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철학 - 청춘의 끝자락에 선 당신을 위한 철학 카운슬링
크리스토퍼 해밀턴 지음, 신예경 옮김 / 알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중년의 철학 Middle Age

 

 

앞장에 가까울 수록 손 때가 묻어 까맣던 학창 시절 <수학의 정석>을 읽듯이 <중년의 철학(원제 Middle Age)>을 읽었다. 한 2~30여 페이지를 읽다가 다시 맨 장으로 돌아가 천천히 읽고, 또 다시 맨 앞장으로 돌아가고.......비록 우아하고 담담한 문체로 중년의 철학을 논하지만, 평범한 뱃보를 가진 이라면 쉽게 넘기지 못했을 존재론적 위기를 크리스토퍼 해밀턴이 꾹꾹 눌러 회고하기에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것이 독자로서의 예의일 듯 싶었다. 저자 크리스토퍼 해밀턴은 런던 킹스칼리지 종교철학과 교수이자, 철학사에서 대단한 주목을 받지 못하던 '중년의 철학'을 역사적 현상으로 규정하고 집중조명하려는 선각자와도 같다.


 

"그들이 그 짓을 해서 널 낳았어. 네 엄마와 아빠가."해밀턴 박사가 일부러 본문에 배치한 이 시는, 그의 기구한 중년의 위기를 알고나면 가슴이 아리게 들려온다. 해밀턴 박사는 "한여름에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38세의 나이에 위기의 중년을 경험한다. 바로 출생의 비밀을 알게되면서. 어머니의 불륜으로 태어난 자신. 그 생부는 초등학교 시절 자신의 담임이기도 했다. 육체가 침범당하고, 더렵혀지고,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크리스토퍼 해밀턴 박사는 순수함을 향한 갈망에서 그 침범한 더러움을 벗겨내기 위해, 육체를 혹사시켰다. 달렸다.


 

많은 철학자나 정신분석학자들이 그러하듯, 해밀턴 박사는 단순히 '불륜의 산물'(72쪽) 이자 '잡종(80쪽)'으로서의 태생적 비극 외에도, 어머니와 비정상적인 과계에 있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무책임한 정염의 화신이었던 어머니가 비저상이었다. 그의 가정에서는 어머니와 사회학적 아버지인 K사이에서 무서운 폭력이 오갔으며, 어린 해밀턴은 '활화산같은 분노를 쏟아내는 뜨거운 자아'와 '행동을 억제할 줄 아는 얼음처럼 차가운 자아'의 이중분리를 경험했던 것이다. (156쪽). 중년이 되어서도 해밀턴은 침범당한 정체성, 크게 와닿게 된 육체적 취약성에 대한 고민을 해밀턴식 공부와 예술(음악)으로 치유하는 듯 하다. 종교철학자 답게 철학자들의 철학자들의 글들을 자유자재 패치워크하고, 시인과 영화감독 예술인들의 글을 인용한다. 얼마나 많은 사유와 사유를 삭혀서 존재의 부정함을 씻어내려 했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중년의 철학>을 막 탈고하고 나서 생부 H의 부고를 전해들었다는 해밀턴. 한마디로 '배반감'을 느꼈다 했다.....비어있는 의자는 누구를 위한 자리인가......돌아가신 생부 H와 길러준 아버지 K를 위함인가, 해밀턴 박사 자신을 위함인가......"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을 위함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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