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연말에, 또는 정말로 '훗날'에 내가 다시 알라딘 서재를 찾을 때, 과연 대한민국 출판의 역사는 어떤 방식으로 흘러갔는가를 주관적인 관점으로 판단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또, 난 지금 『아까운 책』을 읽고 있다. 나만의 아까운 책을 또 다시 주관적으로 몇 개 넣어본다.   

  

 상식(Common Sense)하니, 떠오르는 것은 역시 토머스 페인의 『상식』이다. 그의 이 짧은 팜플릿이 『분노하라』처럼 사람들을 일깨웠다. 그의 책이 미국의 역사를 바꾸었다. 여기에 저자는 상식의 역사를 보탠다. 상식. 우리는 무엇을 상식이라 부르는가? 저자에 따르면, 상식이란 '현실의 일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매일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판단을 간단히 내리도록 해주는 인간의 기본적인 재능, 또는 이 기본적인 재능에서 나온, 자명하면서도 폭넓게 공유되는 결론들'이다. 결국 '상식'이란 대중성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는 '상식'이 없는 사람들을, 곧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 무지한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는 그 상식이 과연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일반적으로 통용되어 왔다. 저자가 문제점을 잘 집었다. 상식의 역사는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가장 생소한 역사이기 때문이다. 원제에 '상식의 정치적 역사(Common Sense: A Political History)'이자 '포퓰리즘'이라는 개념이 나왔으니, 이 책은 상식에 대한 정치적 분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촘스키, 촘스키. 왜 이렇게 '촘스키'에 대한 책이 많을까? 라고 의심해 보지 않았나? 아무리 그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양심적 지성인이라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지금까지도 촘스키를 다루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그 중 하나가 그가 '러셀'의 뒤를 이은 뛰어난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는 어떻게 러셀을 말했을까? 나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묻는다. 러셀은 98년이란 한 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듣고 보았다. 그리고 러셀은 그것을 자신의 저서에 모두 털어놓았다. 그리고 촘스키는 그것을 밝혀냈다. 자기 식으로. 사실 촘스키가 뛰어난지 러셀이 뛰어난지 난 잘 모르겠지만, 말하는 자보다는 말하기를 받는 자가 더 존중받는 것은 틀림없으리라. 

  

 살다 보면 힘들 때가 많다. 우리의 삶은 항상 고통투성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가끔씩 또는 언젠가 기쁨과 즐거움이 온다고 말하지만 정말 그것들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위로의 수단을 찾는다. 많은 것들이 스스로 위로해준다며 손짓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위로, 아니 위로하는 척에 불과하다. 반드시 책을 읽는 것만이 위로가 되는 것도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저자를 통해 위로를 받았다.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의 저자인 이화경도 마찬가지디. 제인 오스틴, 조르주 상드, 실비아 플라스, 프랑수아즈 사강, 버지니아 울프, 잉게보르크 바흐만, 로자 룩셈브르크, 수전 손택, 한나 아렌트, 시몬 드 보부아르. 이 책에 등장하는 10명의 멘토들이다. 그리고 여기서 저자는 이들과 밤을 새우며 깊은 대화를 나눈다. 우리가 지금 존경하고 있는 인물도 한때는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뜨겁고 치열한 삶을 살았기에 시련을 극복할 수 있었다. 소설가 이화경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위로받자. 

 소설가를 꿈꾸는 평범한 사람들은 궁금해 한다. 과연 베스트셀러 작가들이나 문제의식을 가진 작가들은 일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소설 속에서처럼, 인터뷰에서처럼 진지하고 냉철하게 살아갈까? 사실 나도 그것이 궁금하다. 현재에 사는 이들뿐만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위대한 사람들, 예컨대 플라톤이나 데카르트는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하다. 우린 그들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사고만 알았지, 그들의 인간적인 삶은 모른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철학자라고 해서 반드시 철학적으로 살아야 할 필요는 없고, 소설가라고 해서 소설 속에서 보여준대로 살아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인간답게 사는 것이 훨씬 낫다. 하지만 그들이 주장한 것과 전혀 별개로 살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쓴 대로 살아갔을 것이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기에 기대가 더욱 크다. 하지만 제목부터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요즘 소설보다는 인문서에 더 끌리는 까닭은 읽을 만한 소설이 없는 까닭일까, 아니면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인가? 아직 9월이 다 지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래, 일단 이 세 소설에 만족하자. 

 『와인드업 걸』은 24000원에 거의 700쪽에 가까운, 요즘 소설치곤 꽤 드문 소설이다. 이 소설을 보니 떠오르는 게 『스완 송』과 『더 로드』다. 이 세 소설 모두 세기말 소설이다. 세기말 소설은 내용이 풍부하여 흥미롭지만, 자칫하다간 산만해질수도 있다. 『더 로드』처럼 압축성을 띠지 않는 한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놓아도 괜찮다. 태국을 배경으로 하여 이국적인 분위기를 띠지만 색다른 SF를 선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레드셔츠와 옐로우셔츠를 보니 떠오르는 게 그린셔츠와 블랙셔츠(반파시스트 당원들과 파시스트 당원)........ 솔직히 말하면 표지 때문에 마음에 든다. 참고로 '와인드업(windup)'은 '결말, 끝장'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대충 한글 뜻으로 번역하면 '최후의 소녀' 정도? 

 미셸 우엘벡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지도와 영토』는 한 예술가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나는 '예술가'하면 얼른 스티븐 데덜러스를 떠올리는데, 과연 지금, 여기에 나오는 제드 마르탱의 삶과 예술은 어떤 모습일까? 예술가가 가진 고뇌는 어떻게 설명할까? 여기에다가 살인 사건이라는 요소를 더해 독자들에게 흥미를 더한다. 우엘벡은 무엇보다 내용만큼이나 문체와 언어를 중요하게 여겨야 하니까, 직접 봐야겠다. 

 『비밀의 도시』는 역사와 미스터리를 함께 합한 소설이다. 성배의 전설을 추적하는 내용인데,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와는 뭔가 다르다고 한다. 뭐, 난 그 책을 안 읽었으니까 순수하게 즐겨야지. 요즘 기대되는 역사소설에 『공성전』 다음으로 이 책을 추가하겠다.  

  

 이외에도 필립 딕 걸작선인 『높은 성의 사내』와 글쓰기에 도움이 될 책 『누구나 쉽게 따라하는 글쓰기 교실』도 참고해 본다.  

 

 

 

 

 

  

 소설 키워드: 사라의 열쇠, 공성전, 와인드업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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