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외편집자
츠즈키 쿄이치 지음, 김혜원 옮김 / 컴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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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생인 저자는 현재 60대 나이인데 프리랜서 편집자로 여전히 활약하고 있다. 출판사 사옥 책상에 안주하지 않고 직접 기획을 하고 취재를 하고 편집을 한다. 시장 조사에 연연하지 않고 뛰어들고 부딪혀서 책을 엮어 낸다. 카메라를 메고 오토바이를 타고 취재하러 떠난다. 들이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받는 원고료나 인세는 큰 이득이 없지만,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이 없으니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고 한다. 설문조사 같은 것은 평균치이며 자신은 다수 아닌 소수를 위한 기획을 한다고 말한다. 검색해서 자료가 많으면 이미 누가 했다는 말이니 자신이 나설 의미가 없다고 하시는데,,, 보통 패기가 아니다. 책 첫 머리에서 대뜸 '출판 불황의 이유는 편집자다.' 라고  말하시니, 원.

 

책은 편집 노하우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아웃사이더 프리랜서 편집자로서 갖는 긍지나 자세를 말하는 책이다. 일본 출판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 그리고 종이 매체에서 웹으로, 메일 매거진 직거래 미디어를 만들어 내는 등, 저자가 출판 시장 변화를 미리 내다보고 주도해가는 과정을 따라 읽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제 내년이면 예순이 된다. 젊었을 때 출판사에 들어갔더라면 지금쯤 임원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취재를 요청하는 전화를 간단히 거절당하고, 자식뻘 되는 어린 아티스트들에게 존댓말로 인터뷰를 하고, 먼 곳까지 취재하러 갈 교통비가 걱정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편집자를 시작했던 40년 전의 상황과 똑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달라진 점도 있다. 그때보다 체력은 떨어지고 수입은 줄어드는데 고생은 더 늘었다.

그래도 좋다. 매월 입금되는 돈보다도 매일 느껴지는 두근거림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편집자로 사는 사소한 행복은 출신 학교나 경력, 직함, 연령, 수입과는 상관없이 호기심과 체력과 인간성만 있으면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에 있다. 이런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 7쪽에서 인용

 

옮겨두고 싶은 문장이 많다.

 

미술이든 문학이든 음악이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지하지 말고 자신이 직접 문을 두드리고 열어봐야 경험이 쌓인다. 그렇게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머지않아 주변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게 되고, ‘좋다고 느낀 자신의 감각을 확신할 수 있는 날이 온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남의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게 자신을 다져가는 과정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 22쪽에서 인용

 

인터뷰에 노하우란 없다. 대화는 각자가 만들어온 호기심과 경험치가 만나는 지점에서 불꽃이 일어나고 불이 붙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다양한 일에 흥미를 가지고 많은 사람을 만나는 방법 외에 지름길은 없다.

- 192쪽에서 인용

 

최근 들어서 프로란 대신 해 주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예를 들면 사람은 누구나 무엇을 위해 하고 있는 걸까’,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매일 그런 생각만 끝없이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을 대신해 철학자는 평생동안 고민하고 생각을 정리해서 책으로 낸다. 그러면 사람들은 대가를 지불하고 책을 읽는다. 이처럼 누군가를 대신 해서 깊이 생각하는 사람, 먼 곳까지 가보는 사람, 맛을 연구하는 사람이 프로인 것이다. 프로는 누군가를 대신해서 일을 한 대가로 보수를 받는다. 메일 매거진을 시작하면서 프로의 일과 그 대가의 상관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 222 ~ 223쪽에서 인용

 

등등, 도움되는 내용이 많았다. 다 읽고 나니, 결국 프로가 되는 지름길은 없다. 중요한 것은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오래오래 끈질기게 해 내는 자세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분의 말을 믿자. 호기심과 체력, 인간성만 있으면 된다. 아, 마지막이 제일 힘드네. 여튼 책 동네 관련한 업에 있는 분들께 강추한다.

 

기타,  <로드사이드 재팬 진기한 일본기행>의 성공이 신기한데, 여기에는  에도 시대 17세기부터 기행문을 간행하는 전통있는 일본의 문화적 배경이 뒷받침된 것 같다. 이어서 <진기한 세계 기행>편을 연재하게 된 것은 일본 경제 호황 덕도 본 것 같다. 경제가 호황이어야 기업들이 잡지에 광고를 많이 하고, 그래야 잡지에서 취재비를 내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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