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
가야노 도시히토 지음, 임지현 옮김 / 도서출판 삼화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  

 

 

2012년,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그 어느 때보다 '통합'을 강조했으며,  '국민 대통합'이란 수사에 국민의 마음은 뜨겁게 물결쳤다. 투표함도 뜨겁게 달아올랐고 '통합의 박당선인'이 탄생했다. 통합을 강조하는 시각의 이면에는 '갈등과 균열'을 통합의 대극점에 놓고 부정시하는 관점이 공존한다. 마찬가지로, 안정이니 균형을 우선하는 시각에서는 폭력은 타파해야 할 악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와세대 대학 출신으로 파리에서 철학 박사 과정을 수료한 신예 가야노 도시히토는 '폭력을 나쁘다'라고 보는 통념에 물음표를 던진다.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이라는 저서를 통해서.

 

 

일본식 강압통제 교육법 '관리교육'의 전성기에 문제아 낙인 찍혀서 체벌받으며 폭력의 불가항력성에 의문을 품어온 가야노 도시히토. 그는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애소 폭력을 '나쁜가? VS 좋은가?'의 이분적 단순화의 대상이 아닌, 생물로서의 인간 존재의 필요조건으로 파악한다. '나쁜 폭력'VS '좋은 폭력'의 프레임은 폭력을 독점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을 정당화하는 기제일 뿐. 예를 들어, 아동성폭력범을 사형하자는 여론은 '살인강간(=범죄로서의 나쁜 살인)' VS '정의로운 살인 (사형)'의 틀거리에 기반한다. 국가가 바로 이 '좋은 폭력'을 '합법'이라는 이름하에 독점적으로 행사하게 된다. 예를 들어16세기 말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무기몰수령'이야말로 민중이 가진 자치력, 즉 '폭력의 권리'를 규제하여 통치 권력에 통합시키는 기제 였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국가는 폭력의 행사를 통해 폭력을 단속하는 폭력의 기구이다. 세금징수야 말로 국가가 독점하는 합법적 폭력이다. 광장에서 사형수를 능지처참하는 스펙테클로서의 폭력이 아닌, 보다 교묘하고 우아한 방식의 폭력.

 

 

그렇다면 국가의 폭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 것이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가 던지는 마지막 화두이다. 국가를 해체하면 답이 될까? 저자는 NO.라며 국가해체주장의 논리적 오류를 지적한다. 국가를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은 역설적이게도 반드시 또다른 폭력기구를 동원하게 되므로. 또한 국가가 해체된다 할지라도 인간 사회에서는 폭력 자체가 사라지지 않으므로, 필연적으로 폭력의 문제에 대처해야만 한다. 문제는 '어떻게 how'. 저자 가야노 도시히토는 '폭력을 거부할 게 아니라 관리 대상으로 삼아 관리한다'라는 답으로 책을 맺는다. 프랑스의 위대한 철학자 미셸 푸코까지 인용하면서. 하지만 가야노 도시히토가 푸코를 '권력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자신의 과업으로 삼았다'라고 하는 대목에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푸코는 권력을 소유할 수 있거나 행사, 이양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그물망에서 나오는 개념으로 보았다. 과연 푸코가 권력을 제어하자고 했었던가? 푸코는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고찰하고 예의주시해왔다고는 할 수 있으나 권력을 제어하는데 천착했는지는...글쎄...잘 모르겠다. 가야노 도시히토가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의 논의를 보다 정교하게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권력'과 '폭력'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밝히고, 이것이 푸코나 여타 인용한 학자들의 권력/폭력 개념과 어떻게 변별되어 독해되는지를 언급했어야 할것이다.

 

 

 

 

전작에서 <돈과 폭력의 계보학>, <권력을 읽는 법> <오늘 날 철학이란 무엇인가?>, <국가와 정체성을 묻는다> 등의 저작을 통하여 정치권력을 철학적 관점에서 해부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그의 전작을 전혀 읽은 바는 없지만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은 새로운 연구를 알리는 일종의 연구프로포잘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혹은 그가 꾸준히 관심 갖고 진행해온 연구주제를 대중을 위해 대중적인 언어로 쉽게 풀어썼다는 인상. 연구주제도 참신하고, 논지를 전개하는데도 확신이 실려 있으나 그가 배치하는 자료들이나 그 분석의 깊이에는 '애매하다'는 평이 앞선다. 놓친 부분이 있나 다시 한 번 읽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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