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으로 만나는 위풍당당 영국 역사 이케가미 슌이치 유럽사 시리즈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 돌베개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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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가미 슌이치 저자의 이탈리아사, 프랑스사, 영국사, 독일사를 주욱 다 읽고 기록한다. 4권 중 이번 영국사가 가장 기존의 역사책과 비슷하다. 아무래도 왕을 중심으로 서술하다보니 파스타나 과자를 놓고 그 나라 역사 한 번 돌리는 것 보다 기존 역사서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옥스포드 영국사 같은 정통 통사서에 비해 이야기체여서 스르륵 읽을 수 있다, 영국사를 처음 시작하는 분께 추천하고 싶다.

 

고대 브리튼인이나 카이사르 쪽은 언급만 한다. 책은 400년경부터 본격 영국사 서술을 시작한다. 앵글로색슨 7왕국 시절 애설버트 왕부터 현재 엘리자베스 2세까지다. 왕 이름은 다른 색으로 표시했다. 본격적으로는 정복왕 윌리엄(프랑스에서는 노르망디의 기욤공)부터 1000여년 역사를 주요한 왕들의 행적을 중심으로 영국의 정치, 국가 체제, 사회 구조, 서민 생활과 문화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국사를 아는 독자라면 이 시대, 이 부분에서 이 주제를 넣고 이건 이렇게 다루고,,,, 하는 솜씨를 맛보며 읽는 재미가 있다. 특히 '왕으로 만나는'이라는 제목답게, 저자는 입헌군주제라는 정치제도가 어떻게 형성되어 제도적으로 발전해 나갔는지, 이러한 헌정 구조에 왕들이 어떻게 관여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정치 뿐만 아니다. 귀족 계급을 대표하는 왕이 영국 사회 전반에 걸친 습속이나 심성에 영향을 미쳐서 오늘날까지 영국인의 국민성을 형성하기도 했다고도 쓴다. 아래 맛뵈기 인용한다.

 

왕이 자선사업에 열의를 보이기 시작한 까닭은 18세기 후반부터 왕의 정치력이 점점 약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선사업은 왕이 '인민의 아버지(어머니)'로서 중류계급을 비롯한 각 계층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었습니다. (중략)

19세기 후반부터는 왕족들이 인도 등 제국 각지로 뻗어 나가 자선 행위에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로써 영국 본토뿐 아니라 식민지의 신민도 자애로운 국왕이 지켜 준다는 희망적이고 따뜻한 허구에 마음을 의탁했습니다.

- 183쪽에서 인용

 

일본저자가 쓴 로마사나 영국사를 보면 후발 제국주의 국가로 나선 자국 일본의 모델로서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제국주의자들에게 감정이입해 서술하는 부분이 보이곤 한다. 그런데 이 저자는 그런 점이 없다.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에 대한 잉글랜드의 침략과 학살, 차별을 거론하며 확실히 말해 둔다. 이런 내부 식민지배의 경험이 뒷날 대영제국 통치의 기반이 되었다고. 산업혁명기 노동자와 여성들의 열악한 상황도 정확히 서술한다. 뿐만 아니라 자국 일본도 대영제국이 만든 인종의 위계 질서에 넣어 밑바닥 국가로 언급해 버린다. 냉정하고 솔직하다. 그래서 믿을만하다.

 

교육제도를 서술하다가 퍼블릭 스쿨 부분에서 '이리하여 신사적일지 모르지만 획일적인 남성들이 길러졌습니다.(본문 191쪽)'이라고 서술하는 등, 은근 냉소적이고 웃긴 문장이 종종 보인다. 영국인에게 식사란 '살기 위한 연료 공급에 지나지 않습니다. (본문 235쪽)'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남자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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