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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해도 괜찮아 - 불쾌한 터치와 막말에 분노하는 당신을 위한 따뜻한 직설
이은의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 이은의 변호사의 이력이 독특하다. 그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로서 대기업 삼성을 상대로 싸워 이긴 후, 37살에 전남대학교 로스쿨에 들어가 변호사가 되었다. 이 책은 자신이 피해자로
겪은 경험과 변호사로 겪은 경험에 기반한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법정 싸움에 대한 정보보다 우리 사회의 성폭력 문화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솔직히, 예상 외로 잔잔하고 순한 글이었다.
'처리가 어떻게 되느냐'는 표면적으로 피해자의 적극적 소명이나 가해자의 반성에 의해 좌우될 것
같지만, 실상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시선과 태도에 달려 있다.
- 37쪽에서 인용
직장이나 학교에서 일어나는 성희롱, 강제추행 같은 일들은 성적 문제가 아니라 권력 관계의
문제다. (중략) 쉽게 말해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이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 예의의 문제다. (중략) 사회 구성원은 갑을을 둘러싸고 을의
시선이 아닌 갑의 시선에 감정이입해 이러한 사건을 바라본다. 희한한 일이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는 갑이기보다 을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을들이
자신의 현재 위치에 감정이입하지 않고 가까이 지내고자 하는 위치에 감정이입한다. 그것이 유리하기 때문일 테지만, 분명히 잘못된 교육의 산물이다.
- 75쪽에서 인용
저자는 말한다. 우리 대부분은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확률보다는 그들의 주변인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가해자의 시선에 동일시되어 있는 현상을 고쳐야 성폭력이 사라질 수 있다고. (아, 성폭력은
성희롱추행폭력을 다 합쳐 부르는 개념이다. 강제성기결합만 성폭력인 것은 아니다. )
성희롱은 '힘희롱'이니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저자는 권력,
계급 관계에 주목하지만 난 성평등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싶다. 평등해야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