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부족해도 괜찮아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35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글.그림, 길미향 옮김 / 현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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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부족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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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좋은 말을 꼽으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마워, 사랑해"를 떠올리겠지요? 한 살 한 살 나이 들어가면서 저는 "괜찮아."란 말이 새롭게 들리더라고요. 지치거나 의기소침해진 스스로에 대한 위안도 되고, 때론 누군가를 인정해주는 격려의 목소리가 되기도 하니까요.... "괜찮아. 괜찮아." 이렇게 되뇌이다 보면, 누군가 등을 토닥토닥 해주는 따스한 느낌이 올라와요. 미친 경쟁주의, 속도감의 이 세상, 꼭 일등해야 후련하고 남들 걸어다닐 때 비행기 타고 다녀야 성취감 느낄까요? 조금 느리게,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되뇌이며 뚝심가지고 가고 싶어요. 길다면 길 인생의 길을.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에도 어딘가 하나씩 부족한 친구들, 다섯이 등장해요. 완벽하진 않지만, 부족한대로 이 다섯은 한 지붕 아래 살지요.
한 친구는 배에 구멍이 숭숭 나 있고,
또 한 친구는 거대한 몸이 꼬깃꼬깃 주름져 있어요.
어떤 친구는 몸이 물렁해서 늘 피곤하대요.
거꾸로만 다녀서, 아예 발목에 핸드백을 걸고 외출하는 친구도 있어요.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엉망진창 못난이' 친구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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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친구의 공통 삶의 모토는 무위자연인가봐요. 하고 싶은 일도 없고, 꼭 해야하는 일도 없고, 특별한 일도 없고, 특별해지려 노력할 이유도 없고...그냥 살았어요. 덜컹거리지만 따뜻한 집에서 함께 말이예요. 뭔가 나른해지려는 가운데 참신한 캐릭터가 등장해요. "낯선 친구"라는 이름으로. 이 친구는 잘생겼을 뿐 아니라 소위 '완벽함'의 화신이었어요. 오똑한 코에, 늘씬한 몸, 심지어는 머리카락마저 길고 탐스러웠다지요? 다리는 또 얼마나 늘씬하고 곧게 뻗어 있고, 패션 감각도 뛰어났는지요. 완벽한 친구는 "아무것도 안 한다"는 다섯 친구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경악하는 반응을 보여요. 단순히 부정하는 것 뿐 아니라, 다섯 친구의 삶의 방식을 바꿔놓으려고 했지요. "할 일을 생각해 내야지!"하며 변화를 유도했지만 핑계만 대는 다섯 친구들을 "쓸모가 없다"고 규정해버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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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인지 포도주인지' 경계를 가르지 않는 삶의 태도를 가진 다섯 친구는 완벽한 친구의 모욕에도 격렬히 반응하지 않아요. "그럴지도 몰라"라며 오히려 수긍하지요. 이어, 조근조근 자신의 부족함이 오히려 채워줌의 강점이기도 함을 말해줍니다.

 

몸에 구멍이 숭숭 난 친구는 구멍으로 화를 흘려보내기에 화를 내지 않는대요.

꼬깃꼬깃 주름진 친구는 주름 사이마다 추억을 간직하고요.

거꾸로 친구는 남들이 못 보는 것까지 볼 수 있대요.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다섯 친구는 자신들이 못난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훈훈해졌지요. 되려 혼자 덩그라니 남은 완벽한 친구는 바보가 된 기분을 느꼈다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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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로냐에서태어나 2007년에는 볼로냐 라가치 상을 받은 작가, 베아트리체 알레마냐는 다섯 친구와 완벽한 친구를 대비함으로써 "괜찮아, 괜찮아"라는 다독거림의 메세지를 독자들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그 포용과 느긋함의 미학에 동의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빈 방에 혼자 덩그라니 남아, 괴로운 듯 얼굴을 가리고 있는 완벽한 친구의 모습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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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자 성향의 사람은 조금 못나 보이는 사람들과 교점없이 따로 가야하는 것일까요? 다섯 친구는 완벽한 친구만 남겨두고 자신들끼리 나름의 장점을 대견해하며 행복할 수 있을까요? 완벽주의자 성향의 친구가 KO패 당하는 듯한 설정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아쉽더라고요. 완벽성향은 완벽성향대로, '술 탄듯, 물 탄듯' 성향은 그 느긋한대로 서로 소통하고 공존할 수 있었을텐데요.그래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는 "괜찮아 괜찮아. 천천히 가도 돼"의 메세지를 전하기에 충분히 훌륭한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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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염소 새끼 우리시 그림책 15
권정생 시, 김병하 그림 / 창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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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염소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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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참 무던히도 단순하다 싶었습니다. <강아지와 염소 새끼>의 표지에는 파란 색을 배경으로 달랑 검은 염소 새끼 한 마리 뿐입니다. 그런데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분명 혼자가 아닙니다. 눈빛에 장난기를 가득 담아 대상을 응시하고 있거든요. 곧 뭔가 재미나고도 생기발랄한 사건이 벌어질 것같아 독자는 책장을 열기도 전부터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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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야 염소야 / 나랑 노자아."하면서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네요. 새침쟁이, 먹음쟁이 염소는 귀로 눈까지 가리고 못 본 체, 못 들은 체. 새침떠는 염소를 점잖게 지나치면 강아지가 아니게요? 강아지 염소 귀를 앙앙 잘근 물면서 놀자고 보챕니다.  염소 새끼가 골을 부리네요. <강아지와 염소 새끼>의 삽화를 위해 무려 삼 년이나 공을 들였다는 김병하 작가가 어찌나 실감나게 잔뜩 골이 난 염소를 그렸던지, 염소가 종이를 뚫고 독자를 향해 달려들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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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뿔대가리 내밀어 강아지를 콱 떠받으려 해봤자, 요놈의  꾀보쟁이 강아지는 어찌나 날랜지 살짝꽁 비켜서 염소의 속을 더 뒤집어 놓습니다. 자꾸자꾸 떠받으려해도 밧줄이 짧다보니, 기를 쓸수록 약만 더 오릅니다. 여기서 익숙한 그 대사, "용용 죽겠지. 날 잡아 봐아라"가 등장하네요. "용용 놀리는 강아지"와 "엠엠 내젓는 새끼 염소"의 능청망청 귀여운 다툼을 김병하 작가는 어찌나 사랑스럽게 그려놓았는지요. 꼭,  아슬아슬 화를 돋우면서도 경계를 넘지 않고 아웅다웅 다투는 꼬마들의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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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렇게 "용용 죽겠지" 놀림 당하다가 약이 올라 염소 새끼가 제풀에 어찌될까 걱정스럽던 차에, 클라이맥스!  사실 권정생 선생의 원작 시에는 등장하지 않는 설정인데, 시의 행간까지 고민하여 읽어낸 김병하 작가는 염소를 묶어둔 말뚝이 뽑혀지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뽑힌 말뚝을 바라보는 염소와 강아지 둘 다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나는 게 불 구경, 싸움 구경이라고 독자는 은근 신이 납니다. 용용 약올림만 당하던 염소가 이제 말뚝에서 풀려났으니 강아지를 어찌 요리할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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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는 똥줄 빠지게 달아나고, 염소는 작은 뿔이랍시고 반 뼘 길이도 안 되는 뿔을 들이밀고 죽어라 쫒아가는데 독자는 즐겁기만 합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넓디 넓은 언덕을 염소와 강아지와 함께  뛰어노는 듯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염소와 강아지 얼굴에서 모두 재미만 가득합니다. "나 잡아봐라," "그래 너 잡는다"하며 노는 폼이 부럽도록 재미나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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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때 갑자기 나타난 제트기, 깜짝 놀라 깨갱거리는 강아지를 염소가 폭 감싸주었네요. 놀란 두 친구, 이젠 골대가리도 다 잊고 그냥 좋습니다.  언제 싸웠냐는 듯, 그냥 즐겁습니다. '내 편, 네 편, 내 친구, 친구할만하지 않은 아이' 야박하리만큼 철저히 잘 구별하는 요즘 아이들의 정서와는 상당히 다르지요? 놀다보면 미움도 다툼도 웃음으로 사르르 녹아버리는 옛 정서에 독자는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권정생 선생은 불과 열다섯의 나이에 썼다합니다. 권정생 선생 사후, 2011년에 발견된 이 시를 창비 출판사가 김병하 그림작가의 그림을 입혀서 멋지게 소개해준 덕분에 독자는 강아지와 염소 새끼의 놀이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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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하 그림작가의 깜짝 선물 하나, 시를 쓴 권정생 선생님에 대한 애정을 담아 그림책 속에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어스름 해 질 녘, 염소 새끼와 강아지를 끌고 마을로 돌아가는 이의 모습에서 권정생 선생님이 보입니다. 물질적으로는 척박하고 어려웠던 시절, 그래도 따스한 온기로 세상을 품었던 소년 시인 권정생의 모습이 독자에게도 보입니다. <강아지와 염소 새끼>야 말로 청명한 가을하늘 만큼이나 마음의 잡티를 싹 씻어내 줄 맑디 맑은 힐링그림책이네요. 많은 이들이 이 아름다운 동시그림책을 읽고 그 정화의 즐거움을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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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ization & Obesity Globe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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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minist anthropologist 
Elizabeth Badinter & SARAH BLAFFER HRDY

 

 

 

 

 

 1994년 번역판은 놀랄만큼 편집이 엉망인데, 2006년 서해문집 번역판은 어떠할지.

 

 

 

 

 

 

 

 

Maternal Instincts and How They Shape the Human Spec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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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anadian anthropologist and ethnobotanist
Wade Davis
 

 하버드대 인류학과 대학원생이었던 웨이드 데이비스 WADE DAVIS는 1982, 존경하던 리처드 슐츠 교수의 호출로 아이티로 급파된다. 그는 인류학자 특유의 침투성과 모험가의 기질이 이끄는 대로 좀비화(zombification)의 미스테리에 접근해가는데........ 그 여정을 기록한 민족지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THE SERPENT AND THE RAINBOW》가 한국에서는 작년에 <나는 좀비를 만났다>로 출간되었다. 최근에는  <웨이 파인더>가 번역출간되었다니 reading list상위에 올려놓는다.
 
 

 

 

The Serpent and the Rainb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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