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성폭력에 시달렸어도 미투 고발을 할 수 없는 피해자들이 있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이다. 성폭력이 낯선 사람에 의해 위험한 집밖
장소에서 일어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편견이다. 대부분은 아는 사람에 의해 집 등 익숙한 일상의 장소에서 일어난다. 많이 발생하지만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친족 성폭력에 대한 책을 찾다가 이 책이 생각났다. 전에 임승수 작가의 책에서 은수연 저자 인터뷰 기사를 읽었기에.
저자 은수연(가명)은 초등학생 때부터 9년 동안 친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한다. 세세한 내용은 옮기지 않겠다,,, 마침내 탈출에 성공한다.
그리고 '견뎌내지 못할 아픔은 없고, 끝이 없는 고통은 없다(14쪽)'며 스스로 치유의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새살이 자리를 잡은 상처가 더는 아프지 않은 것처럼, 성폭력이라는 상처도 그렇게 내 삶에 받아들이려 한다. 나는 그런 과정의 하나로 이
글도 쓰고 있다. 성의 문제가 아닌, 폭력의 문제로 성폭력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자리잡는다면 성폭력 피해자들이 좀더 마음 편하게 신고를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치유의 과정을 걸어가는 길도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
- 20쪽에서 인용
미투 운동에 대해 'with you'하는 방법은 이거라고 생각한다. '성'폭력이 아니라 성'폭력'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 그리고 성폭력의
원인은 참기 힘든 남성의 성욕이나 여성의 옷차림이 아닌 바로 '가해자'라는 인식.
저자분의 글을 더 읽고 싶다. 글을 다루는 재능이 있는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