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이 나온지도 벌써 3년 전이다. 'Rebellion'이라는 간단한 제목의, 600쪽 분량의 영문소설은 중학교 2학년이 쓴 책이라고 하기에는 구성의 짜임이 매우 치밀했고 내용의 전개도 숨 돌릴 틈 없이 빨랐다. 그 소설은 잠시 세상에 등장했다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다. 하지만 나는 이소영이라는 저자에 끌렸고, 『반역』이라는 소설에 끌렸다. 600쪽의 소설을 모두 음미한 뒤 번역(물론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도 해 보았다. 그러나 그걸로 배부르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새로운 소설을 원했다. 하지만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그녀는 아직 어리고, 게다가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인 고등학생 아닌가? 아직 이 어린 저자는 세상에 나올 시기가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을 기다려 준 사람들을 위해 보답을 했다. 열심히 학업에 몰두하면서도 틈틈이 영어 원서를 읽고, 틈틈이 'along the burning fields'라는 작품을 집필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를 세상에 알린 작품이 나온지 약 3년 만에 다시 한 번 저자의 놀라움을 과시하기 위해 새로운 소설이 출간되었다.
이번에는 조금 객관적으로 이 책을 바라보자. 우선 제목부터 다르다. 전작 『Rebellion』은 '반역' 또는 '반란'이라는 제목으로 일관할 수 있지만, 이번에 출간된 작품 같은 경우, 'along'과 'fields'의 중의적 의미 때문에 제목 번역에도 약간의 혼란이 일 수 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는 '불타는 들판(평야)를 따라'라는 제목으로 옮길 수 있다. 이번엔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3년 전의 책이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을 다루었다면, 이번 작품은 로마 내전을 배경으로 하여 카이사르의 편에 속해 있던 퀸투스의 내적, 외적 갈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두 시기를 나누는 기준은 카이사르가 정치권에 참여하느냐에 여부였다. 스파르타쿠스가 반란을 일으켰던 시기에 카이사르는 비교적 평온하게 지냈다. 하지만 『Along The Burning Fields』에서 카이사르는 정적 폼페이우스와 치열하게 맞붙는다. 그래서 카이사르의 활약상을 기대할 수도 있는 책이다. 분량으로 따지자면, 『반역』의 절반쯤 된다. 하지만 분량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나에겐 고등학생이 된 이소영 저자의 더 발전된 실력과 더 깊은 이야기를 보고 싶다. 무척 기대가 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