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8세와 여인들 1
앨리슨 위어 지음, 박미영 옮김 / 루비박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을 5년전에 이미 읽고 1,2권에 각각 리뷰를 남긴 적이 있다. 그때는 책이 참 엉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읽고, 나의 예전 리뷰를 다시 읽어보고 깜짝 놀랐다. 아, 내가 예전에는 정말 많이 모자랐구나, 이 책 정말 괜찮은 책인데 내가 이 책의 장점을 몰라 봤구나, 하고 말이다.

 

일단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원저의 가치와 번역 과정의 문제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했다. 번역이 신중하지 못하다는 생각은 5년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저자는 당시 유럽사, 영국사 쪽을 공부하시고 번역하신 분이 확실히 아니다. 여러 용어 번역을 보면 알 수 있다. 역사책에서 통용되는 용어 대신 번역자분이 독창적으로 번역해서 만들어낸 용어가 등장할 때마다 황당할 정도이다. 그리고 가계도가 실려 있건만 다 숙부, 숙모, 조카, 사촌으로 친족 관계가 정리되는 것은 어이없다. (유럽 왕가가 등장하는 역사서를 번역할 때는 가계도를 옆에 놓고 번역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점을 감안하고, 한국어 번역 이전의 원래 문장을 떠올려 사실 관계만 확인하며 읽어보면, 이 책은 매우 훌륭하다. 당대 여러 인물들이 그 인물, 그 사건에 대해 논평한 기록을 꼼꼼히 옮겼기 때문이다. 처음 읽던 5년전, 그때는 몰랐다. 하지만 지난 5년동안 다른 역사책을 읽어보며 이 책에서 다룬 자료, 기록, 논평들이 비중있게 등장하는 것을 수십 번 목격하였기에, 이제는 알겠다. 이 책의 저자가 얼마나 많은 자료를 확보하여 객관적으로 서술하려고 노력했는지. 물론 그러다 보니 저자의 한 인물에 대한 평가가 일관되지 않고 인용한 자료에 따라 왔다갔다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점을 내가 전의 리뷰에서 "사관 없다"고 말한 것은 전적으로 내가 무식해서였다. 이건 저자의 사관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 나는 이런 이 책의 장점을 5년 전에는 몰랐다. 창피해서 전에 쓴 리뷰 두 편을 삭제할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냥 두고 새로 리뷰 올린다. 좋게 보면, 5년동안 내가 발전했다는 증거도 되니까. 이런 것을 목격하고 깨닫는 것, 바로 블로그에 리뷰 쓰기의 장점이 아닐까.

 

 

덧붙임1) 참, 전체적으로 이 책은 런던 주재 에스파니아 대사 차푸이스의 기록을 많이 인용한다. 이 모든 헨리 8세의 결혼이혼처형 소동을 지켜보며 글을 쓰며 늙어갔던 차푸이스, 책이 끝날 즈음에는 그의 피곤함이 전해지는 듯했다. 차푸이스, 그에 대한 평전을 읽고 싶다. 어떤 남자일까.

 

덧붙임2) 헨리8세의 왕비들에 대한 작자의 해석이 강한 책을 읽고 싶다면 필리파 그레고리, 소설을 원한다면 진 플레이디가 더 읽을만하다. 헨리 8세의 결혼이혼처형 소동 배경의 영국 귀족의 권력 쟁투, 종교 개혁, 유럽 세력과의 관계를 보려면 <튜더스>가 훨씬 낫다. 이 책은 여섯 왕비만 관련 자료로 재구성한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기본적인 영국 통사류 서적에는 몇 줄로 끝이니 읽을 필요 없다. 단, 헨리8세의 아들에 대한 집착을 이해하려면 튜더 왕조 이전 장미전쟁 시기의 역사부터 읽는 것을 권한다. 뭐, 굳이 이해할 필요도 없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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