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에서 매달 2권씩 출간되는 '매그레 시리즈.' 프랑스의 추리소설 작가인 조르주 심농이 쓴 소설들인데, 셜록 홈즈 시리즈랑은 약간 차이점이 있다. 우선 책의 분량이 200페이지로, 비교적 짧은 내용이고, 번역본은 아담한 사이즈에 표지 재질도 나쁘지 않아서 약간 책이 귀엽다(산뜻한 표지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내용 역시 일반 추리소설과는 큰 차이가 있다. 심농의 능숙한 재담이 담겨 있는 소설들에는 인간적 이야기와 매그레 탐정의 동분서주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매그레 시리즈는 추리에 있어서의 허술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질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매그레 시리즈를 잠시 정리해 본다.
매그레 시리즈의 첫 권인 『수상한 라트비아인』은 '매그레 시리즈'가 어떤 것인지 가장 잘 설명해 준다. 사건, 추적, 그리고 해결. 추리소설의 세 가지 조건에 따라 진행되면서도 마지막의 '따뜻한 인간적 이야기'를 놓치지 않은 작품이다. 매그레가 어떤 인물인지 잘 설명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짜 재미는 그 다음부터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사건에, 다양한 의문점에,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표지의 그림은 때론 힌트가 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갈레 시, 홀로 죽다』와 『생폴리엥에 지다』는 아쉽게도 인상이 부족했다.
하지만 『누런 개』와 『교차로의 밤』은 달랐다. 매그레 시리즈의 진짜 재미가 무엇인지 가르쳐준 책이었다. 그리고 인상에 남는 그 장면이 있었다. 『누런 개』의 카드 놀이 신은 매그레의 실력을 볼 수 있었던 때였다. 누런 개의 미스테리, 연쇄살인과 같이 점점 진화하는 미스테리를 볼 수 있었다.
『교차로의 밤』의 첫 부분, 심문 장면이 기억에 남지 않을 수가 없다. 역대 매그레 시리즈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이었다. 심농이 이 소설의 첫 부분을 매우 흥미롭고 인상 깊게 시작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이미 겪어보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감탄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