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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와 거지 펭귄클래식 55
마크 트웨인 지음, 남문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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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제목은 『왕자와 거지』........ 제목대로 주요 등장인물은 왕자와 거지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이 둘은 서로 신분을 바꿔 왕자는 거지 행세를, 거지는 왕자 행세를 하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크 트웨인은 이런 유머스러운 상황에서 당시 시대를 비판하는 정신으로 글을 썼다. 그것은 그의 또 다른 작품, 즉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도 드러난다.
 

 마크 트웨인은 이 작품의 무대를 헨리 8세가 지배하던 16세기 영국으로 설정했다. 그래서 약간 역사 소설 풍을 띠고 있다. 사실 정말로 편자 주나 역자 주를 보면 역사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역사에 공식적으로 기록된 것은 아니다. 그저 작가의 상상력으로 된 것이다. 우리는 현실과 상상력을 구분해야 한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빈부 격차에 따른 차별'을 볼 수 있다. 마크 트웨인이 살았던 당시 미국은 막 남북전쟁이 끝나고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을 시기였다. 공업이 농업을 밀어내고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시기였던 것이다. 그 때 등장한 자본가는 노동자를 마구 착취했다. 인간다운 대우도 해 주지 않았다. 마크 트웨인은 이것을 헨리 8세가 지배했던 16세기 영국에 빗대었다. 거지 톰이 살았던 오팔 코트는 '쓰레기장'이라는 뜻을 지닌 빈민가였다. 빈민들이 모여 사는 그 마을에서는 폭력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 부패하고 타락한 곳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 곧 '노동자'다. 그리고 호화로운 궁정 사람들이 '자본가'다. 왕자 에드워드 튜더 역시 하나의 자본가에 불과하다.

 '빈부 격차에 따른 차별'의 대표적이 예가 바로 왕자의 탄생과 거지의 탄생 부분이었다. 작가는 그 둘을 매우 대조적으로 묘사한다. 그 광경은 대강 이렇다.

 "먼 옛날 16세기가 중반부에 접어들던 무렵, 런던의 어느 가을날에 캔티라는 가난한 집에서 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집에서는 아무도 원치 않은 아기였다. 같은 날 잉글랜드에서 또 한 명의 사내아이가 부유한 튜더 가문에서 태어났으니, 이는 집안 전체가 원하는 아이였다. 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그를 원했다. 이 아이를 갈망하고 소망하며 신에게 간구하던 백성들은, 실제로 그가 탄생하자 좋아서 거의 미칠 지경이 되었다. 그냥 얼굴만 아는 사이끼리도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울음을 터뜨렸다. 모든 이들이 일손을 놓은 채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잔치를 열어 춤추고 노래하며 얼큰히 취했는데, 그러기를 며칠 밤낮이나 계속했다. 낮이면 런던은 집집마다 발코니와 지붕에 현수막이 너울거리고, 화려한 행렬이 통과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밤이 되면 길모퉁이마다 커다란 화롯불을 피우고, 흥이 오른 사람들이 그 주변을 돌며 볼거리를 만들었다. 잉글랜드 전역에서 새로 태어난 아기, 즉 웨일스의 왕자 에드워드 튜더를 빼놓고는 할 얘기가 없었으나, 정작 당사자인 아기는 그와 같은 야단법석은 까맣게 모른 채 비단과 공단에 감싸여 있었고, 고귀한 영주와 귀부인들이 자신을 돌본다는 사실도 전혀 알지 못했으며 관심 또한 없었다. 그러나 또 다른 아기, 꾀죄죄한 헝겊에 감싸인 톰 캔티에 대해서는, 가난한 거지 일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화제 삼지 않았다. 그가 태어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그는 이미 집안의 고민거리였다(p.13~14)."  

 이렇게 차이가 났던 둘이 서로 뒤바뀐다니, 얼마나 재미있는지 생각해보라. '고민거리 그 자체'였던 톰 캔티가 한순간에 '집안 전체가 원하는 아이'인 에드워드 튜더가 되고, '갈망과 소망의 대상'이었던 에드워드 튜더가 한순간에 '아무도 원치 않은' 톰 캔티로 되버린다........ 이것이야말로 이 작품에서 가장 우스운 유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크 트웨인이 이 글을 쓴 주요 목적이 영국의 왕실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으므로 잠시 설명을 하겠다. 사실 에드워드  튜더가 톰 캔티와 신분을 바꾸려고 한 이유는 "신발을 벗어던지고, 잔소리할 사람 없는 데서 실컷 진흙탕을 뒹굴(p.28)"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톰 캔티 역시 그 동안 왕자가 되고 싶어 했다. 중요한 것은 에드워드 튜더다. 그는 부유하고 모두가 원하는 아기였지만, 앞의 인용문에서 나왔듯이 "정작 당사자인 아기는 그와 같은 야단법석은 까마득히" 몰랐다. 즉, 그는 자신이 왕자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은 것이다. 에드워드는 갑갑한 왕실 상류층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고 싶어했던 것이다. 이해가 안 간다고? 영화 <타이타닉>의 로즈를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그녀 역시 상류층 사회에서 탈출하고 싶어했으니까. 그리고 나중에는 톰 캔티 역시 그 사회의 갑갑함에 못 참아 다시 거지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장면을 우리는 볼 수 있다. 결국 그토록 왕자를 바랬던 그조차 그 직위를 스스로 버리게 하도록 하는 왕실을 마크 트웨인은 비판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극적인 부분은 이 장면일 것이다.

 "잠시 후 왕자는 톰의 너덜대는 옷을 걸쳤고, 거지 톰은 호화로운 왕자 옷으로 바꿔 입었다. 두 사람은 거울 앞으로 걸어가 나란히 섰다. 정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옷을 바꿔 입은 것이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두 사람의 차림새는 기가 막히게 자연스러웠다. 두 왕자는 서로 쳐다보다가 거울을 바라보고, 다시 서로 마주 보았다. 어안이 벙벙해진 진짜 왕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p.28)."

 이 이후로 진짜 왕자는 한 동안 가짜 왕자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가짜 왕자를 만나기 위해 진짜 왕자는 온갖 모험을 했다. 그 사이 왕자가 배운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레 미제라블』의 주제와 비슷하다. 엄격한 법과 도덕만으로는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 없다.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자비'다. 이게 바로 『레 미제라블』의 주제이고, 이것은 곧 『왕자와 거지』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렇다, 이 책의 중요한 주제는 '자비를 베풀라'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작가가 『베니스의 상인』에서 인용한 구절에서 암시되었다. 에드워드 튜더는 감옥에 갇힌 사람들의 사정을 듣고, 법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나중에 왕이 된 후에 그들을 석방시켰다. 톰 캔티 역시 지나친 법으로 잡혀 온 사람들의 사정을 듣고, 용서해주었다. 그래서 그 둘은 '자비를 베푸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그들은 계속 존경을 받았다. 비록 에드워드 튜더는 일찍 죽었지만........

 

 이 책의 펭귄클래식 판에는 「한 소년의 모험」이 담겨 있다. 그 내용은 <회초리 시동>이 톰 캔티에게 '한 소년의 모험'을 들려주는 내용이다. 그 액자 소설의 주제 역시 이 책의 주제와 같다. 그러나 작가가 삭제한 이유는 한 가지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그런 좋은 내용을 담아준 펭귄클래식이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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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끼호떼 동서문화사 월드북 57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김현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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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끼호떼 1,2부가 들어 있고, 종종 그림도 나와서 읽으면서 많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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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무엇인가 3 - 행복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근식 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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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소설집입니다. 박스 안에 양장본이 들어있어서 책이 잘 손상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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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스 불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1
니콜라이 고골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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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일종의 역사소설이다. 카자크들의 반란에 대한 소설인데, 이 책은 그 반란을 카자크 인의 관점으로 서술했다. 주인공 타라스 불바가 바로 카자크이며, 그의 아들 역시 불바의 피를 물려받았다. 

 고골은 카자크들의 반란에 대해 원인부터 결말까지 철저하게 밝혀내고 있다. 카자크들의 대장인 불바는 약간 무모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는 배신한 자신의 아들을 죽일 만큼 냉혹하고 엄격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죽는 장면은 조용하기 짝이 없다. 타라스 불바는 죽기 전에 유언과 저주를 남기는 그런 인물이 아니다. 

 불바의 아들 중 안드레는 적군의 여인과 사랑에 빠져 본의 아니게 카자크들을 배신한다. 그는 적군의 진영을 돌아다니면서 그들도 전쟁으로 고통스러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책은 카자크들의 반란에 대해, 전쟁에 대해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지만, 그 목적은 단순한 재미에 있지 않다. 이 책이 뜻하는 바는 '반전'이다. 카자크들이 반란을 벌인 것에 대한 고골의 평가는 이 책에 없지만, 반란이나 전쟁이 낳는 그 참혹한 결과에 대해서는 비판한다. 

  

 고골만이 카자크의 반란에 대한 소설을 썼다고 하면 곤란하다. 카자크들의 반란은 러시아 작가들에게 큰 충격을 주어, 푸슈킨이나 톨스토이 같은 러시아의 문호와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과 같은 방대한 작품이 다룬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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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책 + CD 1장) - 명작 영한 대역 완역판 삼지사 명작영한대역 7
생 텍쥐페리 지음 / 삼지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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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는 유기적인 소설이다. 즉, 다른 내용을 가지고 있어서 분리된 내용처럼 보이기 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하나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컨대, 5장에 나오는 바오밥나무는 12장에 나오는 주정뱅이의 그것이다. 그 주정뱅이는 처음부터 술을 그렇게 마시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씨였던 바오밥나무가 점점 자라나다가 결국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처럼, 이 자는 계속 술을 마시다가 그것에 중독되었다. 요컨대, 그의 몸 속에는 알코올 중독이라는 바오밥나무가 깊이 뿌리내려 있었다.
 

 『어린왕자』는 어른을 위한 책이다. 그 사실은 헌사를 봐도 알 수 있다. 생텍쥐페리는 이 책을 레옹 베르트라는 '어른'에게 바쳤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책을 너무 아동용으로 만들고, 어른들이 이 책을 사 줘도 그들은 이것을 읽지 않는다. 생텍쥐페리가 이 사실을 안다면 우리나라에 대해 큰 실망을 느낄 것이다.

 

 『어린왕자』가 유기적인 소설이라는 사실은 이미 첫 부분에서 했다. 그리고 그 예도 5장과 12장의 예로써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직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서 몇몇 장을 더 연구해보고, 관련성을 찾기로 했다.

 1장은 그 유명한 '모자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이 책을 읽음으로써 화가라는 꿈을 발견하고, 그 증거로서 곰곰이 생각한 후에 그린 보아뱀 그림을 어른들에게 보여주지만, 어른들은 그것을 모자라고 여기는 이야기. 그것은 어른들이 상상력이 없음을 비판하는 것이다. 사실 어른들은 생각을 많이 하는 존재다. 그러나 비슷한 생각만 반복적으로 하지, 색다른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이것이 어른들이 대체로 상상력이 없는 이유다. 또한 1장은 어른들의 배타주의를 비판하기도 한다. 배타주의란 국어사전에 따르면 ‘남을 배척하는 사상 경향’이라는 뜻이다. 배타주의는 남을 배척하고 자기들끼리만 똘똘 뭉쳐 생기는 여러 문제들(예컨대, 한 지역 사람들이 자기들과 같은 지역 출신에게 표를 몰아주는 행위 등이 있다)이므로 좋은 현상이 아닌 것이 확실하다. 그 외에도 1장에서는 생각할 만한 요인이 많다. '나'는 화가가 되는 것을 바라고 있었지만, 어른들은 그런 것 대신 지리나 역사·산수·문법을 배우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 직업을 포기하고 비행기 조종사가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꿈을 방해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직업을 강요한다. 물론 자신이 못 이룬 한을 자식들이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자신의 직업을 이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 이것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

 2장은 1장과 연결되어 있다. '나'는 비행기를 고치다가 양을 그려달라는 어린왕자를 만나게 된다. '나'는 어린왕자를 처음에 보고 아주 이상한 꼬마로 여긴다. 그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자신은 생사를 건 일을 하고 있는데, 여유롭게 양 한 마리를 그려달라니, 나라도 황당할 것이다. 그러나 곧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친구가 된다. 그것은 상자 그림 때문이다. 여기서 이 상자는 1장의 보아뱀 그림과 일맥상통하다. 만약 1장에서 '나'가 이 상자 그림을 그리고 안에 뭐가 있냐고 물으면 상상력이 없는 어른은 그저 상자일뿐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왕자는 그 그림을 이해했다. 그가 사는 곳에서 수많은 사람에게 보아뱀 그림을 보여줬지만,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이 사막에서 그 그림을 보여주자, 어린왕자는 이해했다. 그리고 친구가 된다. 진정한 친구의 요소는 사람의 수에 결정되는 게 아니라 얼마나 자신과 공감을 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2장에서는 복선도 등장한다. 어린왕자는 상자 속의 양을 보고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3장에서는 그것이 '보물'이 된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즉,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3장에서 어린왕자의 특징을 알 수 있다. 그는 계속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대답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면서 그는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또한, 쓸데없는 질문에 대답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별이 아주 작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것을 '아주 중요한 두 번째 사실'로 간주한 이유는 나중에 나온다.

 4장은 1장에서 어른이 왜 상상력이 없는지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어른들은 숫자와 관련된 질문 외에는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말로 본질적인 질문은 모른다. 이것이 어른들이 상상력이 없는 이유일 것이다. 쓸데없는 질문 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것은 짧게 대답할 수 있다. 대답이 짧으면 자연스럽게 상상력이 준다. 물론 함축적인 대답은 예외지만, 그들이 숫자에 관련된 질문으로 묻는다면 "1등", "60평" 이것이 전부다. 그러니 어떻게 상상력이 늘어나겠는가?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그들이 외모상으로만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 겉모습 뒤에 어떤 것이 있을지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데, 그들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한다. 즉, 정말로 중요한 것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른들이 상상력이 없는 이유는 생텍쥐페리의 이유로는 이것이다. "그들은 본질적인 것 또는 정말로 중요한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3장에서 강조한 것의 이유가 7, 8, 9장에 걸쳐서 나온다. 그토록 작은 별에서 어린왕자는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만난다. 그러나 그 꽃은 지구에 있는 수천 송이의 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21장). 지구는 넓지만, 소중한 친구는 없다. 오히려 진정한 친구는 사람이 없는 사막이나 굉장히 좁은 어린왕자의 별에 있다. 다시 한 번 진정한 친구는 사람의 수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크기'에 관한 문제는 10장에서 16장까지 계속 나온다.

 10장은 왕의 별이다. 그는 착각을 하는 존재다. 어린왕자는 별을 떠나기 전에 '어른들은 정말로 이상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10장의 왕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토록 작은 별에도 이상한 사람이 한 명쯤 있는 것이다. 하지만 10장에서는 멋진 구절이 하나 나온다.

 "그러면 그대 자신을 심판하라.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로다. 다른 사람을 심판하는 것보다 자신을 심판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니라. 그대가 정말 자신을 잘 심판할 수 있게 된다면 그대는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이로다." (p.88)

 "자신을 심판하라"는 의미는 곧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와 비슷하다. 자신을 심판하는 것은 곧 자신을 판단하는 것이고, 자신을 판단하는 것은 곧 재판하는 것이며, 자신을 재판하는 것은 자신을 회개하는 것이며 또한 자신을 회개하는 것은 곧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다. 사람은 주관적이고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이 말은 인간의 본성을 거슬러 행동하라는 것이다. 인간을 초월해야만 참으로 지혜롭게 된다니, 그래서 톨스토이가 인간에게 허용되지 않은 게 "지혜"라고 했는가. 인간을 초월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자신과 친한 사람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고 싶은 고민을 한다. 그런데 나 자신은 어떻겠는가? 우리는 종종 남에겐 지나치게 엄격하면서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어쨌든, 다시 이야기로 넘어가자.

 11장은 허영쟁이의 별이다. 그는 불행한 사람이다. 자신을 찬미하는 말밖에 듣지 못한다. 이제 그는 더 이상의 발전이 없는 것이다. 사람이 발전이 없으면 정신언령이 발전이 없어지는 시기 그대로가 된다. 정신지체장애인도 발전이 없기 때문에 지능이 5살, 7살인 것이다.

 13장은 상인의 별이다. 그는 왕처럼 자신이 신인 것처럼 착각한다. 그는 어른들의 전형이다. 숫자에 집착하고, 숫자밖에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정말 어른들은 아주 이상해'라는 평가를 듣는 것이다. 숫자에 집착하는, 그러한 어른들이 모든 이상한 사람들 중에서 제일 이상하다.

 14장은 점등인의 별이다. 그의 별은 지금까지 봤던 어떤 별들보다 더 작다. 사실 이 장은 6장과 10장과 관련이 있다. 6장에서 어린왕자는 슬픔이 있는 날에는 해 지는 모습을 본다고 말한다. 10장에서는 왕에게 부탁을 했지만, 아무런 능력이 없는 왕은 그것을 들어주지 못한다. 14장에서는 해 지는 것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조건이지만, 너무 적어서 둘이 있을 자리가 없다. 14장은 어떤 특별한 경우다. 친구가 될 수 있었지만 별이 너무 작아서 친구가 못된 것이다. 별이 이렇게 작아도 친구가 생길 수 있는데, 그렇게 넓은 지구에서는 친구가 없다니. 이 별과 지구에서 만난 친구는 1명뿐이다.

 15장은 지리학자의 별이다. 지리학자는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만 기록한다. 꽃이나 나무 같은 순간적인 것들은 기록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지리학은 중요하지 않은 것만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지리학은 영원한 것만 적는다고 한다. 영원한 것이 곧 중요한 것인데(그만큼 살아남을 가치가 있으니까)....... 이 모순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이 지리학자가 궤변론자, 즉 소피스트인가? 그러면 왕과 지리학자는 서로 적인가? "너 자신을 판단하라(알라)"라고 한 소크라테스와 이런 모순을 보이는 소피스트를 연상시키는 둘이 말이다.

 그런데 10~15장은 16장을 위한 전제라고 할 수 있다. 지구에는 지금까지 어린왕자가 봐 왔던 이상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왕이 111명(책에서는 어린왕자의 순수한 마음으로, 숫자를 제거해서 백십일명), 지리학자가 7,000명, 상인이 900,000명, 술꾼이 7,500,000명, 허영쟁이가 311,000,000명, 점등인이 462,511명이 있는 지구는 그야말로 이상한 사람들의 모임 장소다. 그러니 이상한 별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18장에서 어린왕자는 꽃을 만난다. 그리고 꽃은 사람들이 어디있냐고 묻는 어린왕자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사람들 말이니? 내 생각엔 예닐곱 명쯤 있어. 여러 해 전에 그들을 보았거든. 그런데 어디로 갔는지 전혀 알 길이 없어. 바람이 그들을 데려갔나봐. 그들은 뿌리가 없거든. 그 때문에 그들은 무척이나 어렵거든."

 꽃 자신은 뿌리가 확고히 있기 때문에 움직일 수 없다. 그러나 뿌리가 없는 꽃은 바람에 따라 움직인다. 꽃의 관점으로 보면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은 뿌리가 없는 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인생은 너무 어렵다. 어떤 곳에 확고히 있지 못하고 자꾸 변하는 그들, 영원하지 못한 그들, 그래서 그들은 중요하지 않다.

 19장은 16장과 비슷하다. 16장에서는 지구가 이상하다고 간접적으로 말했더니, 이제 직접적으로 "참 이상한 별이로군!"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1장과 4장의 반복이 나온다. "사람들은 상상력이 없어. 남의 말만 되풀이하고....... 내 별엔 꽃 한 송이밖에 없지만, 그 꽃은 언제나 먼저 말을 걸었는데......" 이것이 내가 그들이 비슷한 생각을 많이 하지만 색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는 이유다. 남의 말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상상력이 없는 그들은 꽃 한 송이보다 못한 존재인 것이다.

 20장에서 그는 수많은 꽃송이를 보고 기죽어 운다. 하지만 그건 울 일이 아니라 오히려 기뻐해야 한다는 걸 다음 장, 즉 21장에서 말하고 있다.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야.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될 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가 될 거야. 너는 나한테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고.......하지만 친구를 파는 상점은 하나도 없지. 그래서 사람들은 친구가 없는 거야.""너희들은 내 장미와 조금도 닮은 데가 없어.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도 누구 하나 길들이지 않았어. 내 여우가 꼭 너희들 같았지. 내 여우는 수많은 여우들과 같은 여우 한 마리에 지나지 않았지. 하지만 난 여우를 친구로 삼았고 그 여우는 이젠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됐어. … 너희들은 아름다워. 하지만 너희들은 비어 있어. 아무도 너희를 위해 죽을 수는 없을 테니까. 물론 나의 꽃인 내 장미도 멋모르는 행인은 너희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내겐 그 꽃 하나만으로도 너희들 전부보다 더 소중해. 내가 물을 준 것은 그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유리덮개를 씌워 준 건 그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건 그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불평을 들어주고, 허풍을 들어주고, 때로는 심지어 침묵까지 들어준 내 꽃이기 때문이야. 나의 장미이기 때문이야.""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볼 수 있다는 거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왕자는 그 말을 기억해두려고 따라 말했어요.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그 장미를 위해 소비한 시간이야." "내 장미를 위해 소비한 시간이야." 어린왕자는 따라 말했어요.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잊어버렸어. 하지만 넌 그걸 잊으면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넌 언제나 책임이 있어. 넌 네 장미한테 책임이 있어......." 여우가 말했어요. "나는 내 장미한테 책임이 있어......." 어린왕자는 기억해두려고 따라 말했어요. (p.152~168)

 우리는 중요한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22장은 18장과 유사하다. 18장에서 꽃은 사람들이 뿌리가 없다고 말하지만, 그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아니, 왜 사람들이 이동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없었다. 22장에서는 그 답이 "자기들 사는 곳에 만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라고 대답한다. 22장에 나오는 기차는 지구에 비유된다. 이렇게 보니 지구는 참 좁게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좁은 곳에서 자리가 불만족스럽다고 자꾸 이동하는 꼴이라니, 어린왕자가 보니 참 우스워보이는 것이다. 우리가 뿌리가 없다는 사실은 남이 보면 우스운 사실이다.

 23장은 21장에 나오는 여우의 말 중 하나와 유사하다.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그 장미를 위해 소비한 시간이야"인데, 어린왕자에게 지금 장미란 '천천히 샘으로 걷는 것'이다. 53분의 시간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어떤 것을 소중하게 만들겠다.

 24장도 21장에 나오는 여우의 말 중 하나와 유사하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다. 사막에서 중요한 것은 우'물'이다. 23장에서는 그 소중한 것을 배제하고 다른, 중요하지 않는 것을 하겠다고 장사꾼은 대답하지만, 천천히 샘으로 걷는 것(물을 찾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다. 이 작품의 주요 배경이 사막이라는 점은 두 가지 뜻을 내포한다. 첫 번째는, 사람이 없는 공간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 곳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물이라는 것이다. "사막을 아름답게 하는 건, 사막이 어디엔가 우물을 감추고 있어서예요......" 중요한 것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무리 감추어도 티가 난다. 아무리 감추어도 그것은 아름답다. "집이나 별이나 사막이 아름다운 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야!" (p.178) 중요한 것은 아름답다. 그리고 아름다운 것은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추한 것만 우리 눈에 보인다. 사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추한 것이 아닐까?

 25장은 22장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돌아다니는 진정한 이유를 설명한다. "사람들은 급행열차에 숨어들지만 자신들이 무얼 찾는지도 모르고 있어요. 그래서 불안해하며 맴을 도는 거예요." (p.182) 그들은 목표가 없기 때문에 불안해 한다. 목적과 목표가 없는 삶은 그저 맴도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 18장에 나오는 '뿌리'가 뜻하는 바는 바로 '목적'과 '목표'다.

 "아저씨네 별의 사람들은(이상한 별에 사는 사람들은) 정원 하나에 장미를 오천 송이나 가꾸죠. 그러고도 그들은 거기서 자기들이 구하는 걸 찾지 못해요." 그들은 목적과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찾는 것은 장미꽃 한 송이, 또는 물 한 모금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그들은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모른다. 소박하고 사소한 것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것을, 무조건 크게, 많게, 넓게 하려고 한다. '크기'로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하지만 눈으로는 보지 못해요. 마음으로 보아야만 해요."

 26장은 어린왕자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린왕자가 지구에 와서 처음 만난 생물은 뱀(성경의 사탄)인데, 뱀은 그에게 자기 별로 돌아가고 싶으면 자신에게 돌아오라고 했다. 그리고 그가 다시 오자 뱀은 그를 문다. 조종사는 뒤늦게 어린왕자에게 오지만 이미 늦었다. 슬퍼하는 조종사에게 어린왕자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몸은 낡은 껍데기와 같아요. 낡은 껍데기 때문에 슬플 건 없잖아요......." (p.208) 이 말은 육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영혼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육체는 눈에 보이지만, 영혼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말이다. 마치 플라톤의 이데아(idea)론처럼 말이다.

 

 이렇게 해서 『어린왕자』가 소설치고는 매우 체계적으로 유기적인 구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외에도 『어린왕자』가 지닌 의미는 많다. 그리고 그만큼 가치가 크다. 우리는 이 책의 한 장 한 장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생텍쥐페리는 이 작품을 최대한 함축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생텍쥐페리가 그것을 일일히 길게 풀어쓴다면, 800페이지 정도의 길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생텍쥐페리는 아주 요약을 잘 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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