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은 고전이 별로 없어서 아쉽네....

 그래도 마음에 드는 인문은 많다. 다양한 테마, 다양한 즐거움.

 

  나는 처음에 『그들은 어떻게 최고의 정치학자가 되었나』를 『그들은 어떻게 최고의 정치가가 되었나』로 보았다. 하지만 다시 보니, 『그들은 어떻게 최고의 정치학자가 되었나』였다. 이 시리즈는 총 3권으로, 이번 신간이 마지막 도서다. 이 시리즈는 현대 정치학의 대가 15명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으며, 3권에서는 애덤 셰보르스키, 로버트 베이츠, 데이비드 콜리어, 데이비드 레이틴, 테다 스카치폴(사실 다 모르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500쪽의 분량인데 5명이라면, 그만큼 심도 있는 이야기를 다루겠구나. 단순한 인터뷰가 아닌 말로 쓴 글이구나. 최고의 전문가가 보는 정치의 흐름, 관심이 간다.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는 제목 자체도 흥미롭지만, 올리버 색스라는 저자의 무궁무진한 연구와 저서의 반열에 또 다시 신간을 올리기 위해 지목했다. 대중을 위한 인체 도서인데, 별로 재미없다. 솔직히 말해.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다. 생각을 듣거나 읽는 것보다는 말하고 쓰는 것이 낫다고. 그런데 생각을 그린다니? 이것이 가장 낫다고? 『생각을 말하는 사람 생각을 그리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생각을 그리면 사고가 명확해지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비비드 아이디어'라는 개념을 잘 알고만 있으면, 무리없이 이 책을 독파할 수 있으리라.

 

 아마 이 책이 가장 흥미롭다. 『세상의 과학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당연히 오늘날 과학이 우리 생활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 알고 넘어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최초의 발명, 발견은 역사책에도 나오는 흔한 것이다. 그러니, 집중적인 탐구가 필요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은 세상의 과학의 원리를 찾아낸 그리스의 위대한 과학자들, 철학자들을 다루고 있다. 더불어, 그것을 미래에 전파시킨 로마의 업적까지 다루고 있다. 오, 그리스도 흥미로운데 로마의 보존까지 다루다니, 기대된다.

 그리스 고전, 로마 고전은 살면서 한번쯤은 읽어야 한다. 하지만 희곡, 철학 에세이, 대화편, 서사시를 모두 제대로 읽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나도 호메로스 서사시와 헤시오도스의 시는 읽었지만, 플라톤의 대화편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에세이는 거의 시도하지도 못했고, 아이스퀼로스와 에우리피데스의 비극과 그리스의 모든 희극을 접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다니. 사실 기대도 별로 안 하지만, 그리스 고전을 둘러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일 것이다.

 

 고전 톡톡에 이어 인물 톡톡이다. 위인들을 이야기하며 교훈을 얻는다. 여전히 흥미로운 소재다. 게다가 그들의 삶보다는 그것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점들을 주제별로 보여주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공부에 목숨 걸거나 전복적인 아티스트이거나, 아니면 그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갈림길 중 하나이거나. 아무 위인이나 집어서 본받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나도 이미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판 생태계는 지구촌 생태계처럼 오염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우린 이 생태계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정직한 출판, 올바른 출판, 공정한 출판....... 책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 즉 책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출판계인데, 요즘은 숨겨진 명작 같은 것은 발굴 안하고, 베스트셀러만 홍보하고 있으니...... 조금 안타깝다. 언제부터 책이 상품화되었는가? 많이 사니까 베스트셀러인데, 요즘은 베스트셀러니까 많이 사라고 부추기고 있다. 정말 안타깝다. 빨리 정화되기를.

 

 위대한 작가가 위대한 사상가를 적다. 슈테반 츠바이크가 몽테뉴에 관해 적다. 몽테뉴의 평전이지만, 이것은 저자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것이 위대한 평전이다. 평전 작가와 위인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 책. 평전은 저자와 위인의 상호 관계니까.

 

 

 고전 세 권. 우리나라의 『백석 시 전집』,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그리고 『마하바라따』. 나는 전집에 항상 끌린다. 그 작가의 모든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백석의 시도 마찬가지다. 특히, '시'다 보니 수많은 시가 존재하리라. 그의 모든 사상과 이야기를 듣고 싶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고전의 재번역이자 재해석이다. 민음사의 출간으로 인해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선구자를 새롭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빨리 완역되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으로서는.

 

 무엇보다 기쁜 것은 『마하바라따』 서사시의 완역이다. 예전에 소설로 번역된 적이 있지만, 시만큼이나 원작의 여운을 잘 전해주는 것은 없다. 그 유명한 『바가와드 기타』와 수많은 창작물들의 토대가 된 놀라운 작품이 바로 『마하바라따』다. 인도에서 탄생된 세계 최대의 고전 중 하나라고 할 만하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하나의 성격과 행동으로 일관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변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매력이 있다. 마치 우리 인생처럼 말이다.

 

 

 중세, 하면 잊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연금술'이다. 많은 남자들이 그것을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남자 연금술사의 시도는 그렇게 크게 다루지 않았는데, 여자는 연금술이 아니라 그와 비슷한 것과 관련만 있으면 '마녀'로 여겨지고 만다. 그리고 거대한 권력 앞에서 화형당하고 만다. 수많은 여자들이 그런 식으로 죽었다. 이 얼마나 분노할 일인가! 그리고 '마녀'라 불리는 그들은 종교와 신만을 강요하는 억압받는 시대에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여자들일뿐이었다. 하지만 수도사들과 종교 지도자들은 자신들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일반 여성들에게 돌리고 말았다. 이들의 만행 역시 역사의 오점으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역사의 오점이라, 기억하고 싶진 않겠지만 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비롯한 홀로코스트를 역사의 오점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은 누가 봐도 끔찍한 만행이지만, 당시에는 왜 그것이 당연스럽게 여겨졌을까? 물론 당대 상황에서도 반대 세력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 때는 그 어떤 것보다 합리적인 이유로 자신의 만행을 인정시키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왜곡'이었다. 특히,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가 왜곡의 희생양이 되었다. 독일은 자신의 민족이 우월함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민족인 게르만족을 찬사했던 『게르마니아』를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잘못을 저자 타키투스에게 돌릴 수 없다. 그 책은 독일이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 당시 타락한 로마에게 순수한 게르만족의 사례를 들어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여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위험한 책'은 작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 책을 읽는 독자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오늘날에는 수많은 국가들이 있다. UN 가입국만 거의 200국 되니까, 이 지구라는 땅 덩어리에 얼마나 많은 국가가 있는지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점이 있다. 자연환경이나 기후, 이런 자연적 요소를 제외한다면 왜 이렇게 국가들끼리 서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일까? 미국과 중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강했는데 왜 아프리카나 동남아 지역의 국가들은 영향력이 없는가? 궁금하지 않은가? 나도 그 해답을 알기 위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읽을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을 좋아한다. 지난 역사에 대한 회고. 특히, 『13일』은 공포에 휩싸인 인간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쿠바 미사일 위기, 이것은 마치 북한이 서울에 핵을 날린다고 경고하는 것과 같은 공포일 듯 하다. 13일만에 정리된 사태이지만,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방금 전에 내가 말했던 사례에서는 분명 코웃음 치는 이들도 있겠지만, 겁먹고 도망가는 이들도 분명히 있으리라. 공포는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관계는 세계사에 길이 남을 화둣거리다. 단 두 번의 만남이었지만 단테는 그녀를 결코 잊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의 최고의 걸작 『신곡』에서 그녀는 혼란에 빠진 단테를 이끌고 천국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사랑에 빠진 단테』는 단테와 그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대, 그리고 『신곡』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끌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렇게 간단하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오르한 파묵의 작품에 실망한 적이 있어, 그의 소설을 더 이상 읽지는 않지만 이번 책, 『소설과 소설가』는 매우 관심이 간다. 소설가가 말하는 소설 쓰는 법은 많이 봐 왔지만, 소개에 따르면 소설 쓰기를 "단어로 그림 그리기"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이 말에 무척 흥미를 느끼고, 이 책에 대해 더 알아보았다. 파묵은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에 재능이 있었지만 20대 초반 무렵, 그림 그리는 것을 관두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의 소설은 그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 이름은 빨강』만 봐도 알 수 있다)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등장인물의 캐릭터, 플롯, 시간 따위가 아니라 묘사되는 장면의 전체, 즉 풍경이다. 그리고 그는 『안나 카레니나』를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완벽한 소설'로 꼽는다. 풍경을 너무나 잘 묘사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가의 말을 모두 따를 필요는 없지만, 수긍이 간다. 나도 해볼까?

 

 사마천, 아주 유명한 역사가다. 『사기』라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고전을 남기고, 그 고전으로 인해 유명해진 사람이다. 그래서 이 『사마천 평전』에서는 사마천만큼이나 『사기』를 중요하게 다룬다. 그의 위대함은 얼마 안 되는 역사적 사실을 훼손하지 않고, 맛깔나게 우리한테 전하는 능력에 있다.

 

 정치와 소설은 아무 관계가 없는 줄 알았다. 정치는 현실이고, 소설은 허구니까. 하지만 얼마 전에 안철수가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를 언급한 것을 보면, 정치와 소설이 아예 남남은 아닌 것 같다. 하긴, 정치 칼럼에 자주 개콘이 언급되는 것만 봐도, 정치가 서서히 문학과 희극에 녹아들어가는 것 같다. 소설에서 정치를 보는 방법이 이 책, 『정치와 소설』에 담겨 있다.

 

 『빅 픽처』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템테이션』. 뜻이 '유혹'인데, 어떤 유혹을 말하려는 것인지? 소설은 자고로 흥미로운 소재로 독자를 사로잡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케네디, 이 작가는 너무나도 그것을 잘 한다. 스토리만 봐도 그렇다. 10년 동안 무명 작가로 지내다가 시나리오 하나가 대박을 터뜨린 작가,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유혹, 그리고 몰락....... 유혹에 휩싸인 자의 운명은 파멸인가, 혹은 극복인가?

 

 백.가.흠. 이름이 정말 매혹적이다. 제목도 나프탈렌. 그래서 나는 『힌트는 도련님』 때 그를 본 이후, 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다. 인상적이라서. 그런데 이게 첫 번째 장편소설이었어? 그렇다면 지금까지 못 보여줬던 숨겨진 역량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겠구먼.

 

 『직업의 광채』는 웃기게 슬프다. 32개의 단편은 각자가 우리에게 웃음을 주지만, 동시에 그것이 우리 현실이라는 점이 씁쓸하다. 노숙자도 직업이 된 오늘날, 욕이 나오지 않을 수밖에 없는 현실. 뭐가 광채야? 광채는 개뿔.

 

 18개의 코스 요리를 맛 볼 준비가 되었는가? 공복 상태에서 읽으면 더욱 좋다. 아, 물론 영혼의 공복 상태 말이다. 하나씩 맛봐도 되고 폭식해도 좋다. 당신이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만 하면 된다. 문학이 밥이고, 밥이 문학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즐겁게 식사하시길. 아, 맛은 보장하지만 배부를지는 미지수야.

 

 <그 외에 관심 가는 책>

 

 1. 두 얼굴의 네이버: 당연히 관심이 안 갈 수 없는 책이다. 맨날 구글이나 유튜브 까는 책이나 보고 있다가, 드디어 까야 할 놈을 만났으니. 네이버도, 다음도, 다른 포털사이트도 한 번씩은 다 문제점을 지적받고 고쳐야겠지. 나 자신도 불만이 많으니까. 물론 완벽할 수는 없지만. 2. 조이 이야기: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이라는 전설을 잇는 작품이라 해야 하나? 팬들의 요구로 탄생한, 또 하나의 역작이다. 3. 쿠퍼 이야기: 북반구 스릴러만 봐 오던 나에게 남반구 스릴러라는 새로운 도전거리가 생겼다. 그런데 둘이 무슨 차이지?

 

 <북즐 시리즈>, 이야, 『출판 생태계 살리기』와 더불어 한국의 출판계를 좀 더 활성화시키고 정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출판하는 쪽에 관심 있는 사람은 봐야 할 듯. 그럼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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