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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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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컨셉은 이것이다. 살인자로 여겨지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한 남자가 그 여자와 함께 하는 것. 여자는 자신이 왜 피해자를 죽였는지 알지 못하고, 나중에 가서는 자신이 누구인지 잊으려고 한다.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는 세상이 범죄자로 지목한 자를 추적하고, 후엔 함께 한다. 이 기묘한 운명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저자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그러나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이야기를 서스펜스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는 그것에 성공한 멋진 소설이다. 난 『알렉스』에서 보았던 놀라움과 색다름을 다시 한 번 이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목은 평범하면서도 무섭다. '웨딩드레스'라는 말에서 나는 '보통'을 보았고,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에서 '특별함'을 보았다. 일반적으로 드레스는 여자가 입으니까. 그리고 소설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남자가 입은 웨딩드레스는 그의 어머니가 입었던 낡은 구식 드레스였다. 그럼에도 '프란츠'라는 남자가 그것을 입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리고 왜 프란츠는 '소피'라는 여성과 함께 했을까? 소피는 도망자이다. 일어나 보니 동생 레오가 목 졸라 죽어 있었고, 그녀는 순식간에 도망자로 전락한다. 그녀가 세상의 감시와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주하는 장면은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이윽고, 작가는 속도를 늦추어 소피의 심리를 파고든다. '마리안 르블랑'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이전의 삶을 잊어야만 하는 그녀의 슬픔을.

 

 그리고 프란츠. 그는 소피를 감시하기 위해 '임무'를 시작했지만 약 2년 간의 추적 끝에 얻은 결론은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소피의 특별한 행동을 기록하기 위해 일기를 썼지만, 사실 그것은 그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비밀 일기장이었다. 결국 소피의 연인 뱅상이 죽자, 그 빈자리를 프란츠가 대신하고, 두 사람은 사랑을 시작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것은 프란츠만의 짝사랑이었던 것 같다. 소피는 이미 '절대 알고 싶지 않는 세상'에 발을 들인 몸이니까,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벗어나려고 하니까. 결국 맞지 않는 사랑의 동거, 그 결과는 비참한 마무리일 뿐이다. 나는 프란츠가 왜 웨딩드레스를 입을 수밖에 없었는지 깨닫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동시에 이 책이 너무나 섬뜩하고도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물의 심리를 끝까지 파고드는 전개, 그리고 결과를 알 수 없는 전개.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 종착점은 '죽음'이라는 것. 아니, 작가는 이렇다. 범죄와, 사람의 죽음과, 그로 인해 얻은 타인의 새로운 삶. 그래, 희망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해피 엔딩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을 얻게 되었으니까. 두 번의. 전자는 불운의 길이었으나, 후자는 행복의 길이니, 이제 소피는 웨딩드레스를 입지 않고도 새로운 나날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더 이상 도망자가 아닌, 인간으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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