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판타지 - 귀농실천인 구차장이 들려주는 진짜 귀농귀촌 이야기
구재성 지음 / 에코포인트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마흔의 판타지

 



 

 

 

흙이, 땅이 사람을 겸손하게 하는 걸까별다른 결실도 없이 2013년의 상반기를 끝내가는 허무한 6월의 마지막 주, 그 허탈감을 바람처럼 몰아내주는 겸손한 이들을 만났다. 한 분은 <도시농부 바람길의 자급자족 농사일기>의 저자이자, 도시 텃밭에서 친화경 순환농법을 하는 여태동. 현직 불교신문 기자이다. 또 다른 한 분은 마흔이 되던 해에 결심한 귀농을 실천에 옮긴후 계속 땅을 일구며 살고 있는 <마흔의 판타지>의 구차장, 혹은 구 재성. 전직 제테크 전문가(물론 현재도 이 특기를 묵혀두지는 않고 가계에 보탬되는 경제활동을 한다)였다.

마치 된장과 고추장처럼 다른 맛을 내지만 두 농부 모두 구수하게 삭힌 성숙한 인품의 소유자이다. 겸손하며 생명을 존중하는 데다가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겉포장에 요란한 많은 이들과 달리 투명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화장도, 가식적 미소도 없는 땀내나는 민낯을. 그런데도 그 투명한 솔직함이 되려 매력적이다.

 <도시농부 바람길의 자급자족 농사일기> <마흔의 판타지>를 함께 읽으니, 마치 경쾌한 뽕짝과 우아한 가야금 산조를 함께 듣는 듯 비슷하면서도 다른 음색이 재미있다. 전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기적으로 올린 일기형식의 글을 엮어 낸 책이다. 제목에서 명시하듯 저자가 도시농부인지라, 지향을 같이 하는 또래 도시농부와 걸치는 걸죽한 막걸리며 배추전 냄새가 난다. ‘마눌님을 위해 생일날 미역국을 끓여주는 애처가이자 딸바보인 저자 여태동의 지극한 가족 사랑에 질투가 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흔의 판타지>의 저자는 보다 사색적이고 현학적 성향이 강하다. 왁자지껄 막걸리판보다는 마을 도서관을 드나들며 내면을 키우는데 더 가치를 두는 듯 하다. 마흔이 넘도록 자식이 없어 키우는 강아지의 이름을 따라 "달충 아범"으로 불리는 저자는 농촌 공동체에 귀속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으나, 근본적으로는 차분한 개인주의 성향을 보인다. 동시에 농촌 문제, 식량 자급문제, 환경 위기, 우리나라 농산물 관리 실태, 귀농 귀촌에 대한 구체적 사안에 대해 구조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사색한다.

 

 노령화되어가는 농촌의 현실, 식량 자급의 위기가 필경 닥칠 텐데도 나몰라라하는 정치 현실, 농촌과 도시의 격차 심화를 일으키는 구조적 모순에 대한 저자의 깊은 고민과 우려가 이 분야, 문외한으로서 감사할 따름이다. 배우게 해주었으니.

그렇다고 달충 아범은 어려운 말로 가르치려 드는 것이 아니다. 소위 마트도 집집마다 자가용도 없는 깡촌의 핵심에 들어가 살면서 일상의 관계에서 부대끼고 느낀바를 보여주며 독자들도 자신의 고민에 동참하게 한다. 예를 들어, 아흔 넘으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농사를 짓거나, 69세 할아버지도 더 연세드신 어른에게 꾸지람 들어가며 두레 일을 하는 일화와 함께 달충 아범은 농촌의 노령화를 진정 우려한다.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구재성은 "먼저 농사를 지은 어떤 선배의 후배이자, 나보다 늦게 귀농할 분의 선배"로서 중요한 경험과 지혜를 <마흔의 판타지>에 담고자 노력했다. "달충아범의 계절별 영농일지"는 실제로 농사 지으려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듯 하다. 그 외에도 진정한 의미의 가교 역할을 하는 구재성은 다양한 충고를 겸손한 어투로 전하고 있어서 행간조차 감사히 읽힌다.

귀농 혹은 귀촌을 결심했거나, 도시에서의 농사에 관심 있는 이들은  <도시농부 바람길의 자급자족 농사일기> <마흔의 판타지>를 함께 읽기를, 먼저 읽어본 이로서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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