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게 된 특별한 도서 『13X2』에 대해.

 알라딘 13주년 특별 기획 도서라 그런지 독서에세이 13편, 소설 13편을 담아놓았다. 처음 받았을 때 가장 놀란 것은 에세이와 소설을 정반대 방향으로 출발시켜 끝과 끝끼리 만나게 한 형식이었다. 내용도, 형식도 나를 만족시켰다. 그 중 나의 기억에 남는 에세이와 단편 소설 몇 편을 여기에 소개해 본다(참고로 『킬리만자로의 눈』은 예전에 읽었기 때문에 제외했다. 만약 읽었다면 단연코 기억에 남았겠지).

 

 이현우- 「인생은 책 한 권 따위에 변하지 않는다」

 

 알라딘에서 '로쟈'로 유명하신 그 분의 글이다. 나 같은 경우, 『눈먼 자들의 도시』 한 권으로 시작해서 연쇄적으로 나에게 감흥을 주었기 때문에 저자의 의견이 동의한다. 인생은 책 한 권 따위에 변하지 않는다. 그 책이 무엇인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독서' 자체의 중요성이니....... 기억에 남는 구절 여기에 옮겨본다.

 

  독서 능력이라는 '발명품'은 인간의 뇌 조직을 재편성하고 사고 능력을 확대시켰으며 역사를 바꾸어놓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러한 인류사적 대전환은 한 개인의 역사에서도 반복됩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다른 세계, 또 다른 우주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니까요. (…) 즉 우리는 똑똑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똑똑해집니다. 따라서 독서 능력이라는 '옵션 액세서리는 있으나마나 한 장신구가 결코 아닙니다. 우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p. 11)

 

 헤럴드 블룸- 「왜 읽는가?」

 

 항상 '왜'라는 질문은 삶에서 있어서 필수적이며, 중요하다. 의문이 없는 삶은 모든 것을 알고 있거나 알고 싶지 않아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책을 읽으라고. 왜?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가? 세계대적인 비평가이자 교수인 헤럴드 블룸은 대답한다. "어떻게 읽는가, 잘 읽는가 못 읽는가, 그리고 무엇을 읽는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지만, 왜 읽는가 하는 문제는 개인의 관심사에 달린 것이다. (…) 독서의 목적 중 하나는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며, 가장 마지막 변화는 안타깝지만 세상 사람들 누구나가 맞이하는 것이다."

 

 나의 대답은 이렇다. 독서는 너의 삶을 바꾸어 놓는다. 그 세계에 들어가기 전에는 하찮게만 보이던, 멀리서 보면 여가나 시간 때우기용으로 보이던 독서의 세계에 입문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영혼의 양식이자 삶의 영양제와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장담하냐고? 내가 그랬으니까. 그리고 헤럴드 블룸을 비롯한 많은 독서가들과 작가들이 그랬겠지. 당신은 좋아하는 작가나 예술가가 있는가? 그 사람은 독서를 통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이다. 그를 본받고 싶다면, 우선 좋은 책을 읽어라.

 

 

 가까이 있는 책 중 검토하고 고찰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책, 그리고 시간의 독재와 관계없이 자연과 동질감을 느끼도록 해 주는 책을 찾아라. 실용적으로 말하자면, 우선 셰익스피어를 발견하고, 셰익스피어가 당신을 발견하도록 하라는 말이다. (p.98)

 

 다치바나 다카시- 「체험적인 독학 방법」

 

 이 글은 매우 단순한 구성이다. 공부를 하기 위한 독서, 즉 '독학'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그 방법이 조금 특별할 뿐. 저자는 서점을 '순례'하며 마음에 드는 책을 원하는 대로 고른다고 한다. 그럴 경제적 조건이 안 되는 나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그리고 저자는 책 고르는 법부터 읽는 법까지 정말 상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독학할 생각이 별로 없는 나도 관심이 가게 할 정도로. 아래는 다카시가 제시한 '실전'에 필요한 14가지 독서법이다.

 

 1.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2. 하나의 테마에 대해 책 한 권으로 다 알려고 하지 말고, 비슷한 관련서를 몇 권이든 찾아 읽어라.

 3.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말라.

 5. 읽다가 중단하기로 결심한 책이라면 일단 마지막 쪽까지 한 장 한 장 넘겨보라.

 6. 속독법을 몸에 읽혀라.

 7. 책을 읽는 도중 메모하지 말라.

 8. 남의 의견이나 북 가이드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말라.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10.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11. '아니, 어떻게?'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면 저자가 어떻게 그런 정보를 얻었는지, 또 저자의 판단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숙고해 보라.

 12. 왠지 의심이 들면 언제나 원본 자료 혹은 사실로 확인될 때까지 의심을 풀지 마라.

 13. 번역서는 오역이나 나쁜 번역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다시 보니, '14계명' 같다. 그래도 참고할 만한 가치는 있다.

 

 이권우- 「각주와 이크의 책 읽기」

 

 글쓴이가 예상했듯이, 나는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뭐 이런 제목이 다 있나. '각주'와 '이크'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라니. 게다가 나는 '이크'가 무엇인지 저자가 설명할 때까지 상상도 못했다. 각주의 책읽기란 자신의 세계관과 감성을 옹호하고 보충하고 지지하는 독서다. 얼핏 보면 나쁘지 않다. 이권우 역시 '일반적인 책읽기'는 대부분 이 범주에 속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독서는 스스로의 만족감에 젖어 발전이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이크의 책 읽기'다. "이크"란, 놀랐을 때 쓰는 감탄사다. "이크! 이걸 몰랐네!" 한 마디로, '경이'다. 그리고 경이를 탐구하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얻는 지적 환희란....... 각주에서 얻었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이리라.

 

 윌리엄 암스트롱- 「읽은 것에서 더 얻는 법- 독서의 기술」

 

 이 글은 조금 친숙했다. 저자가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의 저자 모티머 애들러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내 인생 최초의 자기계발서이자 독서법의 가이드가 되어 준 책이다.

 

  암스트롱은 뭐라고 말했을까?

 

 1. 독서는 단어 하나하나를 읽는 것이 아니다.

 2. 독서는 인쇄된 페이지를 힘들게 외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3. 독서는 손가락이나 연필로 문장을 따라가며 기계적으로 읽는 것도 아니다.

 

 독서는 사유다.

 독서는 연구이다.

 독서는 도전이다.

 

 내가 독서에세이 편 중 가장 인상깊게 읽는 것이 바로 「독서의 기술」이다. 원래 내가 이런 분야에 잘 끌리는 편이고, 나의 독서 습관이 잘못 되었음을 정확히 지적해주었기 때문이다. 가끔 나는 "책을 제대로 읽자"고 생각하면, 그저 문장 하나하나를 이해하는 것에 그친다. 그리고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칸트의 책을 읽을 때, 나는 한 문장 한 문장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래, 칸트는 이해하자. 플라톤의 대화편을 한 단어씩 이해하는 것은 정말 바보짓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하고 있다. 나의 독서는 계획이 없다. 책을 한 권 한 권 파고들지 못하고 몇 장만 읽으면 지루해지고, 다른 책을 찾는다. 그렇게 해서 내가 책갈피를 꽂아놓은 책만 서른 권 남짓된다. 하지만 대부분 초반부에만 갈피가 꽂혀있다. 나의 이런 엉망진창 독서습관을 보면 윌리엄 암스트롱은 나에게 뭐라고 말할까?

 

 "이봐, 독서는 계획이다. 너처럼 듬성듬성 읽으면 제대로 읽을 수 없어. 잡생각 하지 말고 집중해서 읽으라고. 주의 흐트러지지 말고. 그리고 너 자신을 믿어."

 "어떻게요?"

 "읽은 것은 기억할 수 있다고. 또, 너의 개인적인 경험을 책 내용과 연관시키거나 적용시켜 봐. 예를 들어 보렴."

 "저는 물건을 잘 못 찾고, 그러면 화부터 내는 안 좋은 습관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글 쓴답시고 언제부턴가 영화 내용을 검색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인셉션> 괜히 봤어요."

 "어쨌든 너에게 부족한 것은 관찰력과 집중력이구나. 그러면 너는 『논어』나 『팡세』처럼 짤막한 토막은 잘 이해하지만,   칸트나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논리정연한 글은 이해하기 어려워하지?"

 "네."

 "그럼 너에게 충고를 해 줄게. 단락이나 문장을 읽을 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 즉 주제를 유념하며 읽도록 해. 한 문장 한 문장을 각각 이해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각 문장들을 연결시키는 고리를 찾아. 그리고 그것을 계속 반복하고, 마지막으로 마음 속으로 읽었던 부분을 요약 정리해. 가능하면 써도 좋고."

 "플라톤의 『소피스테스』를 요약 정리하고 있습니다."

 "훌륭해. 이제 마지막으로 너에게 줄 조언은 이것뿐이야. 읽는 목표나 목적을 명확히 하렴. 너가 이 책을 왜 읽는지 자문하고 책을 읽도록 해. 그리고 한눈에 많이 보는 연습을 하고. 너에게 필요한 것은 책을 제대로, 빠르게 읽는 거야."

 "좋은 충고 감사합니다, 암스트롱 씨."

 

 래이 브래드버리- 「지구인」

 

 읽고 소름 돋았다. 평범한 SF려니 했건만, 우주판 「셔터 아일랜드」였다. 우주판 셔터 아일랜드라....... 이 말 말고 다른 말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괴물로 살겠나

 아니면

 선량한 인간으로 죽겠나"

 - <셔터 아일랜드>-

 

 

 

 

 

 

 

 

 

 와카다케 나나미- 「익명 작가의 연작 단편소설 7월: 상자 속의 벌레」

 

 정말 재미있었다. 이런 퓨전 장르의 소설 마음에 든다. 무서운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야기가 현실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벌어지자 두려워하는 젊은이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해프닝이었다. 코믹, 추리, 미스터리, 공포가 혼합된 유쾌한 청춘들의 이야기이다. 적극 추천한다. 양갱과 팥빙수 당기는 여름에 걸맞는 소설.

 

 김연수- 「뉴욕 제과점」

 

 김연수의 이 단편 소설은 마치 자전적인 이야기를 보는 듯 하다. 동네 빵가게과 자신의 가족사에 얽힌 평범하고도 특별한 이야기다. 동시에, 시대의 흐름에 사라져야 했던 골목의 풍경에 대한 애도가까지. 그런데 뒤늦게 가서야 깨달은 사실. 이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였다는 사실.

 

 찰스 유- 「사실주의」

 

 이 소설은 형식 면에서 나를 놀래켰다.

 

 어머니는 <사실주의>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있다.

 

 그것은 박물관식으로 배열된 이야기의 모음이었다. 어머니는 자신을 위해 그 책을 썼다. 자신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었다. 어머니는 그 책이 자기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길 바라고 있다.

 

 "왜 사람들은 그걸 사실주의라 부르는 거니?" 어머니가 묻는다.

 

 내가 설명한다. "사실 그건 사실주의가 아니에요. 사실주의는 세상에 대한 실제를 선택하는 또 다른 방법일 뿐이에요." (p.297)

 

 이렇게 시작되는 소설은 끊임없이 나에게 여백의 미와 여운을 준다. 과연 그 수많은 공백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여전히 잊을 수 없는 그 긴 책, <사실주의>. 과연 그 책 속에는 어떤 내용이 있길래. 엄청나게 많은 사실과 비밀들, 그것을 찾기 위해 나는 여백 속을 파고들어간다.

 

 

 나는 포기한다.

 

 내가 말한다. "전 못해요. 전 이걸 이야기로 만들 수가 없어요."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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