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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균류 - 신비한 버섯의 삶
로베르트 호프리히터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집 / 2023년 2월
평점 :
균류 및 버섯의 생태에 대해 읽고 있자면, 절로 겸손해진다. 감각의 노예인 인간은 지각되는 것에 너무나 취약하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나만 잘 살면 돼"라는 주문에 스스로를 세뇌시켜, 지구상에서 가장 생존에 유리한 '공존'을 실현하는 균류를 하찮게 여긴다. 균류의 세계는 굉장히 미세하고 섬세해서 잘 인지되지 않지만, 그것은 분명히 실재하고 눈에 보이는 세계보다 훨씬 더 크다. 벽 너머와 바닥 아래의 세상을 전혀 모르는 인간은 햇빛 아래에만 생명이 있다고 착각한다.
균류는 분명 동물과 식물도 아닌 그 무엇이다. 그것은 죽음을 이용하여 생명을 피운다. 선사시대의 대멸종이 균류에게는 낙원이었다. 방사능과 극지방, 사막이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그것은 생존한다. 그들은 물질을 분해하고, 생물을 감염시키기도 하지만, 생태계를 회복시키기도 한다. 한때 인간은 이것을 식물로 오해하기도 했고, 분류를 어려워 했으나, 이제야 실마리를 잡아가고 있다. 버섯은 실로 인간의 오랜 친구였다. 트러플, 목이, 느타리 등 희귀하거나 익숙한 버섯들이 줄줄이 소개된다. 어떤 것은 독성이 있으나, 어떤 것은 인간의 병을 치유한다.
균류의 세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자연의 신비는 미처 다 드러나지 않았는데, 이것이 앞으로의 인간에게 어떤 유익이 있을지 기대가 된다. 한편, 그 지식들이 생태계에도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한다. 각 동식물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어떻게 하면 보존할 수 있는지 알게 되면 환경을 보호하는 데에 조금 더 진심이 되지 않을까? 지식과 기술이 그동안 환경을 파괴하는 데에 이용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지식과 기술이야말로 지금은 자연을 지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그러나 실재하는 세상이 있고, 각 세대는 그것을 보존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인간은 멸종해도 균류는 살아남을 것이다. 소위 '인류세'를 논의할 때, 동식물이 주인공이 되는 문학 작품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여겨진 세상에서도 어떤 생명은 살아 남았다. 그리고 그 생명으로부터 수많은 종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러니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극히 사소해 보인다고 그 생명을 우습게 여기면 안 된다. 우리가 아기와 아이의 죽음에 더욱 슬퍼하는 까닭은 한 우주와 같은 가능성이 소멸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지금 인류에게 필요한 시각은 죽음 너머의 생명을 바라보는 일이다. 균류가 물질을 분해하고, 또 다른 생명을 쌓는 토양이 될 것이다. 균류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의 소중함을 모두가 동의할 때, 또 다른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