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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성 - 전족 한 쌍에 눈물 두 동이
루링 지음, 이은미 옮김 / 시그마북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전통시대 중국 여성들의 삶의 모습이 궁금해서 읽었다. 통사는 아니고, 봉건시대 남존여비 종법사회에서 중국 여성들이 굴욕과 고난을 겪은 역사를 전족의 폐혜, 결혼과 성, 후궁과 궁녀, 기녀, 첩 제도 등을 통해 서술하며 더불어 근대 여성해방운동을 담고 있는 사례집같은 성격을 가진 책이다. 역사책에 나오지 않는 생생한 모습들이 관련 자료 인용과 더불어 잘 묘사되어 있어서 500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이지만 단숨에 읽힌다. 좀 편집이 엉성해 보이기는 하지만 사진 등 도판 자료도 풍부하다.
전족 부분 설명은 정말 뜻밖이었다.이 책에 의하면 전족은 4,5세부터 소녀의 발을 묶어 자라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발가락을 구부러트리고 묶어서 마치 주먹을 쥔 상태처럼 만드는 것이라 한다. 그러다보면 살이 짓물러 고름이 되어 흘러 내리고 뼈만 앙상하게 남는다고 한다. 덕분에 중국 여성 해방운동의 역사가 전족 철폐의 역사와 맞물리는 이유를 제대로 알았다.
그리고 태평천국 운동이 중국 여성 해방에 많은 기여를 한 점이 흥미롭다. 태펑천국의 천조전묘 제도는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농토를 인구에 따라 평등 분배한, 세계 역사상 전례가 없는 토지개혁제도였다. 또한 이들은 일부일처제 주장과 전족 금지령도 내렸다니,,, 이 부분 참으로 흥미롭다. 일단 스펜스 책으로 더 읽어봐야겠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든다. 그나마 기록에 남은 여성들의 이야기는 황후나 비빈, 궁녀, 기녀 등 지배계층에 속하거나 지배계층과 관련있는 사례뿐일텐데, 나머지 대다수 여성들의 삶은 어디에서 제대로 된 기록으로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또 이런 생각도 해 본다. 중국 여성이 쓴 이 책은 곳곳에서 사회주의 체제에서 교육받은 지식인다운 시각을 보여주는데, 과연 중국 공산 혁명의 역사가 중국 여성의 평등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나, 하는 생각. 더불어 이런 의문도 든다. 지금 상하이 등 경제 개방으로 한국인이 많이 진출해있는 도시의 딸 가진 부모들은 딸자식이 말썽 피우면 "너 그러면 이담에 커서 한국 남자에게 시집보낸다!"라고 야단치며 겁준다고 하는데, 과연 현대 중국여성들은 완전한 평등을 누리고 있는 것일까? 그녀들이 보기에 한국은 아직도 봉건적 남녀차별이 남아있는 미개한 나라로 보이는 것일까?
쓸데없는 말을 쓰기도 했지만, 여튼 이 책, 한 번 읽어볼만 하다. 역사서의 빈틈을 채워주는 이런 독서도 필요하다. 아쉬운 점은 각 자료 인용의 정확한 출처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 (두고두고 써먹으려 했다만, 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