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페르노 2 로버트 랭던 시리즈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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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이 댄 브라운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 동안 『천사와 악마』나 『디지털 포트리스』로 대표되는 댄 브라운의 작품들이 다양한 매체를 타고 나에게 다가왔지만, 그 때마다 나는 망설였다. 두 권으로 나뉘어진 까닭에 필연적으로 생긴 가격의 부담뿐만 아니라 이 저자 역시 대중적인 통속 작가의 일부일 뿐이라는 선입견이 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스트 심벌』 때 많이 흔들렸지만, 그 때도 나는 나의 주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 매력적인 작가는 어떻게 해야 내가 자신의 소설에 끌려갈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불멸의 서사시『신곡』을 쓴 단테를 매우 좋아했고, 그를 더 알기 원했다. 그런데 댄 브라운이 '단테'를 소재로 한 방대한 스케일의 작품 『인페르노』를 쓴 것이다. 나로서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었고, 결국 댄 브라운 속의 세계로 들어갔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댄 브라운은 자신이 만든 세계 속에서 자신이 창조주임을 결코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서술자는 그저 서술자의 역할만 충실할 뿐, 자신의 존재에 대해 전혀 알리지 않는다. 한 마디로, 나는 로버트 랭던을 따라가느라 서술자를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몰입감 아니겠는가? 나처럼 '댄 브라운'이라는 작가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거나 낯선 감정을 품고 있는 사람도 이렇게 책 속에 빠져들게 하다니. 그의 능력이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아마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댄 브라운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 까닭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그의 세계로 들어온 것 같다. 댄 브라운 자신의 모습이 참으로 많이 보이는, 로버트 랭던의 세계로.

 

 그러나 원초적으로『인페르노』에 접근한 것은 단테 때문이 아닌가? 저자는 마치 그의 흔적을 뒤따라가는 서술 방식을 사용한다. 단테라는 르네상스 시대의 시인이 남긴 유산, 그가 살았던 장소, 그에게 뜻깊었던 공간 등을 하나하나 훑는다. 『인페르노』는 단순히 랭던과 시에나의 도주극을 다룬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단테 알리기에리의 작품과 그의 삶을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소개하는, 일종의 단테 안내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솔직히 나는 단테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소설 속에서의 독특한 시구 해석, 들어보지도 못한 단테 유적지 등을 보고 나니 사실 나는 그 시인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결론적으로, 『인페르노』는 단테의 세계와 댄 브라운의 세계가 공존한다. 단테의 '지옥'은 엄청난 상징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인류의 생사를 위협하는 화학물질의 위치는 그 거대한 지옥 속에 숨겨져 있다. 추격, 도주, 사랑, 배신, 오해, 화해, 희망이 오고가며, 우리는 단테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 있으리라. 사실 그는 지옥을 말하려고 한 것이 아니요, 연옥과 천국의 행복만을 노래하고자 함도 아니었다. 그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다. 랭던은 마치 단테처럼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인도자 시에나, 즉 베르길리우스를 만난 이후 그의 삶은 변화되었다. 아니, 시에나는 오히려 베아트리체를 연상시킨다.

 '이곳, 이날로부터 세상은 영원히 변했노라.' 랭던이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그 후부터, 그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댄 브라운은 수많은 은유와 에피소드를 담아 나와 랭던에게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 인류에 대한 색다른 해석, 역사의 특별한 분석도 매우 인상깊었다.

 

 당분간 이 지옥 이야기, 아니 희망의 노래는 내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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