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본성
제프리 잉햄 지음, 홍기빈 옮김 / 삼천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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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문명은 항상 돈과 함께 해 왔다. 경제 생활은 정치 생활과 더불어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해 왔다. 마치 우리 인간에게 부모님 같은 존재랄까. 물론, 그 수단의 일부인 돈이 인간보다 우월한 물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돈도 어디까지나 수단에 불과하니까. 그런데 왜 사람들은 그 수단에 얽매여 목적을 잊고 사는 것일까? 도대체 '돈'이란 것의 본성은 무엇일까?

 

 제프리 잉햄의 『돈의 본성』은 '돈'이라는 개념보다는 '화폐'라는 개념에 더 가깝다. money라는 단어의 의미 중에는 '화폐'라는 뜻도 있으니까. 저자는 이 책에서 화폐의 본질과 그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 1부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다른 수많은 경제학자들의 말을 빌려 설파하고(안타깝게도 그 중에 내가 아는 사람은 마르크스와 애덤 스미스뿐이었다), 2부에서는 화폐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결국 결론은? 안타깝게도 나는 이 책에서 그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화폐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물질이라는 것?

 

 왜냐하면 화폐는 추상적인 단위이기 때문이다. 비록 오늘날에는 동전과 지폐, 수표로 '눈에' 보이지만, 과거에는 조개나 보석 등이 화폐의 가치를 지녀왔다. 이처럼 화폐를 나타내는 것은 항상 변한다. 즉, 그것의 본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라는 얘기다. 이것은 마치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연상시킨다. 보이지 않는 개념에 의해 우리는 먹고 살고, 또 죽는다. 이쯤 되면 조금 소름돋는다. 내가 화폐의 줄에 놀아나는 꼭두각시가 된 것은 아닐까........

 

 하지만 돈의 본성을 파악하면, 그 조종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글쓴이의 주장에 따르면, 화폐는 항상 정치적인 투쟁과 관련되어 있을 때에만 그 가치를 지닐 수 있다. 다시 말해, 정치와 경제를 별개로 놓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물론 『중용』에서는 정치인들이 경제에 신경 쓰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돈의 본성, 화폐의 본성에 주의하며 살아간다면 우리는 돈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여기고, 삶의 질을 더욱 늘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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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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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은 갑자기 시작된다. 꿈에서 깨어난 사람은 그 꿈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인생의 가장 첫 부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는 사실에만 의존하며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준비한다. 나는 내가 전혀 기억해내지 못하는 삶의 부분을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부르겠다. 그 시간을 되찾으려면 '나'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내 근처에 있던 수많은 '너'를 찾아서 그 허전한 부분을 메꿔야 하는 것이다.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한 작은 여정이다.

 

 소설은 카밀라라는 여자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유이치라는 남자가 등장하면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매우 이국적인 분위기를 띤다(이름 하나로). 언뜻 보면, 이 이야기는 이 두 사람이 펼치는 이야기로 보인다. 하지만 2부 '지은'으로 넘어가면서 소설의 주인공은 과거의 인물로 변한다. 카밀라의 어머니, 정지은에 관한 '잃어버린' 이야기를 찾기 위해, 카밀라, 아니 희재는 '너'를 찾아간다. 자신의 어머니가 어떻게 자신을 세상에 보냈고,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내가 지은이었더라도 답답하고, 막막했을 것이다. 마치 실종된 아이를 찾는 기분이랄까.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진실과 사실로 파고들어갈수록, 소설의 내용은 점점 가빠진다. 진남에 얽힌 여러 가지 전설과 그것들과 관련된 정지은의 이야기. 자신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난 뒤, 희재는 마음이 홀가분해졌으리라.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심연을 건너가는 것, 우리가 두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는 것, 혹은 당신이 내 소설을 읽는 것, 심연 속으로 떨어진 내 말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 카밀라가 알아낸 또 다른 사실은 그녀의 어머니가 시인이었다는 사실이다. 비록 학교 내에서만 조금 알려진 시집이었지만 그 쾌쾌한 냄새를 풍기는 시집 속에는 어머니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감동받을 수 않을 수 없다. 카밀라는 심연 속에 숨겨져 있던 '희망'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마침내 찾았다.

 

 감성적인 작가 김연수는 책 속에서 이런 구절을 적었다. "진실은 개개인의 욕망을 지렛대 삼아 스스로 밝혀질 뿐"이라고. 그렇다, 진실은 감춰져 있어서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진실은 그것을 간절히 원하는 자에게 '찾아온다'. 그러므로 작가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내가 읽기 위해서는 그것을 간절히 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짜 이야기는, 나에게 찾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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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9월은 짧고 굵은 달인가 보다. 마음에 드는 소설의 양은 별로 없지만, 그 발견된 소설들이 정말 최고다. 내가 지목한 다섯 권의 소설(또는 문학)은 하나같이 소중하다.

 

 

 

 

 

 

 

 

 

 

 

 

 

 

 

 『마하바라따』. 이렇게 세상에 나온 것을 환영한다. 한때 서점에서 때묻어 있는 너를 본 이후, 새롭게 재탄생하기를 항상 바래왔다. 드디어 나왔구나, 상상력의 근원이여. 수많은 명작들이 너에게서 비롯되었으니, 너야말로 진정한 명작 중의 명작이구나. 가히 고전이라 불릴 만하다. 하지만 '고전'답지 않게 흥미로운 이야기 때문에 버림받지 않고 사람들에게 관심과 인기를 받고 있구나. 나 역시 너에게 주목한다. 이 위대한 서사시의 시작은 창대했고, 과정은 경이로웠으며, 끝은 아름다웠다. 이 새로운 세상에 빠져드는 순간, 당신의 멈춰있던 감성과 상상력이 되살아나기 시작할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역시 너무나 반갑다. 좀 더 깔끔한 번역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돌아온 이 책은 『율리시스』와 더불어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을 탄생시키고, 발전시킨 걸작이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과연 그의 '잃어버린 시간'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는 왜 항상 잃어버리기만 하는 시간을 되찾으려고 하는 것일까?

 

 

 

 

 

 

 

 

 『빅 픽처』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템테이션』. 뜻이 '유혹'인데, 어떤 유혹을 말하려는 것인지? 소설은 자고로 흥미로운 소재로 독자를 사로잡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케네디, 이 작가는 너무나도 그것을 잘 한다. 스토리만 봐도 그렇다. 10년 동안 무명 작가로 지내다가 시나리오 하나가 대박을 터뜨린 작가,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유혹, 그리고 몰락....... 유혹에 휩싸인 자의 운명은 파멸인가, 혹은 극복인가?

 

 - 당신이 이런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시나리오나 작가에 꿈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눈 여겨볼 만한 의미심장한 책. 케네디 자신의 이야기였다면 더욱 절실했을텐데.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노칼라' 시리즈(다른 한 권은『판타스틱한 세상의 개 같은 나의 일』)의 두 번째 작품인 『직업의 광채』는 말 그대로 '직업(work)'의 광채에 대해 유머있게 풀어놓는 소설이다. 애니 프루, 조이스 캐럴 오츠 등의 작가들이 모여 만든 직업 이야기. 과연 유쾌할까?

 

 

 

 

 

 

 

 

 

 

 이 문학이 맛있는 까닭은 간단하다.

 인생이 허기지기 때문이다.

 배부른 자에게 문학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주린 자들이기에 문학과 책과 글이 필요한 것이다.

 영혼의 식사를 할 시간이다.

 이들의 코스 요리를 차례차례 맛보며

 심신을 휴식시키고

 영혼을 배부르게 하는 게 어떨까?

 예전에도 말했듯이,

 맛은 보장할 수 있지만

 배가 부를지는 모르겠다.

 1인분은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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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게 된 특별한 도서 『13X2』에 대해.

 알라딘 13주년 특별 기획 도서라 그런지 독서에세이 13편, 소설 13편을 담아놓았다. 처음 받았을 때 가장 놀란 것은 에세이와 소설을 정반대 방향으로 출발시켜 끝과 끝끼리 만나게 한 형식이었다. 내용도, 형식도 나를 만족시켰다. 그 중 나의 기억에 남는 에세이와 단편 소설 몇 편을 여기에 소개해 본다(참고로 『킬리만자로의 눈』은 예전에 읽었기 때문에 제외했다. 만약 읽었다면 단연코 기억에 남았겠지).

 

 이현우- 「인생은 책 한 권 따위에 변하지 않는다」

 

 알라딘에서 '로쟈'로 유명하신 그 분의 글이다. 나 같은 경우, 『눈먼 자들의 도시』 한 권으로 시작해서 연쇄적으로 나에게 감흥을 주었기 때문에 저자의 의견이 동의한다. 인생은 책 한 권 따위에 변하지 않는다. 그 책이 무엇인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독서' 자체의 중요성이니....... 기억에 남는 구절 여기에 옮겨본다.

 

  독서 능력이라는 '발명품'은 인간의 뇌 조직을 재편성하고 사고 능력을 확대시켰으며 역사를 바꾸어놓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러한 인류사적 대전환은 한 개인의 역사에서도 반복됩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다른 세계, 또 다른 우주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니까요. (…) 즉 우리는 똑똑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똑똑해집니다. 따라서 독서 능력이라는 '옵션 액세서리는 있으나마나 한 장신구가 결코 아닙니다. 우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p. 11)

 

 헤럴드 블룸- 「왜 읽는가?」

 

 항상 '왜'라는 질문은 삶에서 있어서 필수적이며, 중요하다. 의문이 없는 삶은 모든 것을 알고 있거나 알고 싶지 않아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책을 읽으라고. 왜?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가? 세계대적인 비평가이자 교수인 헤럴드 블룸은 대답한다. "어떻게 읽는가, 잘 읽는가 못 읽는가, 그리고 무엇을 읽는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지만, 왜 읽는가 하는 문제는 개인의 관심사에 달린 것이다. (…) 독서의 목적 중 하나는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며, 가장 마지막 변화는 안타깝지만 세상 사람들 누구나가 맞이하는 것이다."

 

 나의 대답은 이렇다. 독서는 너의 삶을 바꾸어 놓는다. 그 세계에 들어가기 전에는 하찮게만 보이던, 멀리서 보면 여가나 시간 때우기용으로 보이던 독서의 세계에 입문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영혼의 양식이자 삶의 영양제와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장담하냐고? 내가 그랬으니까. 그리고 헤럴드 블룸을 비롯한 많은 독서가들과 작가들이 그랬겠지. 당신은 좋아하는 작가나 예술가가 있는가? 그 사람은 독서를 통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이다. 그를 본받고 싶다면, 우선 좋은 책을 읽어라.

 

 

 가까이 있는 책 중 검토하고 고찰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책, 그리고 시간의 독재와 관계없이 자연과 동질감을 느끼도록 해 주는 책을 찾아라. 실용적으로 말하자면, 우선 셰익스피어를 발견하고, 셰익스피어가 당신을 발견하도록 하라는 말이다. (p.98)

 

 다치바나 다카시- 「체험적인 독학 방법」

 

 이 글은 매우 단순한 구성이다. 공부를 하기 위한 독서, 즉 '독학'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그 방법이 조금 특별할 뿐. 저자는 서점을 '순례'하며 마음에 드는 책을 원하는 대로 고른다고 한다. 그럴 경제적 조건이 안 되는 나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그리고 저자는 책 고르는 법부터 읽는 법까지 정말 상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독학할 생각이 별로 없는 나도 관심이 가게 할 정도로. 아래는 다카시가 제시한 '실전'에 필요한 14가지 독서법이다.

 

 1.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2. 하나의 테마에 대해 책 한 권으로 다 알려고 하지 말고, 비슷한 관련서를 몇 권이든 찾아 읽어라.

 3.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말라.

 5. 읽다가 중단하기로 결심한 책이라면 일단 마지막 쪽까지 한 장 한 장 넘겨보라.

 6. 속독법을 몸에 읽혀라.

 7. 책을 읽는 도중 메모하지 말라.

 8. 남의 의견이나 북 가이드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말라.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10.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11. '아니, 어떻게?'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면 저자가 어떻게 그런 정보를 얻었는지, 또 저자의 판단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숙고해 보라.

 12. 왠지 의심이 들면 언제나 원본 자료 혹은 사실로 확인될 때까지 의심을 풀지 마라.

 13. 번역서는 오역이나 나쁜 번역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다시 보니, '14계명' 같다. 그래도 참고할 만한 가치는 있다.

 

 이권우- 「각주와 이크의 책 읽기」

 

 글쓴이가 예상했듯이, 나는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뭐 이런 제목이 다 있나. '각주'와 '이크'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라니. 게다가 나는 '이크'가 무엇인지 저자가 설명할 때까지 상상도 못했다. 각주의 책읽기란 자신의 세계관과 감성을 옹호하고 보충하고 지지하는 독서다. 얼핏 보면 나쁘지 않다. 이권우 역시 '일반적인 책읽기'는 대부분 이 범주에 속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독서는 스스로의 만족감에 젖어 발전이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이크의 책 읽기'다. "이크"란, 놀랐을 때 쓰는 감탄사다. "이크! 이걸 몰랐네!" 한 마디로, '경이'다. 그리고 경이를 탐구하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얻는 지적 환희란....... 각주에서 얻었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이리라.

 

 윌리엄 암스트롱- 「읽은 것에서 더 얻는 법- 독서의 기술」

 

 이 글은 조금 친숙했다. 저자가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의 저자 모티머 애들러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내 인생 최초의 자기계발서이자 독서법의 가이드가 되어 준 책이다.

 

  암스트롱은 뭐라고 말했을까?

 

 1. 독서는 단어 하나하나를 읽는 것이 아니다.

 2. 독서는 인쇄된 페이지를 힘들게 외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3. 독서는 손가락이나 연필로 문장을 따라가며 기계적으로 읽는 것도 아니다.

 

 독서는 사유다.

 독서는 연구이다.

 독서는 도전이다.

 

 내가 독서에세이 편 중 가장 인상깊게 읽는 것이 바로 「독서의 기술」이다. 원래 내가 이런 분야에 잘 끌리는 편이고, 나의 독서 습관이 잘못 되었음을 정확히 지적해주었기 때문이다. 가끔 나는 "책을 제대로 읽자"고 생각하면, 그저 문장 하나하나를 이해하는 것에 그친다. 그리고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칸트의 책을 읽을 때, 나는 한 문장 한 문장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래, 칸트는 이해하자. 플라톤의 대화편을 한 단어씩 이해하는 것은 정말 바보짓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하고 있다. 나의 독서는 계획이 없다. 책을 한 권 한 권 파고들지 못하고 몇 장만 읽으면 지루해지고, 다른 책을 찾는다. 그렇게 해서 내가 책갈피를 꽂아놓은 책만 서른 권 남짓된다. 하지만 대부분 초반부에만 갈피가 꽂혀있다. 나의 이런 엉망진창 독서습관을 보면 윌리엄 암스트롱은 나에게 뭐라고 말할까?

 

 "이봐, 독서는 계획이다. 너처럼 듬성듬성 읽으면 제대로 읽을 수 없어. 잡생각 하지 말고 집중해서 읽으라고. 주의 흐트러지지 말고. 그리고 너 자신을 믿어."

 "어떻게요?"

 "읽은 것은 기억할 수 있다고. 또, 너의 개인적인 경험을 책 내용과 연관시키거나 적용시켜 봐. 예를 들어 보렴."

 "저는 물건을 잘 못 찾고, 그러면 화부터 내는 안 좋은 습관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글 쓴답시고 언제부턴가 영화 내용을 검색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인셉션> 괜히 봤어요."

 "어쨌든 너에게 부족한 것은 관찰력과 집중력이구나. 그러면 너는 『논어』나 『팡세』처럼 짤막한 토막은 잘 이해하지만,   칸트나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논리정연한 글은 이해하기 어려워하지?"

 "네."

 "그럼 너에게 충고를 해 줄게. 단락이나 문장을 읽을 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 즉 주제를 유념하며 읽도록 해. 한 문장 한 문장을 각각 이해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각 문장들을 연결시키는 고리를 찾아. 그리고 그것을 계속 반복하고, 마지막으로 마음 속으로 읽었던 부분을 요약 정리해. 가능하면 써도 좋고."

 "플라톤의 『소피스테스』를 요약 정리하고 있습니다."

 "훌륭해. 이제 마지막으로 너에게 줄 조언은 이것뿐이야. 읽는 목표나 목적을 명확히 하렴. 너가 이 책을 왜 읽는지 자문하고 책을 읽도록 해. 그리고 한눈에 많이 보는 연습을 하고. 너에게 필요한 것은 책을 제대로, 빠르게 읽는 거야."

 "좋은 충고 감사합니다, 암스트롱 씨."

 

 래이 브래드버리- 「지구인」

 

 읽고 소름 돋았다. 평범한 SF려니 했건만, 우주판 「셔터 아일랜드」였다. 우주판 셔터 아일랜드라....... 이 말 말고 다른 말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괴물로 살겠나

 아니면

 선량한 인간으로 죽겠나"

 - <셔터 아일랜드>-

 

 

 

 

 

 

 

 

 

 와카다케 나나미- 「익명 작가의 연작 단편소설 7월: 상자 속의 벌레」

 

 정말 재미있었다. 이런 퓨전 장르의 소설 마음에 든다. 무서운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야기가 현실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벌어지자 두려워하는 젊은이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해프닝이었다. 코믹, 추리, 미스터리, 공포가 혼합된 유쾌한 청춘들의 이야기이다. 적극 추천한다. 양갱과 팥빙수 당기는 여름에 걸맞는 소설.

 

 김연수- 「뉴욕 제과점」

 

 김연수의 이 단편 소설은 마치 자전적인 이야기를 보는 듯 하다. 동네 빵가게과 자신의 가족사에 얽힌 평범하고도 특별한 이야기다. 동시에, 시대의 흐름에 사라져야 했던 골목의 풍경에 대한 애도가까지. 그런데 뒤늦게 가서야 깨달은 사실. 이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였다는 사실.

 

 찰스 유- 「사실주의」

 

 이 소설은 형식 면에서 나를 놀래켰다.

 

 어머니는 <사실주의>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있다.

 

 그것은 박물관식으로 배열된 이야기의 모음이었다. 어머니는 자신을 위해 그 책을 썼다. 자신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었다. 어머니는 그 책이 자기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길 바라고 있다.

 

 "왜 사람들은 그걸 사실주의라 부르는 거니?" 어머니가 묻는다.

 

 내가 설명한다. "사실 그건 사실주의가 아니에요. 사실주의는 세상에 대한 실제를 선택하는 또 다른 방법일 뿐이에요." (p.297)

 

 이렇게 시작되는 소설은 끊임없이 나에게 여백의 미와 여운을 준다. 과연 그 수많은 공백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여전히 잊을 수 없는 그 긴 책, <사실주의>. 과연 그 책 속에는 어떤 내용이 있길래. 엄청나게 많은 사실과 비밀들, 그것을 찾기 위해 나는 여백 속을 파고들어간다.

 

 

 나는 포기한다.

 

 내가 말한다. "전 못해요. 전 이걸 이야기로 만들 수가 없어요."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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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달은 고전이 별로 없어서 아쉽네....

 그래도 마음에 드는 인문은 많다. 다양한 테마, 다양한 즐거움.

 

  나는 처음에 『그들은 어떻게 최고의 정치학자가 되었나』를 『그들은 어떻게 최고의 정치가가 되었나』로 보았다. 하지만 다시 보니, 『그들은 어떻게 최고의 정치학자가 되었나』였다. 이 시리즈는 총 3권으로, 이번 신간이 마지막 도서다. 이 시리즈는 현대 정치학의 대가 15명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으며, 3권에서는 애덤 셰보르스키, 로버트 베이츠, 데이비드 콜리어, 데이비드 레이틴, 테다 스카치폴(사실 다 모르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500쪽의 분량인데 5명이라면, 그만큼 심도 있는 이야기를 다루겠구나. 단순한 인터뷰가 아닌 말로 쓴 글이구나. 최고의 전문가가 보는 정치의 흐름, 관심이 간다.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는 제목 자체도 흥미롭지만, 올리버 색스라는 저자의 무궁무진한 연구와 저서의 반열에 또 다시 신간을 올리기 위해 지목했다. 대중을 위한 인체 도서인데, 별로 재미없다. 솔직히 말해.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다. 생각을 듣거나 읽는 것보다는 말하고 쓰는 것이 낫다고. 그런데 생각을 그린다니? 이것이 가장 낫다고? 『생각을 말하는 사람 생각을 그리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생각을 그리면 사고가 명확해지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비비드 아이디어'라는 개념을 잘 알고만 있으면, 무리없이 이 책을 독파할 수 있으리라.

 

 아마 이 책이 가장 흥미롭다. 『세상의 과학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당연히 오늘날 과학이 우리 생활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 알고 넘어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최초의 발명, 발견은 역사책에도 나오는 흔한 것이다. 그러니, 집중적인 탐구가 필요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은 세상의 과학의 원리를 찾아낸 그리스의 위대한 과학자들, 철학자들을 다루고 있다. 더불어, 그것을 미래에 전파시킨 로마의 업적까지 다루고 있다. 오, 그리스도 흥미로운데 로마의 보존까지 다루다니, 기대된다.

 그리스 고전, 로마 고전은 살면서 한번쯤은 읽어야 한다. 하지만 희곡, 철학 에세이, 대화편, 서사시를 모두 제대로 읽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나도 호메로스 서사시와 헤시오도스의 시는 읽었지만, 플라톤의 대화편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에세이는 거의 시도하지도 못했고, 아이스퀼로스와 에우리피데스의 비극과 그리스의 모든 희극을 접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다니. 사실 기대도 별로 안 하지만, 그리스 고전을 둘러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일 것이다.

 

 고전 톡톡에 이어 인물 톡톡이다. 위인들을 이야기하며 교훈을 얻는다. 여전히 흥미로운 소재다. 게다가 그들의 삶보다는 그것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점들을 주제별로 보여주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공부에 목숨 걸거나 전복적인 아티스트이거나, 아니면 그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갈림길 중 하나이거나. 아무 위인이나 집어서 본받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나도 이미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판 생태계는 지구촌 생태계처럼 오염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우린 이 생태계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정직한 출판, 올바른 출판, 공정한 출판....... 책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 즉 책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출판계인데, 요즘은 숨겨진 명작 같은 것은 발굴 안하고, 베스트셀러만 홍보하고 있으니...... 조금 안타깝다. 언제부터 책이 상품화되었는가? 많이 사니까 베스트셀러인데, 요즘은 베스트셀러니까 많이 사라고 부추기고 있다. 정말 안타깝다. 빨리 정화되기를.

 

 위대한 작가가 위대한 사상가를 적다. 슈테반 츠바이크가 몽테뉴에 관해 적다. 몽테뉴의 평전이지만, 이것은 저자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것이 위대한 평전이다. 평전 작가와 위인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 책. 평전은 저자와 위인의 상호 관계니까.

 

 

 고전 세 권. 우리나라의 『백석 시 전집』,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그리고 『마하바라따』. 나는 전집에 항상 끌린다. 그 작가의 모든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백석의 시도 마찬가지다. 특히, '시'다 보니 수많은 시가 존재하리라. 그의 모든 사상과 이야기를 듣고 싶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고전의 재번역이자 재해석이다. 민음사의 출간으로 인해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선구자를 새롭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빨리 완역되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으로서는.

 

 무엇보다 기쁜 것은 『마하바라따』 서사시의 완역이다. 예전에 소설로 번역된 적이 있지만, 시만큼이나 원작의 여운을 잘 전해주는 것은 없다. 그 유명한 『바가와드 기타』와 수많은 창작물들의 토대가 된 놀라운 작품이 바로 『마하바라따』다. 인도에서 탄생된 세계 최대의 고전 중 하나라고 할 만하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하나의 성격과 행동으로 일관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변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매력이 있다. 마치 우리 인생처럼 말이다.

 

 

 중세, 하면 잊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연금술'이다. 많은 남자들이 그것을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남자 연금술사의 시도는 그렇게 크게 다루지 않았는데, 여자는 연금술이 아니라 그와 비슷한 것과 관련만 있으면 '마녀'로 여겨지고 만다. 그리고 거대한 권력 앞에서 화형당하고 만다. 수많은 여자들이 그런 식으로 죽었다. 이 얼마나 분노할 일인가! 그리고 '마녀'라 불리는 그들은 종교와 신만을 강요하는 억압받는 시대에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여자들일뿐이었다. 하지만 수도사들과 종교 지도자들은 자신들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일반 여성들에게 돌리고 말았다. 이들의 만행 역시 역사의 오점으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역사의 오점이라, 기억하고 싶진 않겠지만 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비롯한 홀로코스트를 역사의 오점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은 누가 봐도 끔찍한 만행이지만, 당시에는 왜 그것이 당연스럽게 여겨졌을까? 물론 당대 상황에서도 반대 세력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 때는 그 어떤 것보다 합리적인 이유로 자신의 만행을 인정시키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왜곡'이었다. 특히,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가 왜곡의 희생양이 되었다. 독일은 자신의 민족이 우월함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민족인 게르만족을 찬사했던 『게르마니아』를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잘못을 저자 타키투스에게 돌릴 수 없다. 그 책은 독일이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 당시 타락한 로마에게 순수한 게르만족의 사례를 들어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여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위험한 책'은 작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 책을 읽는 독자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오늘날에는 수많은 국가들이 있다. UN 가입국만 거의 200국 되니까, 이 지구라는 땅 덩어리에 얼마나 많은 국가가 있는지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점이 있다. 자연환경이나 기후, 이런 자연적 요소를 제외한다면 왜 이렇게 국가들끼리 서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일까? 미국과 중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강했는데 왜 아프리카나 동남아 지역의 국가들은 영향력이 없는가? 궁금하지 않은가? 나도 그 해답을 알기 위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읽을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을 좋아한다. 지난 역사에 대한 회고. 특히, 『13일』은 공포에 휩싸인 인간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쿠바 미사일 위기, 이것은 마치 북한이 서울에 핵을 날린다고 경고하는 것과 같은 공포일 듯 하다. 13일만에 정리된 사태이지만,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방금 전에 내가 말했던 사례에서는 분명 코웃음 치는 이들도 있겠지만, 겁먹고 도망가는 이들도 분명히 있으리라. 공포는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관계는 세계사에 길이 남을 화둣거리다. 단 두 번의 만남이었지만 단테는 그녀를 결코 잊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의 최고의 걸작 『신곡』에서 그녀는 혼란에 빠진 단테를 이끌고 천국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사랑에 빠진 단테』는 단테와 그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대, 그리고 『신곡』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끌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렇게 간단하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오르한 파묵의 작품에 실망한 적이 있어, 그의 소설을 더 이상 읽지는 않지만 이번 책, 『소설과 소설가』는 매우 관심이 간다. 소설가가 말하는 소설 쓰는 법은 많이 봐 왔지만, 소개에 따르면 소설 쓰기를 "단어로 그림 그리기"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이 말에 무척 흥미를 느끼고, 이 책에 대해 더 알아보았다. 파묵은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에 재능이 있었지만 20대 초반 무렵, 그림 그리는 것을 관두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의 소설은 그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 이름은 빨강』만 봐도 알 수 있다)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등장인물의 캐릭터, 플롯, 시간 따위가 아니라 묘사되는 장면의 전체, 즉 풍경이다. 그리고 그는 『안나 카레니나』를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완벽한 소설'로 꼽는다. 풍경을 너무나 잘 묘사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가의 말을 모두 따를 필요는 없지만, 수긍이 간다. 나도 해볼까?

 

 사마천, 아주 유명한 역사가다. 『사기』라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고전을 남기고, 그 고전으로 인해 유명해진 사람이다. 그래서 이 『사마천 평전』에서는 사마천만큼이나 『사기』를 중요하게 다룬다. 그의 위대함은 얼마 안 되는 역사적 사실을 훼손하지 않고, 맛깔나게 우리한테 전하는 능력에 있다.

 

 정치와 소설은 아무 관계가 없는 줄 알았다. 정치는 현실이고, 소설은 허구니까. 하지만 얼마 전에 안철수가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를 언급한 것을 보면, 정치와 소설이 아예 남남은 아닌 것 같다. 하긴, 정치 칼럼에 자주 개콘이 언급되는 것만 봐도, 정치가 서서히 문학과 희극에 녹아들어가는 것 같다. 소설에서 정치를 보는 방법이 이 책, 『정치와 소설』에 담겨 있다.

 

 『빅 픽처』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템테이션』. 뜻이 '유혹'인데, 어떤 유혹을 말하려는 것인지? 소설은 자고로 흥미로운 소재로 독자를 사로잡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케네디, 이 작가는 너무나도 그것을 잘 한다. 스토리만 봐도 그렇다. 10년 동안 무명 작가로 지내다가 시나리오 하나가 대박을 터뜨린 작가,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유혹, 그리고 몰락....... 유혹에 휩싸인 자의 운명은 파멸인가, 혹은 극복인가?

 

 백.가.흠. 이름이 정말 매혹적이다. 제목도 나프탈렌. 그래서 나는 『힌트는 도련님』 때 그를 본 이후, 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다. 인상적이라서. 그런데 이게 첫 번째 장편소설이었어? 그렇다면 지금까지 못 보여줬던 숨겨진 역량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겠구먼.

 

 『직업의 광채』는 웃기게 슬프다. 32개의 단편은 각자가 우리에게 웃음을 주지만, 동시에 그것이 우리 현실이라는 점이 씁쓸하다. 노숙자도 직업이 된 오늘날, 욕이 나오지 않을 수밖에 없는 현실. 뭐가 광채야? 광채는 개뿔.

 

 18개의 코스 요리를 맛 볼 준비가 되었는가? 공복 상태에서 읽으면 더욱 좋다. 아, 물론 영혼의 공복 상태 말이다. 하나씩 맛봐도 되고 폭식해도 좋다. 당신이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만 하면 된다. 문학이 밥이고, 밥이 문학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즐겁게 식사하시길. 아, 맛은 보장하지만 배부를지는 미지수야.

 

 <그 외에 관심 가는 책>

 

 1. 두 얼굴의 네이버: 당연히 관심이 안 갈 수 없는 책이다. 맨날 구글이나 유튜브 까는 책이나 보고 있다가, 드디어 까야 할 놈을 만났으니. 네이버도, 다음도, 다른 포털사이트도 한 번씩은 다 문제점을 지적받고 고쳐야겠지. 나 자신도 불만이 많으니까. 물론 완벽할 수는 없지만. 2. 조이 이야기: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이라는 전설을 잇는 작품이라 해야 하나? 팬들의 요구로 탄생한, 또 하나의 역작이다. 3. 쿠퍼 이야기: 북반구 스릴러만 봐 오던 나에게 남반구 스릴러라는 새로운 도전거리가 생겼다. 그런데 둘이 무슨 차이지?

 

 <북즐 시리즈>, 이야, 『출판 생태계 살리기』와 더불어 한국의 출판계를 좀 더 활성화시키고 정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출판하는 쪽에 관심 있는 사람은 봐야 할 듯. 그럼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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