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 - 한의학으로 밝힌 우리 몸 건강백과, 개정판
안세영.조정래 지음 / 와이겔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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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말고 제 배꼽 들여다보기도 처음이다. "뚱뚱한 사람들은 배꼽이 대개 동그랗지만, 호리호리한 사람들은 상하로 째진 수직세장형이 많다 (284)"라는 문장에 괜시리 뜨끔해져서. 



한의학 공부하는 친구들이 약초 찾으러 다니고, 한자 공부하는 걸 "참 고달프겠다" 여겼던 어린 시절. 그 시절에는 내 안의 열기 빼내기에 바빠 춤추랴, 뛰랴, 언어의 설사를 싸대랴 보이지 않았다. 몸을 이렇게 공부할 수 있다는 걸. 제목인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 그대로 내 몸, 우리 인간, 그리고 어쩌면 더 심오한 세계까지 한의학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어렸을 때는, body, embodiment, body politics, social bodies....핫한 키워드를 올리는데 바빠서 그 개념어 사이의 간극을 메워줄 생각을 느리게 숙성시키지 못했다. 이제라도 접하니, 참 재미있다.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를 집어 든 후로는, 책상에 쌓아둔 다른 책에 손 대지 못했을 정도로.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는 2010년도에 초판된 책이다. 10년 만에 개정판을 내면서 아쉽게도 안세영, 조정래 두 분 저자가 개정판 서문을 다시 쓰진 않았다. 두 저자는 경희대학교 학부, 대학원 석박사까지 11년을 함께 공부하고 그 후에도 "간과 쓸개"처럼 최고의 친구로 우정과 학문 세계를 나눠왔다 한다.


 2010년에 두 분이 책 초판했을 때는 한의학을 "비과학"라는 비딱한 시선이 우세했던 것일까, 문장문장에서 두 분의 고아한 학자적 기품과 인품이 느껴지는 데, 한약을 먹으면 간에 좋지 않다든지 하는 대중적 속설에 정면 대응할 때의 문체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또한 서문의 핵심을 요약하면 "서양의학 우위의 몸 이해에 경종 울리며 한의학의 우수성과 필요성 역설"로 보인다. 배타가 아닌 보완적 관계로 가자는 주장이다. 이렇게 말씀하신다. 


의학 본연의 목표와 존재 가치는 한방 / 양방 가리지 않고 인간을 병고로부터 해방시키고 건강을 가일층 증진시키는 데 있지 않은가? (401)




30여 년 째 한의학을 가르치고, 의술을 행하는 두 저자는 60조목(條目) 으로 구성했다. 


모발, 머리, 정신, 꿈, 두통, 어지러움, 중풍, 명당, 안색, 이마, 땀구멍, 눈, 눈의질환, 귀, 총명, 이명, 코, 코의 질환, 입과 혀, 입과 혀의 질환, 치아, 치아의 질환, 치아의 양생, 목, 편도, 호혹 및 매핵기, 목소리, 언어, 척추, 단전, 남녀, 배통, 흉곽, 유방, 유방의 질환, 심, 심통, 폐, 기침, 천식, 해역 咳逆, 배꼽, 비, 오미, 설사, 간, 주상 酒傷, 신, 부종, 요통, 월경, 소아, 음위, 소변,변비, 사지, 비만, 피부병, 체질, 동서의학 


그 60조목을 옮겨보았습니다. 




대학에서 후학 양성하고 아픈 이들 돌보느라 바쁜 두 저자가, 한의학도가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읽고 배울 수 있는 책을 내주시니 무척 고맙습니다. 공부가 깊어지면 생각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관찰의 대상이 어떻게 확장되는지 두 분께 어깨 너머로 배워봅니다.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는 서너번 다시 읽고 그 때 정리해야 할 교과서 같습니다. 오늘은 좋은 책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가볍게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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