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루쉰 - 루쉰의 아들로 살아온 격변의 중국
저우하이잉 지음, 서광덕.박자영 옮김 / 강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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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의 아들 저우하이잉의 회고록이다. 제목은 루쉰을 걸고 있지만 루쉰에 대한 회고는 큰 분량이 아니다. 저자는 아버지 루쉰과 8세때 사별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머니 쉬광핑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 물론 나는 쉬광핑이 궁금해서 이 책을 찾아 읽었기에 만족한다. 

 

그러나 제목에 루쉰이 있는 것은 합당한 듯 싶다. 루쉰 사후 쉬광핑과 저우하이잉 모자의 삶은 여전히 루쉰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거대한 아버지를 둔 가족의 중압감이 느껴질 정도이다. 루쉰의 유족들은 평생 루쉰 선생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조심하며 살아야했다. 저우하이잉의 아들의 결혼 문제에 대한 에피소드라든가 쉬광핑의 사망 당시 홍위병과 장칭과 얽힌 일화 등은 다른 책에서 읽지 못한 부분이어서 흥미로웠다. 물론, 회고록이므로 어느 정도 저자의 의도적 혹은 무의식적 왜곡은 감안하고 읽어야하겠지만.

 

이 회고록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1930년대 상하이의 풍경을 묘사한 앞 부분이다. 아름다운 수필을 읽는 듯했다. 그러나 상하이를 탈출하여 홍콩을 거쳐 베이징으로 탈출한 이후의 삶은 좀 목적의식이 강하게 있는듯하다. 이 회고록을 바탕으로 어떻게 보면 쉬광핑의 공산당 찬양과 대외 활동은 그녀 자신의 정치적 신념 때문이 아니라 루쉰의 업적을 지키기 위한 보신 술책인 것처럼 보인다. 이 부분은 앞으로 쉬광평 연구자들이 밝혀 주겠지.

 

어머니께서 학생 시절에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쳤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일을 돕게 된 다음부터, 어머니는 일체의 사회활동을 접고 원고 청탁도 거절하면서 친구들이 칭찬해 마지않는 현모양처이자 가정주부로 지냈다.

-  본문 308쪽에서 인용.

 

뭐 중요한 지적은 아니지만, 루쉰과의 10년 결혼생활동안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서 발휘하지 못하고 남편 내조만 했던 어머니 쉬광핑에 대해 아들이 위와같이 서술한 것을 읽으니 쓴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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