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넷페미史 - 우리에게도 빛과 그늘의 역사가 있다
권김현영 외 지음 / 나무연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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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정희진 선생님 강연에 갔다. 분노한 여성들이 강연장에 가득했다. 정희진 선생님은 말했다. '도대체 2015년에 뭔 일이 있었기에 페미니즘이 부흥했죠?'" 2015년에는 페미니스트를 증오해서 IS에 가입하러간 김군이 있었고, IS보다 무뇌아 페미니스트들이 더 위험하다고 칼럼에 쓴 김씨 아저씨가 있었다. 또, 메갈리아 사이트가 탄생했다.  다음 해인 2016년은 더 '뭔 일'이 있었다.  강남역 살인 사건과 메갈리아 주도의 각종 페미니즘 이슈 캠페인부터 2018년 현재 미투 운동의 시초가 된 '00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까지,.. 새롭게 부흥한 페미니스트들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의견을 나누고 온/오프 가리지않고 활동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10여년간 페미니즘 맥이 끊긴 것 같아 보이지만 이전에 천리안 시절부터 활동하던 '넷페미'들이 뿌린 씨에서 싹은 트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PC통신 시절부터 인터넷, 트위터, 페북 등 온라인에 기분을 두고 활약한 넷페미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강의를 옮겼기에 구어체로 서술되어 있다. 1강은 1990년대 중반에 등장해 2000년대까지 두각을 나타낸 영페미니스트의 역사를 권김현영이, 2강은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페미니즘 리부트 현상을 손희정이, 3강은 넷페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박은하와 이민경이 대담하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정치적 올바름이란 과정과 맥락 속에서 구성된다는 얘기입니다. 당시에는 운동권 내부에서도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고, 대통령 직선제를 통해 문민정부까지 들어섰으니 민주화를 이룬 상황에서 사회가 이전처럼 운영되어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어요. 그러한 흐름 가운데서 영 페미니스트들이 등장했고, 이들이 새로운 주체로 환영받은 것이지요.

- 18쪽에서 인용

 

나는 일상 속의 차별에 억울해하다가  87항쟁 이후 쏟아져나온 여성학 책을 혼자 교보에 가서 찾아 읽었다. 그렇게 자라다가 여성사에 관심 갖게 되고 이후로도 독학으로 이리저리 더듬어온 경우라, (차별에 혼자 속 끓이다 서학 공부하는 주인 나으리의 서적을 몰래 읽고 천주교에 입문한 종년같은 경우랄까 ) 동시대를 살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잘 몰랐다.  신문 기사를 통해서 접하던 당시 사건들에 대해 현장을 목격하고 참여하여 페미니스트로 성장한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로 들으니 잃어버렸던 고리가 연결되는 기분이 든다.

 

저는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IMF 이후 시작된 신자유주의의 확산이 페미니즘 단절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봐요. 김대중과 노무현이 집권했던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면서 질적 민주화가 진행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경제 위기가 심화되는데요. 2007년 즈음에는 '먹고사니즘'이 모든 의제를 삼켜버리고, 대학 역시 스펙 공장이 되면서 학생운동도 거의 해소되다시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페미니즘 의제를 어필할 수 있는 접속 지점들이 사라져버리지요.

-  93쪽에서 인용


 

그래도, 단절은 없었던 것이다. 눈에 띄게 보이지는 않았어도.

 

온라인 페미니스트 활동의 역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각 거리를 주는 책이다. 읽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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