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중국을 찾아서 2 이산의 책 7
조너선 D. 스펜스 지음, 김희교 옮김 / 이산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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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의 2권은 명말에서 시안사변까지 다룬 1권에 비해 내게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서 읽으면서 조금 힘들었다. 대개 중국사 역사책은 1945년 이후에는 중공 성립 과정 조금, 그리고 바로 경제개방 이야기로 넘어가기에 그 사이의 빈 역사는 위화의 소설이나 장예모 영화나 보면서 채워갔기에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아마 이 부분은 나뿐만 아니라 다들 그러실 것 같다)

 

1권에 이어, 큰 의미는 없지만 이 책의 내용을 일단 요약해 보기로 한다. 2권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시작한다. 일본이 일으킨 중일전쟁으로 동부해안지역을 상실한 중국은 분열된 상태로 일본과 전쟁을 해야만 했다. 충칭에는 국민당 정부가, 옌안에는 공산당 정부가 각각 들어선 것이다. 일본의 항복이후 미국의 엄청난 지원에도 불구하고 국민당군은 패배하여 대만으로 가서 2,28학살을 저지르고 대륙에는 중화인민공화국이 탄생한다. 곧이어 한국전쟁에 참전한다. 이어서 저자는 중국의 정부 구조, 군대 개혁, 외교정책을 다루며 대약진 운동과 문화혁명의 실패를 다룬다. 사이사이 티벳 문제와 중소 국경분쟁, 닉슨 방문등 굵직한 문제들도 서술한다. 위기에 처할 때마다 거물 정치인을 희생시켜 돌파구를 찾는듯한 정치인들의 권력 투쟁 모습도 담담히 묘사한다. 저자는 뒷부분으로가면 덩샤오핑 집권이후 문호개방과 경제특구 등 개혁 개방 쪽 역사를 깊이있게 다룬다. 그리고 1989년의 천안문 시위군중을 학살한 사건으로 책을 마친다.

 

일단 책 자체가 분량이 있으므로 다른 역사서에서 대강대강 큰 사건 위주로 지나가던 일련의 사건들을 제대로 전후 관계를 파악하며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1권에서도 느꼈던 점인데 저자는 공산당이나 국민당의 편을 들거나 비판하거나 호의적으로 그리려는 시도 없이 비교적 사실을 성실하게 서술하고 있다. 마치 춘추전국시대의 각 나라들 묘사하듯 말이다.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를 자세히 서술한 점이 좋았다. 이렇게 중-미 관계사를 읽다보니 뜻밖에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시야의 폭도 넓어지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또 이 저자분의 서술에서 재미있었던 점은 16세기 명말부터 한 흐름으로 중국근대사를 다뤄주시다보니 어떤 중국사의 보편적 맥락에서 현대의 제반 문제까지 보고 분석해 주시는 점이었다. 예를 들자면 명 청 시대의 관료제나 현재 공산당 지배계층이나 같은 맥락에서 부정부패의 문제점을 지적한다거나, 현재 중국이 진행하는 개혁과 개방 정책도 자신들의 (공산주의) 이념의 순수성은 유지한 채 서구 자본주의의 장점만 취하려는 태도에서 19세기적 오류(아마 양무운동인듯)가 보인다고 지적하는 점 같은 부분말이다. 대표적으로 천안문 사태를 평가한 아래 인용 부분을 한번 볼까. 

 

일부 중국 시민과 노동자들의 전례 없는 분노와 잔인성의 폭발은, 그것이 바로 그들이 죽인 군인들의 가혹한 행동 때문에 촉발된 것이라 할지라도 또 다른 종류의 전통을 드러내고 있다. 거의 또는 전혀 교육을 받지 못하고 특별한 지도 이념도 없는 보통 중국 인민은 자신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저항하여 들고 일어났다. 더 나은 삶에 대한 막연한 희망, 내적인 절망감, 비참한 생활환경, 바로 이런 것들이 비타협적이고 무관심한 정부에 대항하도록 자극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무기 없이 군인을 죽이려 하는 사람은 적의 무기고를 점령할 때까지 맨손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명 말의 농민반란, 왕룬의 절망적인 추종자들, 린칭 또는 백련교도, 염군, 의화단, 20세기 후난과 상하이의 농민과 도시 노동자, 이들 모두가 그들이 참을 수 있는 냉대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 본문 348-9

 

여튼, 10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으면서 독자인 나 자신은 여러번 딴길로 샜건만, 이 저자분은 16세기 명말부터 1989년 천안문 사태까지 일관된 시야로 이 방대한 역사를 들려 주셨다. 이 아래 인용 부분을 보시라. 1권의 처음과 2권의 마지막 부분인데, 말도 안되는 비유지만, 완벽한 수미상응이지 뭔가.

 

교토에서 프라하까지 그리고 델리에서 파리까지 각 수도에는 거만한 국가적 상징물이 있게 마련인데, 그 도시들 가운데 베이징에 있는 궁전처럼 정교함을 자랑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엄청난 성벽 뒤에 자리잡은 베이징의 황궁에서는 번쩍이는 황금색 지붕과 자금성의 넓은 대리석 정원이 황제의 위엄을 상징하고 있었다. 줄지어 서 있는 각 건물과 알현실의 넓은 계단과 거대한 문들은 기하학적 순서로 치밀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베이징 남쪽을 향해 세워진 아치문과 일직선을 이루고 있어서 모든 방문자들에게 만물의 이치가 중국어로 하늘의 아들(天子), 바로 황제에게 체현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 1권 처음부분

 

지난 4세기 동안의 지도자들이 그랬듯이 1980년대의 중국 지도자들에게도 정치적 저항이나 통치행위에 참여하려는 욕구는 여전히 불충의 증거이자 무질서의 전조로 보였다. 그러나 중국이 허약한 무능력의 악순환에 다시 빠지지 않으려면 1990년대에는 그런 태도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 자금성의 번쩍이는 황금색 지붕과 넓은 아름다운 정원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지만, 그것들은 지금 그 앞에 펼쳐진 거대한 열린 공간으로부터의 새로운 도전을 반사해 버리고 있다. 인민이 그들의 목소리를 되찾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의 근대 중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2권 끝부분.

 

2권 뒷부분에 수록된 가나다 순 용어 해설도 매우 유익했다. 서가에 오래오래 간직하고 참고할만한 내 인생의 책이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중국사는 춘추전국시대나 삼국시대 등 고대사만 알고 오히려 현대사는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또 이유 없이 현대 중국을 무시하는 경향도 있다(아마 한반도인으로서 중국을 무시하는 시대를 살아본 세대는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싶다). 그런 분들께 스펜스의 이 책 2권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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