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문학전집에 대해 몇 마디 하고 넘어가자. 

 일단 나는 이 문학전집을 반양장본의 『템페스트』로 처음 만나 봤다. 음, 표지도 좋았고 번역도 매끄러웠다. 또 해설도 쉬웠다. 게다가 일단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라니, 한 점 더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지금 한창 재미있게 읽고 있는『톰 아저씨의 오두막』도 마찬가지다. 지금 옥스퍼드판 원서와 비교해가며 읽어가는데, 오히려 원서보다 더 흡입력이 있다(주석이 줄었기 때문일까?). 한 마디로 문학동네의 문학전집은 세계의 고전(잘 알려진 고전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고전까지)부터 현대의 걸작까지 모두 섭렵하는 동시에 유려한 번역과 좋은 디자인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직 80권 남짓한 수지만 각 작품마다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중에 네다섯권만 고르라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난 오직 문학동네 전집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고전을 위주로 택했다. 더불어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까지.  

  

 먼저 키플링의 『킴(Kim)』이다. 재미있는 건 『킴』의 원제인 Kim이 우리나라의 흔한 성씨 중 하나인 김(金)의 영어식 표현이라는 것이다. 583쪽이라는 상당히 긴 분량의 이 소설은 티베트의 라마승과 아일랜드계 혼혈 소년인 킴(즉 이 소년은 동서양의 만남을 뜻한다)이 인도의 북서부 지역을 여행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즉, E.M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과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처럼 인도를 소재로 한, 모험 소설이다. 세계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유명한 키플링의 걸작 중 하나....... 이지만 어김없이 등장하는 그것이 좀 거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일단 서양의 작가라는 걸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도 있을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마음에 든다. 

 

 

  

 키플링을 두 번씩이나 선택했다. 그 까닭은 간단하다. 그의 작품이 매우 유명하지만,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그를 맛보고 싶다. 『킴』에 비해 분량도 짧은 편이고, 정글에서 자란 야생의 소년 모글리의 신나는 모험이 담겨 있어서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말 그대로, 모글리는 자연인이다. 자연 속에 내가 있다. 정글북. 

 

 

 

 

  

두 발자크의 소설. 발자크는 '인간극'으로 유명하다. 거기에는 『고리오 영감』도 있고 『사촌 베트』도 있으며 『골짜기의 백합』도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알고 있는 발자크의 작품 대부분이 100권이 넘는 '인간극'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나귀 가죽』과 『루이 랑베르』도 예외는 아니다. 발자크의 인간극은 그야말로 이야기의 향연이지만, 그 안에는 발자크만의 체계가 담겨 있다. 그 중 하나가 '철학 연구'라는 것인데, 『나귀 가죽』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철학적인 딜레마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주인공 라파엘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어주지만 욕망을 실현할 때마다 가죽을 가진 자의 운명을 단축시키는 마법의 가죽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만약 당신이라면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줄일 수 있겠는가? "아니오"라고 답하겠지만 인간은 이따금 눈앞에 보이는 것 때문에 소중한 것을 포기할 때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무섭다. 프로이트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읽는 책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나귀 가죽』이 환상적인 소재를 사용하고 19세기 전반의 프랑스 모습을 드러낸 반면, 『루이 랑베르』는 같은 '철학 연구'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다르다. 이 소설은 발자크 자신의 자전적인 소설로서, 8살에 부모에게 버림받고 '정신적 교도소'인 기숙학교에 보내진 자신의 정신적 괴로움을 절대적 사유로 극복하려는 욕망과 그에 따른 좌절을 그려내고 있다. 인간은 결코 '절대적'인 위치에 오를 수 없기에 랑베르는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루이 랑베르』는 '나'를 등장시켜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이렇듯, 이 두 소설은 확연히 다르지만 '철학 연구' 안에 들어간다는 점 외에 한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그것은 각 주인공이 「의지론」이라는 글을 썼다는 것이다. 발자크에게 의지와 운명이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이 알고 싶어진다. 

   

 결국, 이 책으로 마무리지어야 한다. 존 업다이크는 미국이 낳는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임에도 국내에 제대로 된 번역본이 없었다. 그러던 현실에 업다이크의 걸작 『달려라 토끼』가 문학동네 전집에 꽂히는 순간, 국내에 물꼬가 트인 셈이다. 이 소설은 업다이크의 장편 연작인 '래빗(토끼)' 시리즈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해리 앵스트롬은 '토끼'라는 별명을 가졌고, 작가 역시 래빗을 평생 친구로 삼았다. 고등학교 때 잘 나가는 농구선수였지만 졸업 후에는 평범한 세일즈맨이 되어버린 래빗의 현실에 요즘 우리나라 청년 세대의 갈등이 담겨 있는 듯 하다. 방황하지 말고, 달려라 토끼! 업다이크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 하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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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롱지 2012-08-07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킴'과 '달려라, 토끼'는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