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모르는 그들의 생각을 읽어라 - 비합리적인 소비심리를 파고드는 100가지 마케팅 전략
로저 둘리 지음, 황선영 옮김 / 윌컴퍼니(윌스타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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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를 이용하여 상대방의 행동과 생각을 조종하는 것을 ''NLP'혹은 '신경마케팅'이라고 한다. 물론, 이와 같은 분야가 학문적으로 발전하기 훨씬 이전부터 상공인은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사실과는 다른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돈을 벌어들이곤 했는데, 우리는 이를 흔히 '상술'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와 같은 장사치의 '상술'에 한두번 휘둘리고 나면 '학습효과'로 더 이상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게 된다.

 

그런데 TV와 인터넷 등 멀티미디어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리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상술'에 노출되어 속절없이 당하고 있다.

 

TM(텔러마케터)의 전화에 판매 계약을 하고, 홈쇼핑 쇼호스트의 장점만을 부각시킨 달콤한 말과 '매진 임박'이라는 현란한 광고문구에 속아 물건을 구입한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집으로 배달된 택배 상자를 열어보고 만족한 경우는 아마도 손에 꼽을 만큼 적을 것이다. 오히려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상품으로 실망한 적이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인간은 기본적으로 불쾌한 기억은 빨리 지워버리는 반면 기분 좋은 기억은 오래 기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매번 현란한 화면와 화려한 광고 앞에서 택배 상자를 열었을 때 실망했던 기분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라기보다는 '이성적이라고 믿고 싶은 존재'인 것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마다 돈을 지불할때 느끼는 고통의 강도가 다르단다. 25%의 사람들은 고통의 강도가 너무 커서 쉽게 지갑을 열려 하지 않는 일명 '구두쇠'집단이고, 60% 정도는 중간 수준, 그리고 손쉽게 지갑을 열어 버리는-즉, 돈을 지불할 때 느끼는 고통의 강도가 약한-사람들이 15%정도라고 한다. 이와 같은 '지불의 고통'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반복적인 고통의 지점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이다.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거나 카트에 담은 후 한꺼번에 계산하는 것 역시 각 품목을 선택할 때마다 돈을 지불하게 하여 지불의 고통을 반복, 상기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걸 마케터들은 이미 알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초밥은 각 접시당 개별 가격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접시를 집어 들어 입속에 초밥 한개를 넣을 때마다 지불의 고통을 느끼게 하는 아주 안 좋은 판매 방식이라는 저자는 주장에 십분 공감이 간다.

 

스포츠카를 판매하는가? 그렇다면 고객이 서류에 사인하자마자 새로 장만한 컨버터블을 몰고 갈 수 있도록 보장해주라. 비타민을 판매하는가? 여섯 달 치를 한꺼번에 사는 고객에게 유리하도록 가격을 책정하라. 지불 기한을 연기해주거나 비타민을 주기적으로 배송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우선, 판매하는 품목이 '욕구'에 관계된 것인지 '의무'에 관계된 것인지 알아내라. 그러고 나서 적절한 타이밍 전략을 수립하라. 인생과 비지니스에서 여러 가지가 그러하듯이, 고객의 욕구와 의무 간의 전쟁에서도 타이밍이 승부를 가른다.

 

 

-로저 둘리, <그들도 모르는 그들의 생각을 읽어라> p274~275-

 

 

 

마케터들이 과소비집단인 15%의 사람들을 공략하기는 쉽지만 그만큼 경쟁자 또한 많다. 그러므로 대다수인 60% 집단과 구두쇠 집단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전자는 매진임박이나 군중심리에 휩쓸릴 가능성이 큰 반면, 후자는 가격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마케터들은 꿰뚫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여 성별의 차이가 소비에도 나타나서 남자의 경우 과시하기 위한 제품에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을 지불할 확률이 큰 반면, 여자의 경우 명품일지라도 세일가격에 구입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남자는 세일에 구애받지 않을 만큼 경제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소비를 하는 한면, 여성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낭만적으로 점화된 남성들은 돈을 거침없이 썼고, 같은 그룹에 있는 여성들은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맹렬히 나섰다. 남성이 자원 봉사를 하겠다고 한 경우는 드물었고, 여성들은 돈을 별로 쓰지 않았다. (...) 후속 연구에서 연구원들은 이런 과시적인 면모가 어느 정도나 공개적으로 드러나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낭만적으로 점화된 남성은 자신이 입거나 운전할 수 있는 것을 사는데 초점을 맞추고 집에 둘 수밖에 없는 품목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같은 그룹에 있는 여성의 경우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혼자 하는 활동은 기피했다.

 

-로저 둘리, <그들도 모르는 그들의 생각을 읽어라>, p305-

 

 

이와 같은 연구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특히 비영리단체의 경우 남성에게는 은근히 기부한 점을 자랑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며, 여성에게는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봉사 행위나 활동을 권유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 특히, 높은 곳으로 올라온 사람들이 내려온 사람들보다 헌금함에 잔돈을 넣을 확률이 훨씬 높으며 높은 빌딩에서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나 공중에서 내려다본 사진 등에 노출된 경우, 기부를 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며 기부 금액 또한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러고 보니, 교회당이나 사찰의 대웅전은 주로 계단을 통해 올라가게 설계되어 있다!

 

 

이 밖에도 거울이나 자신의 모습이 나오는 사진이나 영상에 노출된 경우, 사람들은 훨씬 더 양심적으로 행동하며 너그러워진다는 점 또한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그래서 교회나 행사장 입구에는 대형 거울이 걸려 있는 반면, 도박장에는 거울이 없다고 한다.

 

 

 

한편, 제품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기가 쉽지 않은 경우에는 전문가의 판단과 주장에 쉽게 휘둘리며 무엇보다도 가격에 따른 호불호가 큰 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와인이라고 한다.

 

 

와인 연구는 소비자들이 믿는 것이 제품의 실제 특성을 넘어 제품에 대한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해당 연구에서 소비자들은 '비싼 와인이 싼 와인보다 맛이 좋을 거야.' 또는 '캘리포니아 와인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잖아. 노스타코타에서 와인을 생산하는지도 몰랐어!'와 같은 생각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객이 브랜드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제품을 사용할 때 비슷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해도 큰 비약은 아닐 것이다.

(......)

고객이 100달러를 주고 와인을 샀는데 와인에서 식초 맛이 난다면 즐거운 와인 경험에 대한 기대는 끔찍한 맛에 의해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기대와 현실 사이에 약간의 부조화는 극복할 수 있지만 둘 사이에 공백이 심할 경우 마케팅 전략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5달러를 주고 산 와인은 설령 맛이 없더라도 하루만에 잊어 버릴 수 있지만 유명한 포도주 양조장에서 산 50달러짜리 와인에서 썩은 코르크 마개의 맛이 난다면 불만 수준은 즉시 높아질 것이고 그 브랜드를 오랫동안 불신하게 될 것이다.

 

 

-로저 둘리, <그들도 모르는 그들의 생각을 읽어라> p294~295-

 

 

식품 시식 코너에서는 유난히 작은 조각으로 잘라 놓곤 하는데, 이는 순전히 비용 때문만이 아니다. 맛을 충분히 느낄만큼 즉 욕구를 충족시킬만큼의 양을 제공하지 않으므로써 시식을 한 소비자로 하여금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 제품을 구입하게 만들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다. 두 세개씩 집어 먹는 사람보다 한개만 집어 먹은 사람이 제품을 구입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이 밖에도 저자는 공짜 마케팅 전략을 피해야 하는 경우도 있음을 지적한다.

특히 특정 계층을 소비자로 하는 경우에는 공짜 샘플을 지급하는 것보다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마트 입구에서 고양이 사료 샘플이 공짜로 제공된다고 하자. 비록 고양이를 키우진 않지만 고양이 먹이를 본 순간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이웃이나 친구가 떠오르지 않을까? 그래서 그들에게 가져다 줄 요량으로 한 두 개쯤 집어오기 마련이다. 물론, 이 샘플이 고양이 주인에게 제대로 도착한다면야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대부분은 집안 어딘가에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있거나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확률이 매우 크다. 마케터나 기업 입장에서는 결코 원치 않는 결과이다.

 

 

공짜로 제공되는 샘플과 당첨확률 100%인 쿠폰 등이 모두 위와 같은 치밀한 계산과 고도의 전략에 따른 마케팅에 다름 아니라고 하니, 이 땅에서 현명한 소비자로 살아간다는 건 정말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한다.

 

과거 산업화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지 전까지는 물건에 대한 가치와 용도가 매우 중요했다. 그러므로 제작자나 판매자는 제품의 품질만을 있는 그대로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기업의 수익구조가 '무한생산 무한판매'로 접어들면서 물건의 용도나 품질보다는 소비 욕구를 조장하여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구입하게 만드는 쪽으로 바뀌었다.

 

오늘날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소비지상주의 역시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의 확장/팽창에 따른 부작용이었다고 생각하니 왠지 오싹해진다.

 

 

 

이 책은 인간의 부조리한 심리나 생각을 이용하여 물건을 판매하는 마케터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다루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불온하고 심지어 불쾌하기까지 한 책이지만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들을 폭로(?)하고 있다. 그러므로 향후 기업가에게 고용되어 소비주의를 널리 퍼뜨리는데 일조하는 전문가 그룹(의사, 변호사를 비롯하여 카피라이터, 모바일 프로그래머의 등등)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그들만 알고 있는 그들의 생각'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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