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 질병과 맞서 싸워온 인류의 열망과 과학
정진호 지음 / 푸른숲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지난 30여 년간 서울대학교 약대에서 교편을 잡고, 현재 한국 과학기술한림원 의약학부 학부장을 역임 중인 분. 한 마디 독성학 분야의 전문가인 정진호 박사가 대중을 위해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질병과 맞서 싸워온 인류의 열망과 과학』을 썼다. 유용하고 재미있기에 고마운 책인데, 뒤돌아서면 내용을 잊을까봐 가볍게 정리한다. (Plus, "푸른숲" 출판사를 좋아하는지라, 푸른숲 신간 리뷰를 하고 싶다)
*
이 책을 읽다 여러 번 『전문가와 강적들 (The Death of Expertise)』을 떠올렸다. 정진호 박사는 수 차례, 왜 대중은  본인을 비롯 전문가의 이야기를 믿지 않고 엉터리 정보에 현혹되느냐고 안타까워한다. 예를 들어, 그가 단체로 베트남 여행을 갔을 때, '만병통치약'을 비싼 돈 주고 사려는 관광객들을 넌즈시 말렸으나 결국 다 사더라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전문가 권위의 실추를 안타까워한다. 단순히 권위 실추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정보로 잘못된 약을 복용했을 때 약은 독이 되어 생명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정진호 박사가 걱정하는 것일테다.


1장, "약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바로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이 개념이 생긴지 약 200년 동안,  학자들이 기저의 정신심리학 및 신경생리학적 메카니즘을 규명해왔다하는데 대표적 이론이 바로 "기대효과 expectation effect"이다. 의사를 만나기만 해도 증상이 좋아지고, 약의 색깔에 따라 약복용 효과가 달라진다니 놀랍기 그지 없다 (참고로 우울증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색은 황색 위약이었다고 한다. 왜 일까?)
2장 "약은 어떻게 독이 되는가?"에서는 입덧 방지약으로 쓰였다가 세계적으로 기형아 출산률을 높인 탈리도마이드를 대표적인 예로 약의 이중적 얼굴을 분석한다. 놀랍게도 그 악명높은 약, 탈리도마이드는 drug repositioning을 통해 2017년 국내에서도 혈액 암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3장 "인류를 살린 위대한 약의 탄생"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이는 상대적인 무지와 반비례한 결과이다. 몰랐기 때문에 3장에 수록된 정보가 신선하고 흥미롭다고 느꼈을 터이다. 옛 이발소의 문양이 피묻은 붕대를 걸어놓은 이미지라는 것을 언어천재 조승연의 책에서 읽은 기억은 나는데, 정작 더 중요한 사실을 몰랐다. 몸에서 피를 빼 병을 치료하는 "방혈 요법"이 19세기말까지 서양의 대표적 만병통치 치료법이었다니! 1163년 교회가 수도승이나 성직자의 방혈 시술을 금하자, 이발사가 방혈 시술에 더해 심지어는 절단 수술까지 했었다니!

4장, "무병장수를 향한 끊임없는 욕망"에는 예상했던 대로 진시황의 수은중독 사례가 등장했다. 또한 예상대로 비아그라에 대한 분석이 이어졌는데, 독자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주장이 있어 기록하고자 한다. 정진호 박사는 "비아그라는 고개 숙인 남성만 살린 것이 아니었다. 비아그라는 환경 생태 보호에 큰 역할을 했다. (200쪽)"라고 주장하며 2008년 미국 워싱턴 대학교에서 낸 통계 자료를 인용했는데 "비아그라가 등장하면서 멸종 위기에 몰린 생물의 불법 거래가 줄고 개체 수가 현저히 증가"했다고 한다. 이런 진술에 당혹스럽지 않은 독자가 있을런지.....
20171026_164845_resized.jpg
정진호 박사의 말처럼 대한민국에서 약학을 전공하지 않는 이상, '약'에 관한 유익한 교양 강좌를 들을 기회가 대학생은 물론이거니와 그 외 성인에게 많지 않다. 그래서 더욱 읽어야한다.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질병과 맞서 싸워온 인류의 열망과 과학』를. 제 아무리, 인공지능 시대 똑똑한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고, "Watson"이 진단을 내리고 병의 치료를 돕는다 할지라도, 근본적 판단력은 있어야 기술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참 고마운 책이었다.
20171026_164855_resized.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