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수사학
제이슨 델 간디오 지음, 김상우 옮김 / 동녘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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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정교하게 가다듬은 '소통'으로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수사학'이란 곧 소통의 학문이다. 수사학의 목적이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므로 세상을 바꿀 메시지를 수사학을 통해 전달한다면 분명 그 파급력이 뛰어날 것이다. 그리고 '수사'라는 것은 단순히 말하고 글쓰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수사를 잘 활용하기만 하면 세상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사람을 '혁명가' 또는 '급진주의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급진주의자들의 대부분이 수사를 사용하지 않고(또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단순히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에 몰두한다. 하지만 소통이 되지 않는데 어떻게 손발이 맞겠는가. 결국 그들의 메시지는 흘러가는 역사 속에 묻히고 만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일인시위』라는 책이 떠오른다. 나는 그 책에 등장한 일인시위자들이 왜 실패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는 그 까닭이 '수사를 통한 소통'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일인시위는 분명히 창조적이고 새로운 시도이지만 그것이 더욱 힘을 얻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바로 그 '무언가'가 '수사학'인 것이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의 저자 제이슨 델 간디오는 수사학이야말로 급진주의자들에게 가장 요구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혁명에 관한 책들은 많다. 그리고 급진주의자들의 행동이나 언행에 대해 기록한 책들도, 저항하는 법에 대해 가르쳐 주는 책 역시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 책처럼 이렇게 평온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상세하게 제시해주는 책은 거의 드물다. 그래서 단연 이 책이 특별한 것이다. 말하기부터 시작해서 글쓰기, 거리극, 그리고 바디 랭기지(body language)까지, 인간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의 수사학이 세상을 바꾸는 이름으로 이 글 속에 담겨져 있다. 나의 경우 '글쓰기'에 대한 부분을 유심히 보았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출판되었던 숱한 글쓰기 책과는 다른 두 가지 점을 이 책에서 보았다. 하나는 수사학적으로 이 책을 바라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질문을 제기하며 그 이론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문해보자. 그 저자는 왜 그렇게 썼을까? 나도 똑같이 썼을까? 그게 내가 원하는 글일까? 내가 쓴 글과 비교하면 어떨까? 이런 식의 수사적 접근법은 좋을까, 나쁠까? 첫 글을 이렇게 하면 저렇게 하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렇게 쓰는 것이 좋을까? 그렇다면 왜 그럴까, 아니라면 왜 아닐까?

 그러나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수사학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라, 그것을 통한 세상의 변화를 알려주는 책이다. 이러한 수사학은 특히 사회의 약자들이 사용해야 한다. 그들의 주장은 강자, 또는 대중에게 억눌려버리기 때문이다. 힘으로 상대가 안 된다면 언어로써 그 상대를 극복해야 한다. 반전 시위자, 성소수자, 99% 등의 수많은 시위, 그리고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일인시위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이다. 언어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평화롭고도(물론 때로는 가장 위험하고 폭력적인 것으로 변질되지만) 혁명적인 도구다. 수사학은 그 언어를 어떻게 사용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제시하는 학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사학을 사용하는 바로 당신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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