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림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끌림』이라는 소설에 끌린다. 레즈비언 소설이라는 마음에 들지 않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마음을 이렇게 사로잡은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물 흐르듯 유동적으로 그리고 감각적으로 움직이는 문장을 들 수 있다. 글자 속에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고, 독자들이 조금만 집중하여 읽으면 모든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구성이다. 두 번째로는, 내 예상과는 달리 레즈비언 소설의 특유의 감정 묘사가 생각보다는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소설은 레즈비언 소설이 아니라 그러한 요소가 담겨 있는 하나의 그릇이라고 해야겠다. 여기서 내가 '그릇'이라고 표현한 까닭은 이 500페이지의 책이 빅토리아 시대의 생활상의 내음으로 향기로웠기 때문이다.

 

 저자 세라 워터스는 이 작품과 더불어 『벨뱃 애무하기』와 『핑거스미스』라는,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레즈비언 소설 3부작을 낸 바 있다. 그리고 이 여성 작가는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나이트워치』 및 『작은 이방인』(왠지 또 다른 3부작을 예고하는 듯 하다)을 출간했다. 이 모든 작품들은 출간될 때마다 각종 호평과 찬사를 받았으며 영화화되었(또는 되고 있는)다. 내가 이 저자에 믿음을 주는 까닭은 『끌림』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 다른 작품 역시 대단한 작품이 틀림없다는 확신 때문이다. 한 번 입증된 문장력과 글의 서술 방식은 오랫 동안 독자의 가슴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한다.

 

 『끌림』이라는 소설은 두 명의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다. 한 명은 아버지의 죽음과 갑갑한 규율 속에 갇혀 있는(마치 <타이타닉>의 로즈처럼) 마거릿이며, 다른 한 명은 '영매' 셀리나 도스이다. 두 사람은 각각의 상처를 지니고 있으며 서로는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었다. 이 소설은 두 사람이 쓴 일기가 교차해가며 진행되며 주로 숙녀 마거릿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셀리나는 밀뱅크 감옥(이 감옥에 대한 저자의 압도적인 묘사에 감탄했다) 안에 있고, 마거릿은 감옥에 갈 일이 없는 숙녀였는데 어떻게 두 사람은 만나게 되었는가?

 제비꽃. 인연의 시작은 제비꽃이었다. M(마거릿)이 여교도관을 따라 여죄수 감방을 돌아다니던 중, 문득 제비꽃 한 송이를 들고 있는 여인을 발견한다. 흥미를 느낀 M은 그녀를 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두 사람은 서로를 만나기 시작했다. S(셀리나) 역시 그녀를 좋아했고 어느새 M은 S를 만나기 위해 밀뱅크 감옥을 찾아간다. 하지만 자신의 딸이 자꾸 감옥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M은 자연스럽게 어머니와 충돌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반전이 있었고,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꼬이고 만다. 이것이 바로 '한 여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분위기는 이색적이고 내용은 가히 혁명적이다. 그럼에도 왠지 모르게 이 소설이 끌린다.

 

 『끌림』은 하나의 마법 같은 소설이다. 마치 '피터 퀵'을 부르는 영매 셀리나 도스가 우리 앞에서 피터 퀵을 보여주는 것처럼. 누구나 그 광경에 매료된다. 거부하지 않을 수 없는 매력, 이것이야말로 '끌림'이 가진 진정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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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9 2012-06-18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이프리트님. 헤르메스입니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 같이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게 되어 정말 반가워요. 오늘은 리뷰 체크 차 들렀습니다. 체크하다보니 '끌림'에 이프리트님 리뷰가 먼댓글로 안 달려 있길래 서재까지 찾아와 다시 한 번 체크해 봤는데 여기 있네요. 일부러 점검하길 잘 한 것 같습니다. 다음엔 먼댓글 꼭 좀 부탁드릴게요. 아무튼 이렇게 다시 인사 드리게 되어 기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