. 컬러 도판과 마리 앙투아네트의 서신과 유언, 사건 관련자들의 증언, 사건 개요서, 음란물에 가까운 중상 비방문, 시 등 당대의 문학작품 등 다양한 자료가 담긴 점, 그 원자료를 우리말을 살려 심하게 잘 번역해 실은 저자의 노고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