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왕 징검다리 동화 19
이정록 지음, 노인경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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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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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가을은 단풍 나들이보다도 이정록 시인의 시집, <어머니 학교>로 기억됩니다. 단풍 흐드러진 뒷 산과 파란 가을 하늘, 그리고 이정록 시인의 시어를 번갈아 보면서 시집을 천천히 음미했던 기억이 흐뭇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정록 시인이 동화작가로서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미술왕>을 읽으며 처음 알았습니다. 왠지 알록달록 크레파스와는 가깝와보이지 않는 외모의 그가, 어린 시절 그리기를 좋아했고 만화작가를 꿈꿨다기에 내심 놀라기도 했습니다. 크레파스가 모자라서 미술대회에서 작품을 출품하지 못했던 어린 이정록은 크레파스 공장 사장에게 눈물 젖은 편지를 보냈다지요? 40년이 지나도록 답장을 받지 못했다는 작가의 애틋한 사연은 <미술왕>에서 아름다운 우화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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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정록의 분신은 작품 속에서 다람쥐 토리가 맡았습니다. 토리는 크레파스 사장인 빨간 코 여우 아저씨가 주최하는 '빨간 코 그림 대회'에 출전했지만, 형 누나가 쓰다 남은 몽당 크레파스만으로는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완성 할 수 없었어요. 노랑색도 빨간색도 없는 크레파스 구성이었기에 검은색 나무에 보라색 이파리를 그릴 수 밖에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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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한 마음을 풀 겸, 숲 속 마을 친구들에게도 도움이 될 겸, 토리는 크레파스 사장 아저씨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쓰는 노란색과 초록색 크리스마스는 세 개씩 넣고, 잘 안쓰는 색은 반 토막씩 넣어달라고 부탁했어요. 영특한 토리는 나아가 크레파스 세트도 도시용과 시골용으로 나누어 구성해달라고 제안했지요.

하지만 이윤 극대화에 눈이 먼 탐욕의 여우 사장은 토리의 제안에 되려 화를 내었어요. 회사 매출이 떨어질까봐 염려되어서 그 제안에 찬성하는 직원들 월급까지도 삭감해버렸고요. 미술대회에서 꼭 여우 사장네 공장서 만드는 크레파스만 써야하고, 참가비에 비례하여 종이를 배포하는 규정이 불만이었던 숲 속 친구들은 자신들만의 미술 잔치를 열기로 했어요. 경쟁의 대회가 아닌, 함께하는 모꼬지 말이예요. 재료 규정도, 소재에 대한 제한도 없이 자유로운 그리기 잔치는 두 달의 준비기간을 두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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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숲 마을 미술 잔치'가 열리는 날, 숲 속 동물들은 저마다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칠성무당벌레들은 미루나무 새순을 으깨고 애기똥풀 꽃잎을 빻아서 얻은 천연 물감으로 고운 노란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멧비둘기와 까치는 새똥으로 슬픈 그림을 그려, 동물 친구들의 눈물을 자아냈습니다. 도마뱀 방울이와 아기가재 빨래집게는 "우리는 자란다"라는 제목으로 전무후무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내었어요. 환골탈태를 거듭하는 생애를, 털갈이한 새의 깃털과 뱀껍질로 표현했거든요. 그 외에도 "바람의 소리," "함박눈," "별과 달" 등 세상에 둘도 없이 아름다운 작품들이 소개되었어요. 그 중에서도 "별과 달"은 동심을 아름답게 드러내는 감동적인 작품이었답니다. 열심히 노래한 만큼 달과 별이 커진다는 어른들 말씀대로 열심히 노래한 부엉이는, 별과 달이 자신들의 노래를 먹어 커졌다고 믿었거든요. 

빨간 코 여우 사장도, 마음 따뜻한 숲 속 동물들에게 감동을 받아 냉혹한 자본가에서 인본주의적 자유인으로 환골탈태하였지요. '왕사탕 크레파스' 공장의 운영권도 소유권도 숲 속 친구들에게 맡겼답니다. 소보루 빵처럼 부풀어오른 달 만큼이나, <미술왕> 동화속 캐릭터들의 마음도 독자의 마음도 몽글몽글 부풀어오릅니다. 세상에 아직 사랑과 따스함이 통한다는 소박한 세계관을 팽창제 삼아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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