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전집이 다양성을 띠어가고 있다. 똑같은 문학에 대한 올바른 번역도 중요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문학에 대한 발굴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 속에 담긴 숨은 걸작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문학전집들은 각오를 하면서 제 3세계를 비롯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발굴하는 데에 힘쓰기도 한다. 푸른숲 출판사가 9번째 책을 펴낸 '디 아더스' 시리즈도 그 중 하나라고 본다. 출판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 시리즈는 출판사의 설명에 따르면, "소설 본연의 역할, 즉 이야기성이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현실을 무장해제시키는 기발한 상상력, 독특하고 인상적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탄탄한 내러티브를 갖춘 소설"들을 목적으로 하지만, 그 말은 곧 이야기성이 뛰어나다면 제 3세계의 문학, 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책까지 모두 포용하겠다는 의미다.
우선 첫 번째 책은 괜찮았다. 디 아더스 시리즈의 기지를 잘 내비춰준다. '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이라는, 길면서도 약간 끌리는 제목. 마치 "이것이 디 아더스 문학의 느낌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소설집으로 첫 번째 책을 선정했다. 이것도 아주 좋았다. 문학동네 전집처럼 한꺼번에 책을 내는 경우가 아닌 이상, 첫 번째 책부터 2권짜리 장편소설(그것도 20세기에 유행한 의식의 흐름을 수법한 사용한 책)을 낸다고 하자. 독자들은 이미 그 시리즈에 대해 실망할 것이다. 아무래도 첫 번째 책이다 보니 독자들에게 부담감을 줄여주기 위해 미국 작가인 크리스토퍼 무어의 책을 선정했다. 그러나 분명히 크리스토퍼 무어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SF가 쓰여 더 흥미로운 책 같다.
김영하 작가의 어느 한 단편집의 제목을 연상시키는 이 소설은 '크리스토퍼 무어'가 아닌 '제프리 무어'의 소설이다. 원래 원제는 붉은 장미 의자인데, 번역자가 참 재미있게 제목을 지었다. 덕분에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에 끌린 것 같다(역시 제목의 힘이란). 정말 디 아더스 시리즈들은 제목과 표지가 구매에 중요한 역할을 미치는 것 같다. 작품성보다....... (하긴 카모메 식당은 일본 소설인 탓인지, 제목과 표지가 요리서 같아서인지 세일즈포인트가 가장 많으니...)
이번에 나온 아홉 번째 책인 『에드윈 멀하우스, 완벽하고 잔인한 인생』은 상당히 마음에 드는 책이다(표지가).