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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사회 - 폭력은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볼프강 조프스키 지음, 이한우 옮김 / 푸른숲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인간의 본성에 관한 학설은 동양에서는 성악설과 성선설로 대표된다. 서양에서는 이성과 의지로 표현된다. 인간의 자연상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역시 폭력과 혼돈상태라는 입장과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상태라는 입장으로 대변한다. 이러한 입장들은 근대의 철학자 로크와 홉스의 사회계약설에서 기본적인 전제의 차이로 나타난다. 물론 이전 고대철학에서도 인간의 이성과 의지에 대한 견해는 끊임없이 대두되었고, 중세에서는 하나님의 이성과 의지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나 주류는 역시 이성에 비중을 두고, 평화상태에 기반을 둔다.
계보를 살펴보면, 인간의 이성이냐 인간의 의지냐에 따라 주지주의와 유의주의로 크게 나누어지는데, 주지주의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스토아학파, 그로티우스, 라이프니쯔, 근대 자연법, 독일 관념론으로 이어가고, 유의주의는 사도 바울, 아우구스티누스, 둔 스코투스, 오컴, 홉스, 국가지상주의, 마르크스로 계보가 이어진다. 그렇지만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큰 흐름은 역시 의지나 힘에 의해 좌우되었다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폭력사회]의 저자 역시 설득력이나 논리적 측면에서 유의주의쪽에 관심이 더 있는 듯하다.
폭력과 사회 라는 말은 언듯 불합치하는 면이 있다. 구성원이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사회속에 폭력은 이질적인 요소가 틀림없기 때문이다. 폭력은 부정적인 면을 내포하고 있다. 질서와 규범을 무시하는 힘이 폭력이고, 폭력은 현대 사회에서 불법화 되어 있다. 그래서 폭력의 내재 요소인 힘이나 의지 역시 무시당한다. 아니 이를 억제하고 억압할 수 있는 더 큰 힘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질서의 강요로 인해 폭력이 태어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통치를 위해 질서를 요구해서는 안되고, 의미있는 질서를 구현하고자 한다면 통치를 잘해야한다. 그래서 카뮈가 불의보다 무질서를 택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정의를 강화하는 것이 질서가 아니라, 질서에 확신을 주는 것이 정의인 것이다. 어찌보면 사회적 질서는 정부와 국민간의 균형과 일치하는 소통의 문제인데, 질서를 내세워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위정자들은 다시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폭력사회]에는 폭력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다룬다. 폭력의 대상인 인간의 육체, 고통..폭력의 유형으로 고문, 사형집행.. 폭력의 도구인 무기, 전투, 학살 그리고 문화적 측면까지 세부화시키고,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폭력은 직접적으로 인간의 육체와 밀접해 있다. 정신적 고통과 불안 심리역시 폭력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인간의 육체에 대한 공격과 방어 사이에 무기의 발전은 계속되었다. 또한 무기는 인간 지위의 상징으로, 신속성과 공간 극복을 위해 개발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이 책은 사형에 관한 내용이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지만, 최근 출간된 '능지처참'처럼 독립된 분량으로 다룰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고보면 저자가 지식적으로 압축하고 깊이있게 설명하는 능력은 높이 살 만 하다.
폭력사회는 눈에 보이지 않고 은밀하게 아직도 움직이고 있다. 주변을 다시한번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우리 현대사를 되돌아봐도 폭력에 대한 아픈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다. 역사를 아름답게만 포장하는 것 보다 큰 전환기마다 힘이라는 원동력이 있음을 인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우리와 역사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