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았습니다 - 김근태 이야기 역사인물도서관 1
최용탁 지음, 박건웅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이 옳았습니다

숱한 독서 경험을 세 부류의 반응으로 나누어 봅니다. "내가 왜 시간을 내서 읽었지?" "휘리릭 잘 읽힌다. 잘 읽었다." "이 책 안 읽었으면 어쨌을 뻔했어. 인생의 자양분이 될 필독서." 최용탁 작가의 <당신이 옳았습니다-김근태 이야기>는 그 세번 째 반응에 해당합니다. '김 근 태'라는 이름 석자는 신문에서, 뉴스에서 많이 보아왔지만 정작 그에 대해 자세히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부끄러움에서 읽기 시작한 책. 가슴이 뭉클해지다가, 민족주의적 감정에 불끈해졌다가, 김근태의 의로움과 사람됨에 존경으로 벅차오르다가, 김근태와 인재근의 부부애에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뜨거운 독서를 하였습니다.

이 책을 쓴 최용탁 작가는 2006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습니다. 박정희 유신체제가 시작되던 해에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이후 8년 동안이나 유신 교육을 받은 세대랍니다. '초전박살 북괴군'을 세뇌당하듯 입에 올리며 사춘기를 보낸 최용탁 작가는 '나치 독일의 소년단에 비할만한 유신체제 교육이 아니었더라면 훨씬 더 창의적이고 인간적인 사회구현이 가까웠을 텐데' 하며 아쉬워합니다. 최용탁 작가의 이런 역사 인식은 고 김근태 선생님을 조망하는 데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김근태 선생님의 글과 인터뷰, 가까운 이들의 증언을 살펴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려낸 김근태 선생이 '왜 민굴곡진 역사에 울분을 토하고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 싸울 수 밖에 없었는가?'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당신이 옳았습니다>는 사상가로서의 김근태를 분석, 평가하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라, 왜 그가 그토록 뜨거운 소명의식으로 한시대를 뜨겁게 달려왔는지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려는 의도로 쓰였습니다. 이 책의 독자로서 또한 소명의식을 느낍니다. 김근태 선생님이 왜 옳았는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겠다는. <당신이 옳았습니다>를 읽고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혈서로 일본에 충정을 맹세하며 일본군 장교 육성을 위한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음을. 조선 이름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기 위해 다카키 마사오에서 '오카모토 미노루'로 이름을 바꾸고 독립군 '토벌'에 열을 올리던 관동군 장교였음을. 당시 서울대 도서관 밖 현실은 잘 모르고 박정희를 지지하던 김근태는 안경근 선생님에게 이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합니다. 안중근 의사의 사촌으로 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했으나 되려 옥살이를 한 독립운동가에게서. 이 만남은 결국 '햄릿형 운동가' 김근태를 '행동하는 실천가'로 변모시킨 계기가 되었답니다.

소위 '남영동 사건'으로 압축되는 김근태 선생님에게 가해진 권력의 폭력과 탄압에 대해서는 많이들 알고 있는 듯 합니다. 폭력과 고문은 시대를 불문한 스펙테클이니까요. 하지만 정작 김근태 선생님이 무엇을 위해 그 고난을 감내하면서도 민주화 과정에 투신했는지, 그가 꿈꿨던 사회가 무엇이었으며, 얼마나 많은 이들의 피와 희생으로 2013년의 우리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꿈꿀 수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제 자신을 포함해서요. <당신이 옳았습니다>를 우선 읽어봅시다. 그리고 차근차근 찾아가 봅시다. 귀를 열고 눈을 뜨고, 찾아가 봅시다. 그 투쟁의 핏자국들을. 따뜻한 사랑 노랫 속에서도 그 투쟁의 정신은 살아 있습니다. 감옥 안에서 김근태 선생님이 아내를 위해 불렀던 연가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