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그 취향과 우아함의 역사
루시 프래트.린다 울리 지음, 김희상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영국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의 큐레이터 두 분이 박물관에 소장된 구두를 중심으로 중세에서 현대까지 구두와 구두장식의 역사를 서술한 책이다. 도판이 많아 보기 흥미롭다. 단점은 이 박물관에 소장된 구두 중심이어서 영국의 구두와 영국의 유행에 영향을 준 프랑스 구두만 다룬다는 것. 그리고 중세부터 시작한다는 것. 큰 역사 흐름은 잡아주긴 하나, 독자의 배경 지식에 따라 책이 너무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

 

중세의 뾰족구두 풀렌을 보면서는, 건축과 복식 디자인이 세트로 다니는 것이 새삼 신기했고 프랑스 혁명이후 구두 디자인이 소박하고 단순해진 과정은 재미있었다. 서양인이 중국의 전족을 야만시하면서도 자신들 역시 작고 좁은 발을 선호해서 여성 구두를 터무니없이 작게 만든 것을 보면 웃기다. 영국 청교도 혁명당시 크롬웰 측은 소박한 단화를 신고, 이에 맞서 왕당파들은 화려한 부츠를 신은 것을 보니, 얼마전 본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에서 퍼시가 긴 부츠를 신고 블링블링을 외쳐댄 것이 마구마구 이해가 되었다. 여튼, 역사책 읽거나 사극 보면서 궁금했던 소소한 점들을 알아가는 재미를 주는 책이다. 이 책 덕분에 장화 신은 고양이에 대해 쓰던 글을 마칠 수 있었다.

 

얼마 전에 이사했는데, 구두가 등장하는 의미심장한 꿈을 꾸었다. 이사 준비를 하면서 심란할 때는 내가 남의 구두를 신고 불편한 마음으로 외출하는 꿈을, 이사한 다음날은 내가 맨발로 새집의 마루를 걷는 꿈을. 역시,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한 인간에게 구두란 그 실용적 기능과 패션과 유행과,,,, 이런 것을 모두 넘어, 영혼의 상태를 담는 그릇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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