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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 세계를 경악시킨 체르노빌 재앙의 진실
앤드류 레더바로우 지음, 안혜림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20년 5월
평점 :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체르노빌의 목소리]도 혼자만의 공간에서 읽었다. 새벽녘, 슬픔과 공포에 가슴이 뻐근해져서 쉬엄쉬엄 읽어 나갔다. 스티븐 킹 소설도 아니건만, 공포감이 척추를 싸하게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체르노빌 01:23:40] 역시 공교롭게도 혼자만의 공간에서 읽었다. 생명을 잃어가는 많은 사람들, 숭고하게 희생한 사람들 때문에 마찬가지로 가슴이 뻐근해졌다. 글로만 읽어도 이렇게 압도되는데, 현장을 직접 찾았던 앤드류 레더바로우 Andrew Leatherbarrow는 어땠을까?


[체르노빌 01:23:40]은 1986년 4월 46일 체르노빌 핵 발전소 폭발사건을 한 축으로, 저자 자신이 2011년 체르노빌 참사 지역 여행에 다녀온 이야기를 또 다른 축으로 교차하며 전개된다. 저자는 체르노빌 대참사관련 자료들이 너무 어렵거나 편파적이어서 직접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덕질"수진이라기 무색한 수준의 전문성을 보인다. 도대체 저자는 원자로 설계도를 어떻게 구했고, 러시아 어도 모른다면서 그 많은 문헌과 인터뷰 자료를 어떻게 다 해독했는지 경이롭기만 하다.
저자가 강조하는 점은
첫째, 정부는 "원자로 운전원의 실수나 무책임" 등 개인 차원으로 책임을 돌리려 노력해왔으나, 명백히 구조적- 즉, 원자로 설계 자체- 문제 였다.
둘째, 체르노빌 대참사가 아포칼립스가 되지 않도록 막은 데는 숱한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이 따랐다. 화재 당일 진압에 나섰던 소방관들은 물론, 제대로 분류도 안되고 보상도 못받은 청산인들, 그리고 이후로도 방사선 노출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에 독자는 숙연해진다.
내가 감명받은 점은,
비전문가 덕후가 어떤 이슈가 궁금해서 사명감을 가지고 파헤쳐 들어갔을 때, 명망 높은 학자나 전문가에 버금가는 힘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는 점이다. 저자가 체르노빌을 여행했던 2011년에는 일본에서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저자는 일본 정부, 도쿄 전력회사를 비판하는 문구를 책 후반부에 흘려 놓았다. 앤드류 레더바로우가 집필중인 책이 바로 이 동일본 대지진 관련된 것이라니, 차기작도 기대해본다.
<TENET>에 구소련의 옛 비밀 핵실험지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체르노빌 01:23:40]의 1장 "원자력 발전의 역사"파트를 읽다보니, Kyshtym 참사 등 기밀로 유지되던 참사들이 실제 있었고 오랜동안 은폐되어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